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셀프헬프 다이어리 - 예민하고 불안한 나를 위한 201일의 마음돌봄 연습
임상원 지음 / 한빛비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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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생한 일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라는 뜻이에요. 받아들이라는 말이 '지금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도 괜찮다”라든지 “어떤 일을 당해도 마땅해”라고 생각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힘들지 않아야 한다는 뜻도 아니고요.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일수록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어요. 내게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을 그대로 인정할 때 마음이 덜 고통스러워요. 힘든 상황을 겪고 감정적으로 슬프고 화가 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에요. 그렇지만 마음이 고통스러운 것은 다른 얘기예요. 그 상황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슬픔이 고통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거든요. (p.85) 

 

 

번아웃. 어쩌면 이것은 우리 사회 모두가 겪고 있는 병이다. 나 역시 부지런히 직장생활을 하다,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할 무렵,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고 십수 년을 다닌 회사를 단칼에 잘라내고 뛰쳐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지 싶지만, 그때의 나는 하루만 더 그곳에 있어도 죽을 것 같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머니 사정이 좀 나빠진 것 말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나는 훨씬 행복해졌다. 그래서 『마이 셀프 다이어리』를 읽으며, 그때의 나처럼 아플 누군가에게 이 책이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는 처방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마이 셀프 다이어리』는 치열한 삶을 살다 무지막지한 번아웃을 겪고, 살기 위해 심리상담을 받았던 임상원 작가의 진짜 『마이 셀프 다이어리』다. 그래서 이 책의 전반에 걸친 내용이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도움 되는 내용이 무척 많았다. 혹시 현재 불안과 패배에 휩싸여 있다면, 치열함 속에 넘어져 있다면 『마이 셀프 다이어리』를 만나보시기를. 그래서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마이 셀프 다이어리』에서는 무기력, 불면증, 현실부정, 우울, 자기애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이 놓치지만, 번아웃의 시작은 무기력증이다. 아무것도 않는 것이 무기력증이 아니다. 마지못해서 하는 것도 무기력증인데 대부분은 우울함이 깊어져야만 번아웃을 인지하지만, 그때는 스스로를 건져내기 어렵다. 작가는 이런 무기력증에 '행동 활성화일지'를 권한다. 사실 나는 이 단어 자체를 처음 들어봤는데, 이해하기 쉬운 말로 '일상시간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무기력할수록 간단한 일정을 만들고 그것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습관과 생산성을 만들라는 것. 사실 나는 지극히 계획형이라 늘 무엇인가를 일정 화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것 덕분에 무기력에 나를 넣어버리지 않을 수 있었음을 깨닫는 부분이었다. 실제 『마이 셀프 다이어리』에서는 행동 활성화일지를 작성하는 방법과 그 양식을 제공하고 있어 앞으로는 조금 더 계획적인, 조금 더 생산적인 계획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면증이나 현실부정에 관한 내용도 도움 되는 말이 많았다. 한창 힘들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좋았겠다, 여러 번 생각했다. 가장 관심 깊게 읽은 것은 “자기애 충전하기”의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을 때”였다. 사실 자기애가 과한 것도 독이 되지만, 자존감이 너무 낮은 것도 힘이 든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 부분을 열심히 읽었는데, 특히 '좋아하는 활동하기'와 '자기에게 친절하기'는 도움 되는 내용이 많았다. 좋아하는 일을 아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좋아하는 활동을 위한 일정을 짜고 그것을 활동화 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또한, 자기에게 친절해지는 방법에 관한 내용도 마음에 담아두고 싶었다. 

 

자기의 마음을 돌보는 과정과 그 방법까지 잘 담아낸 책, 『마이 셀프 다이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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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따라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1
윌리엄 스노우 지음, 앨리스 멜빈 그림, 이순영 옮김, 김산하 감수 / 북극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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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자체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되어보니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은 책만큼 좋은 게 없다. 바쁜 세상,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온전히 아이와 대화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나본 그림책, 『강을 따라서』는 그런 점에서 정말 소중하고 짙은 사랑을 느끼게 한 책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아이의 예쁜 마음, 두 가지 모두를 느끼게 하는 그림책, 『강을 따라서』를 소개한다. 

 

『강을 따라서』는 「숲의 시간」의 윌리엄 스노우 작가님과 앨리스 멜빈 작가님이 합작한 두 번째 그림책으로 「숲의 시간」보다 한층 짙어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 더욱이 이순영 번역가님의 번역 덕분에 한층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강을 따라서』는 플랩북으로 제작된 덕분에 그늘진 숲의 모습, 숨겨진 배의 속사정(?) 등을 만나는 재미가 풍성하다. 

 

『강을 따라서』는 표지에서부터 다채로운 색감과 멋진 강의 풍경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속표지에 가득한 오리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나뿐이 아닌지, 우리 아이도 오래오래 속표지를 바라보더라. 『강을 따라서』를 읽기 전, '생쥐의 강 여행지도'를 먼저 충분히 감상할 것. 그리고 아이와 어떤 이야기가 등장할지, 이 장소에서는 어떤 동물, 어떤 나무, 어떤 색깔을 만나게 될지 미리 이야기해볼 것. 지금까지 아이와 다녔던 자연 곳곳으로의 여행이 절대 헛되지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팁으로는, 책 가장 뒷장에 나오는 '생쥐의 준비물'을 먼저 만나는 것도 좋다. 일러스트 속에서 이 준비물들이 어디에 등장하는지, 생쥐가 이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찾아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주 멋지고 풍성한 책읽기가 될 것이니 말이다. 

 

부디 『강을 따라서』는 천천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플랩북을 하나하나 펼쳐보고,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오두막 안의 모습, 배의 모습, 다리를 지나는 장면 등을 천천히 하나하나 즐기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는 다리 아래를 지나는 쥐의 모습을 몇 번이고 다시 관찰하며 즐거워하더라. 어느새 지나가 버린 오리와 그림자, 생쥐의 고개 각도가 달라진 것 등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쉼 없이 종알대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미소지어졌다. 내가 뽑은 명장면은 나무가 펼쳐지는 페이지. 종이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우리가 자연에서 실제 만나는 모습처럼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이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더니 종이를 조금씩 펼치며 변하는 풍경에 깜짝 놀라 하더라. 또 카페의 아기자기함에도 웃음이 났다. 카페에서 메뉴를 읽어보기도 하고, 만약 이 카페에 간다면 어떤 메뉴를 시켜 먹으면 좋을지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강의 한 조각이 되어 책 속에 풍덩 빠지게 된다. 

강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솔솔 상점에는 무엇이 파는지, 빗방울이 떨어지는 강 아래는 어떤 풍경이 있는지, 물가에서 만날 수 있는 수풀 안에는 어떤 동물이 있는지 플랩 하나하나 펼쳐보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쥐의 배에 함께 타고 강을 내려가듯 자연과 하나가 되어있다. 이렇게 또 한 번 그림책의 매력에 풍덩 빠져들게 된다. 

 

『강을 따라서』의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일러스트에 숨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풍성한 읽기였지만, 『강을 따라서』의 매력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강을 따라서』 가장 뒤 페이지에는 강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과 쥐의 준비물을 기록해두어 마치 숨은 그림을 찾듯 일러스트를 살펴보기도 하고, 자연 그림책을 같이 펼치며 어떤 동물이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저 그림책 한 권을 읽을 뿐인데, 마치 강 생태관을 다녀오기라도 한 듯 마음과 지식이 풍성해지는 그림책이랄까. 

 

우리 아이들이 만나는 자연은 점점 좁아진다. 환경이 나빠지기도 했고, 아이들이 너무 바쁘기도 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그림책으로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연이 하는 이야기를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그림책, 『강을 따라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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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키우기 1 - 봉봉, 알에서 깨어나다!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기무라 이코 그림, 황세정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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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먹으면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 선과 악을 알려주는 「이상한과자가게 전천당」이 수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우리 아이도 이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고 또 읽고를 반복했더랬다. 그런 「이상한과자가게 전천당」의 히로시마 레이코 작가의 신간, 『수호신 키우기』! 신간이 나오자마자 책육아하는 책읽는엄마곰이 발빠르게 만나봤더랬다. 근데 초등학생들을 위해 나온 책인데 어른도 너무 재미있게 읽은 『수호신 키우기』를 소개해본다. 

 

『수호신 키우기』는 우연히 만나게 된 수호신 '봉봉'의 유모가 된 승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대하지만 완고한 면도 있는 수호신 봉봉이는 승우의 박스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꽤 손이 많이 가는 등 수호신의 면모를 찾기 힘들다. 약간 이상한 방향이기는 하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수호신의 모습에 엄마와 승우는 점점 빠져들어 가고, 아빠도 가족과 봉봉이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특히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나누는거야”라는 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봉봉의 모습에 승우네 가족은 점점 사랑을 키우게 된다. 서로 마음을 몰랐던 가족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가족으로 만들어 다행이라는 듯, 봉봉이의 배에는 “다행 행”자가 적히게 되며 1편이 마무리 된다. 

 

처음 『수호신 키우기』를 펼친 우리아이는 생각보다 글밥이 많은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읽더니 “2권, 2권은 언제 나와요?”라며 볶아대기 시작. 문득 전천당을 읽기 시작할때의 모습이 생각나며 히로시마 레이코 작가님께 따지고 싶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방에 출간해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만큼 이번 『수호신 키우기』역시 전천당 만큼 아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팍팍 드는 책이었다. 

 

종종 “초등책추천”, “어린이책추천”, “동화책추천”이라는 태그로 책소개를 하다보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이잖아요”등의 댓글을 받기도 한다. 그럴때마다 마음에 답답함이 생긴다. 십여년간 공부를 해야하는 대한민국에서, 초등학생때 만이라도, 아니 책을 읽을 때만이라도 학습에서 벗어나 그저 재미있는 책, 즐거운 책을 읽으면 안되는걸까 하고 말이다. 또 이런 동화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교과서 그 이상의 것들인데 그것이 너무 간과되는 것은 아닌가하고 속이 상하기도 하다. 교과서처럼 학습적 깨달음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수호신 키우기』에서 만나는 가족의 소중함, 배려 등은 우리가 세상을 살며 꼭 필요한 미덕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얼마나 빛나는지 깨닫게 하는 아름다운 책, 『수호신 키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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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블랙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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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만약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이 구절은 어디에 등장하는 명대사일까요? 네, 맞습니다. 바로 『어린왕자』입니다. 아마 책을 안 읽은 사람도 이 구절은 익히 알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고전 중의 고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린왕자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독자로서 여러 버전, 여러 형태의 『어린왕자』를 소장 중입니다. 우리 집과 책꽂이에도 한계가 있다 보니 “같은 출판사”의 『어린왕자』 는 여러 권 쟁이지 말자, 다짐하며 남긴 것이 10권가량. 그런데 이 다짐과는 달리 한 출판사의 어린왕자는 두 종류가 책꽂이를 장식 중입니다. 바로 마음시선 출판사의 『어린왕자』입니다.

 

왜 마음시선 출판사의 『어린왕자』는 두 권이나 쟁였을까요? 그 이유를 소개해볼게요. 첫 번째는 일전에 소개해드린 '나만의 필사책' 『어린왕자』입니다. 전체가 펼쳐질 뿐 아니라, 종이의 질, 번역의 완벽함, 책 크기 등에서 아이와 필사하기 무척 좋아 여전히 우리 집 책꽂이를 장식하며 차근차근 필사가 진행 중입니다. (초등학생이랑 쓰다 보니 속도가 나지 않네요ㅎㅎ) 두 번째 마음시선 『어린왕자』. 자 인물부터 보여드릴게요. 그저 인물만으로 소장의 이유가 설명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예쁘지 않은 사람이라, 외모로만 평가되는 세상에 무척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어린왕자』는 보는 순간, 이 책은 들이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예쁜 어린왕자라니요!!! 반짝이는 표지와 벨벳 같은 소재의 표지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답습니다. 선물하면 완전히 칭찬받을 것 같은 미모죠. 부록으로 포함된 초대형카드도 왜 이렇게 예쁜 건데! 정말 바라보기만 해도 시선을 빼앗는 미모의 『어린왕자』입니다. 이전까지 우리 집 『어린왕자』 중 가장 예쁜 애는 입체 『어린왕자』였는데, 길었던 미모의 왕관을 바로 몰려주어야겠습니다. 

 

근데 뭐 표지만 예쁘기만 하냐, 아닙니다. 속의 내용도 무척이나 예쁘게 인쇄되었습니다. 진짜 고전에서나 볼 법한 테두리와 연한 갈색의 인쇄, 감성을 자극하는 챕터와 페이지 표시까지. 정말 작정하고 예쁘려고 만든 책 같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빠지냐. 전혀 아니올시다. 일단 완벽한 번역으로 유명한 박선주 번역가님의 번역본. 사실 저는 여러 버전의 어린왕자를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어린왕자의 매력에 빠졌더랍니다. 읽는 내내, 아 그랬어. 이런 문장이 있었지~ 하고 감탄에 감탄. 그리고 어린왕자의 핵심문장들이 띄어쓰기 되어 있어 의미의 전달 면에 있어서 정말 완벽한 『어린왕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30년 전쯤, 아빠가 생일에 선물해주었던 『어린왕자』를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입니다.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어 붙였던 스티커가 누~렇게 변하기까지 해 그냥 보기만 해도 세월이 느껴지는 책이지만, 평생을 책을 사랑하고 글을 끼적이는 사람으로 살게 해준 힘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늘, 아이에게 『어린왕자』 블랙에디션을 선물하며 어린왕자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이야기해주었어요. 나도 모르게 울컥거리는 마음이 우스웠지만, 아이에게도 분명 『어린왕자』의 진한 의미가 전달되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린왕자』 블랙에디션이 많은 아이가 고전을 사랑하는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책을 놓은 많은 어른에게 '다시, 시작'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세상에 다시 책을 사랑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왕자』 블랙에디션의 외모에 반해 시작해서, 그 매력에 풍덩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어린왕자』 블랙홀 에디션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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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정현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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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기술을 얻고자 한다면 양적인 축척이 선제 되어야 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미시적인 집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거시적 관점이다. 물론 이 작업은 한 사람이 가진 삶의 의미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므로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p.195)

 

독서의 효용이란, 머릿속으로 즐기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문장을 타고 전해지는 저자의 신체 감각, 그리고 문체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리듬과 템포 등 신체적 특성과 관계된 요소들이 독자인 나의 몸에 그대로 전해져 울림을 주는 것이다. 그 울림은 처음부터 편안한 수준일 수도 있고, 때로는 위화감을 동반하는 낯선 수준일 수도 있다. (p.290)

 

 

무려 18년 만에 복간된 자기계발서라. 18년이면 강산이 2번 변할 세월인데 이게 가치가 있나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1년에 버려지는 자기계발서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던 터라, 『일류의 조건』에 대해 그리 좋은 시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류의 조건』을 읽으며, 왜 사랑받는 책들은 시대를 넘어서도 이어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결론부터 기록하자면 『일류의 조건』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삶을 능률적으로 사는 비법이 담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일류의 조건』은 요약하고, 기술화한 것을 추진하는 '숙달'의 과정을 다루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숙달을 신체적 영역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숙달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힘이다. 똑같은 일을 배워도 유달리 더디게 배우는 사람이 있고, 남들보다 빠르게 센스 있게 캐치 하는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는 전자일까 후자일까. 이 당연한 답은 인생에서도 결코 다르게 적용되지는 않을 터. 이러한 숙달을 위한 기술을 소개하는 『일류의 조건』을 읽으며, 무엇에든 센스와 기술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나름 『일류의 조건』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내가 정리하는 첫 번째 기술, 요약. 저자는 2:8의 공식으로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데, 일이나 과제에 주어진 핵심을 파악하고 그 핵심에 집중하는 힘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 부분은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우나, 다독을 통해 전체와 부분을 보는 힘 등을 기를 수 있다고 하니 이 점에 대해 꾸준히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는 훔친다고 표현하는 '내 것으로 만들기'.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타인의 것을 바탕으로 내것화 하는 힘, 내 것으로 만드는 힘을 키워간다면 그보다 단기간의 숙련이 또 어디 있을까. 타인이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 것을 나는 시행착오를 제외하고 배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가성비 높은 기술이다. 

 

다음은 추진하는 힘, 바로 실행력과 추진력, 기획력이다. 사실 내가 과거에 가장 키우고 싶어 했던 부분이 이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왕성히 직장생활을 할 때 『일류의 조건』을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 번 생각했다. 『일류의 조건』을 읽는 내내 여러 장에 걸쳐 추진력을 진짜 '힘'으로 만드는 기술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무척 좋았다. 더욱이 이것이 그냥 이론으로 끝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스타일'이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루어주어 무척 도움이 되었다. 나 역시 나만의 스타일이, 나의 존재감이라는 힘이 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기르고 싶다 생각했다. 

 

삶을 요약한다. 어쩌면 무척 빡빡하게 느껴지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을 요약하여 중요한 것을 남기고 불필요한 것을 하지 않는 습관이 된다면, 그만큼 인생이 알차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너무 많은 것들 사이에서 삶이 피로한 지금, 필요한 것만 남기는 기술, 『일류의 조건』은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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