꽃 달고 살아남기 -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65
최영희 지음 / 창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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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3 연어들은 치어 시절에 떠나온 고향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다. 철새들은 머릿 속에 자석이 들어 있어 지구가 일러주는 대로, 고향을 더듬어 간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던 순간과 신생아 적 기억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인간은 물어물어 찾아가는 수 밖에 없다. 어릴 적 해외로 입양된 사람들이 SNS에 자기 사연을 올리는 것도, 십수년전에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아빠가 전단을 들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은폐되고 잊힌 시간을 거슬러 가려면 그 수 밖에 없으니까.

P47 저녁 노을이 붉은 까닭은 태양 광선이 공기와 만나 푸른 빛을 산란해 버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을이 붉은 줄만 알지. 그것이 잃어버린 푸른 빛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사라진 것들에 연연하다가는 당장 눈 앞에 있는 것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지난 일을 캐묻는 걸 싫어하는 것도 그 때문일 거다. 그래서 어른들한테 뭔가를 물을 때는 머리를 굴려야 한다. 지금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잃어버린 푸른 빛에 대한게 아니라 붉게 타오르는노을에 관한거라고 믿게끔 해야 한다.

P48 꽃년이가 이 장에 왔었느냐고 물었을 때 대꾸도 없던 생선 장수 할머니는 꽃년이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다는 말에 반응을 보였다. 역시 어른들은 과거 지향적 화법을 싫어한다.

P57 찰흙 인간은 금세 딱딱해져서 정수리부터 쩍쩍 갈라져 버린다. 죽기 직전 찰흙 인간은 짧은 인생의 깨달음을 내게 주었다. 인생 잠깐이다. 언제까지 내가 말랑말랑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금방 돌 된다. 그런곤 투둑, 머리부터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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