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간첩단 조작 사건
황병주 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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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잔인하고 교활한 것 중의 하나는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한 협박이었다. (p.78)

 




사실 이 책은 이미 읽은지 꽤나 시간이 흘렀다. 알고 있었던 사건이라 단숨에 읽어내리고, 이거를 왜 꼬꼬무에서 다루지 않냐며 이야기도 했다. - 혹시 내가 못 본 사이 다뤄주었나 찾아보니 여전히 없는 듯 하다. 장트리오, 제발 이것을 다루어주오. - 그런데도 이제야 리뷰를 남기는 것은 (엄청난 일을 많이 겪고 오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진짜 잘 쓰고 싶었다. 진짜 누구라도 이 책이 읽고 싶어질만큼 좋은 리뷰가 쓰고 싶어서였다. 그래야 단 한 명이라도 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제서야 내 스스로도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드는 비루한 글이지만, 단 한사람의 마음이라도 두드릴 수 있기를 바래본다.  

 



어느날 갑자기 일상에서 끌려가, 단 일주일만에 간첩으로 오인을 받는다면? 그렇다할 증거는 커녕 오히려 부실수사라고 말할 여러 거리들을 겨우 긁어모아놓고도 수십명을 무장간첩단으로 탈바꿈하였고, 사형에 처했으며, 잔인하고 소름도는 고문까지 행했다. 요즘 세상 같으면 파란지붕 청원게시판이 떠들썩했을테고 해외토픽에 헤드라인으로 등장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데 그들이 겨우 무죄임을 판명받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37년이다. 그 37년동안 누군가는 사형을 선고 받았고, 누구는 농약을 마셨으며, 세상에서 소외되어 살아왔다. 과연 강산이 4번이나 바뀌는 세월 후에 그들의 죄명이 사라진다고 한들 그들의 인생도 깨끗해지는 것인가. 

 



종종 의외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공작이라는 의심을 하곤 하는데, 그 버릇은 사실 현대사 책들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생긴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그것을 대항이라도 하듯 빅 이슈가 발생하고 굵직했던 사건은 꼬리를 감춰버리곤 했다. 이 사건 역시 부마항쟁을 덮기 위해서 등장하기라도 한 듯 어느날 갑자기 빵! 하고 터진 슬픈 뉴스거리는 아니었나 생각해보면 가슴이 묵직해진다. 

 

 



무죄로 판결한 원심 판단은 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가는 이들 3인의 피고인에게 배상 내지 형사 보상을 해줘야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삼척가족간첩단 사건으로 유죄를 받았던 다른 공동피고인들 역시 무죄가 선고되어야 하고, 이들에게도 국가배상 등을 하게 되는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는 것이다. (p.198) 



 

2부를 읽는 내내 사실 꽤 많이 분노했는데, 검찰의 상고이유서를 읽으면서는 너무 화가나 책을 읽다말고 벌떡 일어났다. 국가가 배상을 해야하는 것이 두려워 무죄를 인정하면 안된다니! 과거사를 정리하겠다고 뚜껑을 연 사건을 두고 또다시 부끄러운 짓을 한다. 그러면서도 “나라를 위해서”라는 말을 참 쉬이 갖다쓴다. 한복입던 시절 대의를 위한다는 말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신하들이 나라를 위한다는 말로 주머니를 채우는 이들의 선조라도 되는 걸까. 소위 나랏밥을 먹는다는 이들이 무엇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여 수십명의 인생을 짖밟고, 어느 날은 유죄를 어느 날은 무죄를 선고한걸까.  

 



오늘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책을 펼치며 또 한번 무거운 마음이 된다. 혹시나 하여 인터넷창에서 삼척간첩을 검색해보고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이 억울한 사건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못했구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많은 이들이 알아야하는데... 하는 아쉬움에 쉬이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나기부터 재심까지, 군더더기 없이 현상만을 다루었는데도 제법 도톰한 책이 하나 역어졌다. 만약 피해자들의 회환까지 담았다면 이 책은 훨씬 더 두꺼워졌을 것이다.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읽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이 사건은 공권력이라는 세글자를 계속해서 짚어보게 만든다. 세월 속에 묻혀버렸을 사건이지만 이 사건이 세상을 울리는 경종이 되기를 바란다. 판사, 검사들 책상 위에 금색저울이 아닌, 공권력 남용으로 피해받은 이들의 사건명이 올려져있기를 바래본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원래 세상은 그렇게 작은 것들로부터 바뀌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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