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앙스 - 성동혁 산문집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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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무심히 넘겨야 할 말은 아무것도 없다. (p.67)

 

그의 아네모네를 읽었던 날을 생각해본다. 좋은데 먹먹한 거. 그게 딱 내 감정이었을테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만났다. 사실 읽어야 할 책이 많이 쌓여있던 상태라 일부러 바로 읽지 않고 미뤄두었다가, 한밤중 가벼운 책이 읽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는데. 맙소사. 이 책은 그냥 책만 가벼울 뿐 묵직하다. 이야기도 묵직하고 문장도 묵직하다. 그런데 버겁지는 않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기라도 하듯, 휘리릭 하고 읽어진다. 

 

평문에 박연준 시인이 이런 말이 적었다. 울지 않는 슬픔이 우는 슬픔보다 슬픈 것을 아는 이의 글이라고. 성동혁의 슬픔은 차가운데 맑다고. 그래. 성동혁 시인의 글은 딱 그런 마음이다. 차가운데 맑고, 슬픈데 눈물은 흘려지지 않는다. 좋은데 먹먹하고 아픈데 이겨내진다. 물론 그는 수없이 자신의 목숨을 지고 이고 걸어온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글이 죽음이 묻어나냐고? 아니다. 오히려 그의 글은 삶이고 생이다. 속상한 일을 겪어 전날 눈물로 잠이 들었어도 웃는 얼굴로 다음 날을 맞이하고 또 하루를 살아내야하는 우리네 아침이다. 

 

어떤 시간은 내내 닿을 수 없을 것 같고

어떤 시간은 곧장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p. 182)

 

어젯밤 내내 이 문장이 내 마음을 마구 때렸다. 닿을 수 없는 어떤 시간을 단숨에 떠올렸으니 나는 어떤 시간에 닿기도 했고 닿지 않기도 했겠지. 지난밤 내내 마음을 둥둥 울린 이 문장 때문에 새벽에 잠에서 깨자마자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해도 뜨기 전, 모닝커피를 마시며 다시 이 책을 훌훌 읽었다. 오묘한 것이 밤에 읽었던 감상과 새벽에 읽는 감상이 다르다. 밤엔 분명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아침엔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성동혁의 문장은 삶이다. 또 한번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모호함을, 따로 떨어진 순간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그의 문장은 늘 생을 마주하고 서 있음을 깨닫는다. 평생에 걸쳐 쓸쓸함을 학습해온 그는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건다. 나는 쓸쓸했으나 당신들은 그러지말라고. 혼자인 줄 알았던 순간에 늘 기도하는 존재가 있었음을 깨달은 그가 말한다. 물리적으로 혼자라고해서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그렇게 툭툭 던지는 문장에서 위로를 얻는다. 

 

 

사실 어젯밤 이 책을 펼쳐 10장도 채 읽기전에 생각했다. 

아, 글은 이런 사람들이 써야 하는구나. 나는 글 욕심내지말고 이렇게 맥주나 먹으며 독자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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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위대한 패배자들 - 한니발부터 닉슨까지, 패배자로 기록된 리더의 이면
장크리스토프 뷔송.에마뉘엘 에슈트 지음, 류재화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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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투는 200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전략이었다. 한마디로 “가장 작은 부분까지 다 계획을 짜서 멋지게 실행한 전략, 전술의 진정한 구현”이었다. (p.24, 한니발) 

 


나는 이 책을 “역사뒷담화”라고 말해주고 싶다. 음, 정확하게는 1인자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잘 기록한 책이라는 설명이 정답이지만 굳이 뒷담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패배자라는 단어에 묶여, “악인”이라는 색안경을 끼게 만들었던 이들의 이야기라서기도 하고 그만큼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한니발, 클레오파트라, 베르킨게토릭스, 잔다르크, 몬테수마, 기즈, 콩데, 샤레트, 로버르티, 장제스, 트로츠키, 체 게바라, 닉슨. 이름만들어도 아마 그들이 묘사되는 모습이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을 테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재미있다. 우리가 흔히 알지만, 세월이 숨긴 주인공들의 이야기라서.

 


사실 현재에도 많다.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 말이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는 재미나 교훈보다는 씁쓸함이 많아서 종종 뉴스창을 닫아버릴 때가 많다. 아마 그들도 먼 훗날에는 어떻게 기록되는지에 따라 다른 스토리를 만나게 되겠지. 


 

악명높은 장군 한니발, 혁명에 의해 살고 죽은 체 게바라, 당당한 여전사로 여전히 기록되는 광기의 잔다르크. 우리는 (아니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너무나 잘 알지만, 늘 세상이 만들어놓은 이미지로만 봐왔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생소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으며 새롭고 흥미로웠다. 아마 이제 나는 이들이 등장하는 영화나 책을 읽게 된다면 또 다른 재미를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상하이는 중일전쟁의 주요 전투지가 된다. 하지만 최대 학살은 12월에 난징에서 벌이진다. 중화민국의 총통이 된 장제스가 이 도시를 포기하라고 명령하고 난 다음이다. 하지만 한때 그는 그곳을 끝까지 수호하겠다고 맹세한 바 있었다. (p.410, 장제스) 

 


내가 굳이 이 문단을 기록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역사의 한 끝이 이 문장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제스의 오욕을 다른 것으로 기억할지 모르나, 나는 난징대학살이 장제스가 실패자로 변모한 한 고리라고 생각한다. 군인조차 버린 이 도시에서 일본은 강간, 살해 약탈을 자행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세계 2차대전의 전조가 된다. 그럼에도 장제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전쟁에서 모두를 지킬수는 없겠지만, 그 누구의 목숨도 쉬이 여겨서는 안되고, 또 절대적으로 그래서는 안될 사람이 그들을 포기했다. 결국 그런 흔들림들이 모여 모든 것을 흔든다고 생각한다. 한때 반드시 수호하고자 했던 곳을 버린다는 것. 그러나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을 신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패한 후의 신념은 아집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이 멈추며 읽었고, 많이 고민했다. 내 컨디션 탓도 있었으나, 헷갈리는 포인트들을 다시 찾아가며 읽는다고 더더욱 오래 걸렸다. 다 읽은 뒤에도 리뷰를 쓰기 위해 한번 더 읽어야했다. 분명 쉬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남기는 것도 많다. 어렵게 읽은 만큼 꽤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을 빚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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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요 - 한국어린이교육문화연구원 ‘으뜸책’ 선정
하세가와 사토미 지음, 김숙 옮김 / 민트래빗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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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스로 주저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용기가 없는 어린이들은 당연하고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어른이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 

 

이전의 그림책도 사랑으로 읽었다. 이런 온도의 책들이 몇몇 있다. 작가의 <들판에서 다시만나>, <달밤의 노래>도 이 따뜻함을 고스란히 갖고 있고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나 <나무할아버지와 줄넘기>에서도 비슷한 온기를 느낀다. 이 몇몇 책들은 동물들의 눈썹모양이나 입 모양이 다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아이와 그런 소소한 재미도 느끼보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새로 이사온 고양이의 이야기다. 낯선 동네에 이사와 친구들에게 자기를 소개하려다 우연히 친구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하나씩 얹는다. 친구들의 소망을 모두 챙기려다보니 결국 자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낯선 모습이 되어있다. 설상가상으로 사고까지 겪게 되고 결국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그 모든 것을 해결한다. 그리고 말한다. “안녕! 나는 고양이야”라고. 이전에 준비했던 채을 좋아하는, 패션센스가 좋은, 요리를 잘하는 등의 수식어는 내려놓고 말이다. 

 

사실 우리 꼬마는 착한 편이다. 그런데 나는 우리 아이에게 착하다는 하지 않는다. 아이가 내말로 인해 “스스로 버거운 착한아이”가 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은 나처럼 고민하는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할 것 같다. 스스로도, 아이도, 어른이 된 지인도- 그런 굴레 하나씩은 가지고 살지 않는가. 우리는 그 묵직한 굴레들을 쉬이 버리지 못하기에 때로는 어깨가 무겁다. 그래서 이 글의 서두에도 말했지만 주저하는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자신이 만든 굴레에 사는 이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다가 꼬마에게 “너는 너 그대로 반짝반짝하는 아이야”라고 말해주었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고 대답한다. 아 아이야. 너는 어느새 이렇게 자라 너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고마운 것이 되어갈까. 평생 당연한 것이라 받아도 되는 게 내 사랑일텐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마음이 울컥했다. 요즈음의 내가 일어났던 일들에 다소 위축되어 있었나보다. 아닌척 하느라 힘들었나보다. 내 본연의 모습에, 내 마음의 소리에 다시 귀기울이며 살기 위해 노력해야지. “있는 그대로 아름답고 충분한 김진희잖아”라는 당신의 말을 잊지말아야지. 

 

우리 아이도 사는 내내 스스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가장 집중하는 아이로 살아가길.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그렇게-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길. 

 

이 책은 그렇게- 스스로를 다시 사랑하게 하는 책이다. 

 

<독서대화>

1. 다른 친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하기 싫은 것을 해본 적 있는지?

2. 그럴 때 마음이 어땠는지. 

3. 위에서 말한 몇몇 그림책들에서 같은 동물이 어떤 점이 다르게 묘사되었는지 이야기해본다. 

 

 

아. 꼬마는 “친구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나야”라고 말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게 잘 자라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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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의 계획 VS 안중근의 반격 - 교과서가 다 담지 못한 안중근 의거
류은 지음, 이강훈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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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군인들은 억울하고 분해서 못 살겠다며 울부짖었어. 몸에 난 상처보다 나라를 빼앗겼다는 사실이 더 참기 힘들었던거야. (p.131)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나는 역사서 등을 참 부지런히 읽고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몰라서, 더 어려워서) 특히 독립운동가들 관련 저서는 참 부지런히 읽는다. 아마 그 중 가장 많이 읽은 것이 “안중근”이 아닐까 싶다. 아이에게도 독서습관과 역사만큼은 일상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일찍부터 역사그림책과 인물그림책을 노출했는데 늘 한결같이 아쉬웠다. 스토리에 치중해 “역사적 사실”이 다소 간소화되거나 미화되거나 신화화된다는 것? 물론 나의 짧은 지식탓에 풍성한 살을 붙여주지 못하는 탓이겠지만. 

 

그러던 찰나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너무 잘 정리된 덕분에 내가 완전 빠져들어 읽었다. 평소 책읽는 훈련이 되어있다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이 책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다정한 문체와 쉬운 풀이로 전혀 막힘없이 읽어지기 때문. 

 

이 책이 더욱 좋았던 이유는 우리나라만의 시선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이기도 하나 치욕의 역사이기도 한데, 그것을 내부에서만 바라보고 “침략당한”과거로만 본다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때문에 우리가 침략을 당했는지, 그 즈음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었는지를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100년이 지난 역사를 우리 아이들이 그저 아픔으로만 받아들이기 보다는, 새 길을 보는 현안을 가지기를 바라기에 이 책의 시각은 더욱 반갑다. 

 

단순히 안중근 의사가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안중근 의사가 그래야했는지, 세계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이나 한반도를 흔든 열강들의 요구, 일본과 우리나라의 달랐던 태도 등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그래서 필연적이었던 그들의 선택을 함께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아마 그런 넓은 시야가 아이들이 읽기에 전혀 어렵지 않은 문체임에도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지루함이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사실 어린이의 역사서를 출판하는 출판사 자체가 귀하다. 보통은 다른 그림책과 더불어 만들고, 어떤 곳은 그림책에 살짝 역사의 맛을 입힌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귀하다. 아이들이 보다 넓은 시각에서 안중근의사를, 그때를 바라보게 하니 말이다. 사실 <책과함께어린이>는 우리나라 첫 어린이역사서 출판사이기도 하고, 바른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때로는 꽤나 어렵고 묵직한 책을 만나게 되곤 하지만, 그런 길을 걷는 이들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욱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이 시리즈들을 읽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바른 것을 전하는 책이 계속 나올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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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황병주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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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잔인하고 교활한 것 중의 하나는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한 협박이었다. (p.78)

 




사실 이 책은 이미 읽은지 꽤나 시간이 흘렀다. 알고 있었던 사건이라 단숨에 읽어내리고, 이거를 왜 꼬꼬무에서 다루지 않냐며 이야기도 했다. - 혹시 내가 못 본 사이 다뤄주었나 찾아보니 여전히 없는 듯 하다. 장트리오, 제발 이것을 다루어주오. - 그런데도 이제야 리뷰를 남기는 것은 (엄청난 일을 많이 겪고 오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진짜 잘 쓰고 싶었다. 진짜 누구라도 이 책이 읽고 싶어질만큼 좋은 리뷰가 쓰고 싶어서였다. 그래야 단 한 명이라도 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제서야 내 스스로도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드는 비루한 글이지만, 단 한사람의 마음이라도 두드릴 수 있기를 바래본다.  

 



어느날 갑자기 일상에서 끌려가, 단 일주일만에 간첩으로 오인을 받는다면? 그렇다할 증거는 커녕 오히려 부실수사라고 말할 여러 거리들을 겨우 긁어모아놓고도 수십명을 무장간첩단으로 탈바꿈하였고, 사형에 처했으며, 잔인하고 소름도는 고문까지 행했다. 요즘 세상 같으면 파란지붕 청원게시판이 떠들썩했을테고 해외토픽에 헤드라인으로 등장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겨우 무죄임을 판명받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37년이다. 그 37년동안 누군가는 사형을 선고 받았고, 누구는 농약을 마셨으며, 세상에서 소외되어 살아왔다. 과연 강산이 4번이나 바뀌는 세월 후에 그들의 죄명이 사라진다고 한들 그들의 인생도 깨끗해지는 것인가. 

 



종종 의외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공작이라는 의심을 하곤 하는데, 그 버릇은 사실 현대사 책들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생긴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대항이라도 하듯 빅 이슈가 발생하고 굵직했던 사건은 꼬리를 감춰버리곤 했다. 이 사건 역시 부마항쟁을 덮기 위해서 등장하기라도 한 듯 어느날 갑자기 빵! 하고 터진 슬픈 뉴스거리는 아니었나 생각해보면 가슴이 묵직해진다. 

 

 



무죄로 판결한 원심 판단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는 이들 3인의 피고인에게 배상 내지 형사 보상을 해줘야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삼척가족간첩단 사건으로 유죄를 받았던 다른 공동피고인들 역시 무죄가 선고되어야 하고, 이들에게도 국가배상 등을 하게 되는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는 것이다. (p.198) 



 

2부를 읽는 내내 사실 꽤 많이 분노했는데, 검찰의 상고이유서를 읽으면서는 너무 화가나 책을 읽다말고 벌떡 일어났다. 국가가 배상을 해야하는 것이 두려워 무죄를 인정하면 안된다니! 과거사를 정리하겠다고 뚜껑을 연 사건을 두고 또다시 부끄러운 짓을 한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위해서”라는 말을 참 쉬이 갖다쓴다. 한복입던 시절 대의를 위한다는 말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신하들이 나라를 위한다는 말로 주머니를 채우는 이들의 선조라도 되는 걸까. 소위 나랏밥을 먹는다는 이들이 무엇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여 수십명의 인생을 짖밟고, 어느 날은 유죄를 어느 날은 무죄를 선고한걸까.  

 



오늘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책을 펼치며 또 한번 무거운 마음이 된다. 혹시나 하여 인터넷창에서 삼척간첩을 검색해보고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 억울한 사건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못했구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많은 이들이 알아야하는데... 하는 아쉬움에 쉬이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나기부터 재심까지, 군더더기 없이 현상만을 다루었는데도 제법 도톰한 책이 하나 역어졌다. 만약 피해자들의 회환까지 담았다면 이 책은 훨씬 더 두꺼워졌을 것이다.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읽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 사건은 공권력이라는 세글자를 계속해서 짚어보게 만든다. 세월 속에 묻혀버렸을 사건이지만 이 사건이 세상을 울리는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판사, 검사들 책상 위에 금색저울이 아닌, 공권력 남용으로 피해받은 이들의 사건명이 올려져있기를 바래본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원래 세상은 그렇게 작은 것들로부터 바뀌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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