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험퍼딩크 - 코끼리와 친구가 되는 법 빨간콩 그림책 17
숀 테일러 지음, 클레어 알렉산더 그림, 브론테살롱 옮김 / 빨간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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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곰이의 그림책 이야기 - 공존 : 내친구 험퍼딩크

 

아이를 기관에 보내며 우리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으려나,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으려나 하는 걱정은 어떤 부모에게나 있는 걱정인 것 같아요. 참 웃긴게 아이가 기관에 가는 첫 해에도, 두번째에도 그 걱정은 같아요. 저보다 먼저 엄마가 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가 고3이 되도 그런 걱정을 하는 게 부모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사회생활'을 알려주는 그림책들이 참 많고, 인성이나 규범을 알려주는 책도 참 많지만 저는 아이의 사회생활 첫번째 책은, 험퍼딩크를 만나보는 게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색연필로 슥슥 그려놓은 듯한 표지에는 커다랗고 귀여운 코끼리와 피부색도 머리색도 다른 아이들이 잔뜩 그려져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입은 옷도 제각기고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자세도 제각각입니다. 표지만으로도 마치 우리아이의 교실 같습니다. 책 안도 그러합니다. 교실의 cctv를 보는 듯한 구도의 그림에서는 아이들은 모두 따로 놀이를 하기도 하고 같이 놀기도 합니다. 우리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들도 '같이의 가치'도, '혼자 오롯이 보낸느 시간의 귀함'도 습득한 듯 합니다. 평화로운 일상이던 교실에 코끼리 한 마리가 등장하며 구도가 달라집니다. 변하는 구도로 인해 책은 더욱 생동감을 주고, 장면의 이동마다 약간씩 달라지는 아이들의 놀잇감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더해집니다. 험퍼딩크와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도 아이들이나 험퍼딩크의 표정변화를 두고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분명 험퍼딩크가 되기도 하고, 험퍼딩크를 맞이하는 아이들이 되기도 할테니 말입니다. 

 

일러스트도 너무 좋지만, 오늘 제가 더욱 칭찬하고 싶은 것은 내용입니다. 내용면에서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말들이 참 많이 등장해서, 아이들의 첫번째 '공존'도서로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부서진 미끄럼틀을 앞에 두고 어떤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고 어떤 아이들은 서로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까요. 험퍼딩크는 그저 우리의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뿐이에요”라며 낯선 친구를 이해해줍니다. 급기야 “네가 좋아하는 놀이를 우리가 함께 하는 건 어떨까?”하며 다시 손을 내밀어주고, 아이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어떠세요? 만약 우리아이가 험퍼딩크의 입장이라면 저런 말을 해주는 친구가 얼마나 고마울까요? 그리고 우는 친구에게 어떤 마음이 들까요? 그럴때 할 수 있는 말들을 우리 아이에게 가르쳐준다면, 우리아이도 험퍼딩크처럼 금방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험퍼딩크의 등을 도닥이고, 다른 친구들도 다함께 험퍼딩크의 놀이를 하게 만든 아이라면, 저 용기를 어떤 말로 칭찬해주면 좋을까요? 저런 포용력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 둘 뿐 아니라, 울음을 터트린 아이의 입장, 서로를 도닥이는 아이들의 입장까지 모두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의 마음, 친구들과 어색했던 우리 아이의 마음, 먼저 손내미는 용기 등 아이와 나눈 이야기가 참 많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감사하게도 우리 아이는 제 생각보다 훨씬 잘 자라고 있고요.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마음을 실어 공존한다면 학교폭력이나 왕따같은 문제도 사라질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가득했습니다. 또 험퍼딩크와 아이들처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규칙을 가르치는 책들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아이들이 코끼리와 같은 반이 되는 날은 없겠죠. 그러나 코끼리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아이랑 같은 반이 될수도 있고, 우리 아이가 코끼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은 없어야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꼭,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더불어사는 법을 배우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읽었어요.

1. 달라지는 일러스트 사이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모두의 표정을 관찰하고 이야기해봐요. 

2. 험퍼딩크의 마음, 친구들의 마음을 이야기해봐요.

3. 우리 교실에서는 친구들과 어떻게 만나고 지내는지 이야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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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아이는 이런 습관이 있습니다 - 내신·수능 1등급 우등생들의 자기주도학습 공부 비법 바른 교육 시리즈 24
신영환 지음 / 서사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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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간에 투자하면 하루를 성공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보길 바란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성공한 사람에게는 확신이 있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의심이 있다.” 그러니 아침 시간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여유 있는 하루를 보내기 위한 루틴을 만들면서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바란다. (p.177) 

 

학창시절, 내 또래라면 누구나 싫어했을 그 말.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나는 그다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가 아니었음에도 저 말은 이유 없이 기분이 별로였다. 마치 저 말에는 “나는 교과서로만 공부해도 성적이 좋은 건데, 너희는 왜 같은 책을 봐도 성적이 좋지 않아?”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있다고나 할까. (그조차 열등감에 기반했겠지만)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어쩌면 그 말이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닐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는 공부만 잘해도 인생이 바뀔 수 있었고, 사교육 없이도 성적이 좋은 '개천의 용'들이 꽤 있던 것 같다.

 

아직 아이가 어리기에 성적을 위한 공부를 시킬 일도 없거니와,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이 책에 인덱스까지 붙여가며 열심히 읽은 것은 무엇이든 '습관'을 만들어주면 활용 가치 있게 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등생'이 주인공이기에 제목이 '공부'지만 사실 저 칸에는 거의 모든 긍정적인 단어들이 다 들어갈 수 있다. 반복의 힘은 그런 거니까. 

 

첫 번째 장에서는 자신만의 루틴을 잘 만들어 입시에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논술 쓰기 100일의 힘'으로 “고등학교 때 만든 글쓰기 루틴 덕분에 사회 현상 및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자신의 글로 풀어내는 힘이 생겼다. (p.43)”라는 말이 평소 가졌던 신념과 일치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문해력에 관련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단순히 아이의 이해력을 높이고 세상 보는 눈을 넓히고자 관심을 가진 영역이 곧 성적과도 연관될 수 있음을 재확인하는 기분이었다. 

 

루틴의 효능과 형성방법에 관해 이야기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나는 비교적 규칙적인 성향이라 내가 세워놓은 생활 방식을 벗어나는 일이 크게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습관도 마찬가지다. 비록 처음에 습관을 만들기는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그동안 내가 해온 행동들이 이미 관성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성의 방향은 바뀔 수 있다. 원래 있던 힘보다 더 큰 힘을 가해 바꾸면 된다. (p.115)”의 문장에 동의하는 바다. 

 

사실 이쯤부터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꼭 성적이 아니라도 아이에게 긍정적인 습관들을 심어주려면 초등학교 입학 전이 적기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8세만 되어도 자기 생각이 강해져 부모의 말보다는 자신의 관성을 따른다고. 지금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든 꾸준히, 끝까지 하는 습관을 들여줄 수 있다면 아이가 어떤 삶을 살든, 큰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다행히 7살이 될 때까지 앉아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잘 들여주었기에, 이젠 그것을 기술적으로 발전시켜 줄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책이 입시 이야기만 했더라면 나는 진작 덮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입시를 잘 준비하는 법'도' 들어있었다. 즉, 입시를 넘어 인생을 잘 사는 루틴을 제시하는 거다. 아이가 어른으로 가는 한 관문이지, 인생의 전체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라 좋았다.

 

이 책의 장점을 정리해보자면, 반복의 힘을 기르는 법을 매우 상세히 제시하고 있어 바른 습관을 들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 어려운 것이 아니라 따라 시작해볼 만 루틴들을 제시한다는 것, 가끔 루틴을 깨도 괜찮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는 것이었다. 자칫 입시전쟁에 자신과 아이를 몰아넣고 앞만 보게 강요하는 엄마들에게 가끔은 숨 쉬게 해도 된다고, 잘 들인 루틴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원래도 루틴의 힘을 믿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은 덕에 루틴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고, 우리 아이에게도 건강한 습관을 들여주는 게 얼마나 큰 영양제가 될지 깨닫게 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귀한 선물, 좋은 습관. 이 책 덕분에 노력하는 엄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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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 - 꿈을 키워주는 사람 이광형 총장의 열두 번의 인생 수업
이광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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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구별되는 나만의 특성은 무엇인지 계속 내게 묻자. 고유한 나를 발견할 때 우리는 밤하늘에 유일하게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 (p.32)

 

내 주변인이라면 다 알겠지만 특별한 재주도, 잘난 것도 없는 내가 딱 하나 잘하는 게 있다면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것. 그거뿐이다. 부지런히 읽은 것을 허투루 날려 보내고 싶지 않아 잘 쓰든 못 쓰든 노트에 기록하던 것을 SNS로 옮겨와 남긴 기록물이 어느새 3,000건 가량 되었으니, 가끔은 '그래, 꾸준한 것 하나는 나 혼자만이라도 인정해주자' 싶어진다. 물론 정말 딱 그거 하나뿐이라, 평소의 나는 '지하로 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날이 더 많지만(자존감 하행선),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의 “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에서 빛난다.”를 읽고 난 오늘은 그런 나라도 칭찬해주고 싶다. 

 

 

꿈을 찾는 일을 풀어야 할 과제처럼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미지의 보물섬을 탐험하듯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꿈을 찾아보자. 아직 발견되지 못한 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p.127) 

 

때때로 꿈을 “이제는 놓을 것”처럼 취급해온 시간이 많다. 너무 오래 가지고만 있다 보니, 나 스스로에게도 그것이 낡은 무엇인가, 버리지 못한 미련처럼 느껴지는 거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꿈이 나쁜 게 아니라, 더 구체적인 꿈을 꾸지 않는 내가 미련했다는 생각을 했다. 혹시 나는 남처럼 되려고 노력하면서, 나의 길을 바랐던 것은 아닐까. 늘 나로 싶다고 말하면서, 정작 나로 살지 못한 것은 내가 움켜쥐고 있던 껍데기 탓은 아니었을까. 

 

 

나무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열매 맺기를 포기하고 모든 활동을 중지한 채, 철저하게 휴식을 취하기로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쉼 자체에 집중하면서 쇠약해진 기관들과 뿌리의 전열을 가다듬고 온전하게 휴식을 갖는다. 그렇게 온전히 1년을 보낸 다음 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p.265) 

 

한때의 난 하루가 30시간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일하고 온 엄마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엄가다'라 불리는 수많은 것들을 하고, 아이가 잠들면 나 자신을 위해 책을 읽었다. 평균수면 4시간. 그때의 나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회사에 큰일이 나는 줄 알았고, 하루라도 아이에게 뭔가 해 주지 않으면 엄마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도 마음이 허해서 잠들지 못하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 몸에 무리가 왔고 쥐고 있는 것 중 '그나마' 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 회사에 휴직계를 냈다. 놀랍지만 당연하게도 회사도 아주 일없이 잘~ 돌아갔고 나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해졌다. 바람 하나, 커피 한 잔에도 쉽게 행복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얼굴들이 많았다. 한 구절씩 적어 카톡을 넣어주고 싶었으나 힘들 때 누가 “그래, 너 힘들지”하고 알아주는 게 때로는 더 힘든 것을 알기에 억지로 꾹꾹 눌러 담으며 한 문장 한 문장을, 그저 가만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리 내 읽어보았다. 응원의 마음을 담아 말이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가 모두 모일 때 온전한 인생이 된다는 것, 나의 역사는 결국 내 손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p.39)

 

강단이나 슬라이드에서, 글에서, 때론 술자리에서도 참 많이 한 말이 있다.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하기 어렵다. 오늘의 내가 좋고, 오늘의 내가 좋아야 내일의 나도 좋으니 부디 오늘을 행복 합시다.”라는 말. 그때의 나도, 요즘의 나도 “행복해자”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이광형 총장님 말에, 나의 행복론을 더해 “어제의 행복, 오늘의 행복, 내일의 행복이 모두 모일 때 온전한 행복이 된다. 온전한 인생도 결국 내가 행복해야 한다.”라고 적고 싶다. 오늘치 행복을 누리고 오늘치 반짝임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온전히 행복한 날, 온전한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 당신도 고개 숙이지 말 것. 당신은 당신의 자리에서 충분히 빛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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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이선우 지음 / 현대지성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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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이야기로 책 한 권을 쓰고 난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 이 책은 내 이야기가 아니지만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쓰면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나 자신을 만났다. 인생의 방향타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나를 잡아줄 무언가를 애타게 찾았는데 뜻밖에 소현의 모습에서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을 발견했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믿는 자신감이었다. (p.19) 

 

예전에 2급 항해사의 책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스물다섯 선박기관사라는 단어부터 흥미가 생겼다. 다들 그렇듯 바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기도 했고. 당연히 선박기관사가 직접 항해하는 이야기를 적은 책일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선박기관사를 “인터뷰”한 기록이다. 글을 쓰고 싶었으나 마땅한 소재가 없던 작가와 글을 쓸 시간은 없으나 소재가 풍부한 이의 만남. 이 책은 그렇게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구조에서 오는 묘한 생동감이 이 책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발 물러나 볼 때 세상은 더 아름답다고 했던가. 남의 눈으로 보는 '나, 소현'을 통해 그 말을 여실히 이해했다. 

 

전교 1등이었던 아이가 의대 사관학교라고 이름난 상산고에서의 해양대는 나름의 실패처럼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꾀를 부린 적도 없는데, 난 제자리에서 힘겹게 서 있는 건데 빠르게 앞서 나가는 이들에 의해 내가 뒤처지는 기분. 비록 “잘난 아이들의 레이스”에 서본 적은 없으나, 타의에 의해 뒤처지는 기분은 잘 알기에 선입견 없이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기로 했다. 아마 이것을 그녀가 직접 기록했더라면 많은 이들에게 '비공'을 받았을지 모르나, 타인의 눈으로 기록되었기에 그저 인생이 흔들리고, 아파하는 한 사람으로 보였다. 

 

머릿속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터널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몸이 힘들면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알 수 있었다. (p.45) / 역시 돈의 힘은 위대했다. 이것도 여러 번 하자 고질병이었던 고소공포증이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p.139) 

 

책을 읽는 내내 '소현'에게 뭉클했다가, 안쓰러웠다가, 기특했다가 하는 온갖 마음이 들었다. 아마 '선우' 역시 그런 마음으로 소현을 바라보았기에, 독자도 이런 마음을 느끼는 것일 터. 그런데도 이 책에서 짠 내만 나는 것은 아닌 이유는, 그녀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스스로 반짝이게 하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늘 같은 사람들과 늘 같은 패턴으로 생활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도 그녀는 자신이 바라보는 바다의 아름다움을, 누군가의 일에 대한 감사함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그래서 그녀는 소위 “단짠단짠”한 사람이었다. 

 

시간이 수시로 없어지는 시간대에서 사는 덕분에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뤘다가 내일은 그 시간이 영영 사라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르페디엠. (p.175) /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가 어찌 짠하기만 하다는 말인가. 그녀의 말대로 직접 머리를 잘라 꾀죄죄할지는 몰라도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선박항해사라는 직업 자체를 처음 알게 해 준 사람이기도 하지만, 잊고 살던 카르페디엠을 다시 떠올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매년 다이어리에 카르페디엠을 적던 야무진 나는 어디로 갔을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탓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어차피 이 일을 그만둘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적응하는 건 자기 몫이다. 분노하고 실망하고 원망하며 시간을 보내면 거기에 쏟아부은 감정과 에너지만 아까울 뿐이다. 그럴 시간에 오히려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p.241)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시간을 많이 돌아보았다. 그리고 오래된 다이어리를 꺼내 과거의 나를 만났다. 나의 바다에서는 그저 헤엄만 치라는 그녀의 말이 마음을 둥둥 울린다. 솔직히 요즘의 나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살아내기에 지쳤던 터라, 많이 아팠던 터라 오늘의 행복만 생각하자고 수없이 나를 다독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살랑살랑 물장구를 쳐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에게 선한 자극이 되어준 책에 감사를 전한다. 물론 나는 내일도 “오늘”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떠한가. 나의 바다가 있음을 기억해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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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도학습법
임현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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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으면 자연스럽게 유혹의 원천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것이라도 접근할 수 없다거나, 다시 접근하기 불편하면 접근하려 노력하기보다 쉽게 포기해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귀찮은 걸 싫어하는 존재니 말이다. (p.93)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시험을 싫어한다. 잘 긴장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긴장하면 목덜미부터 뻣뻣하게 굳어오는 타입인데 내게는 시험시간 시계가 똑딱똑딱 흐르는 것이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객관식에 약한 사람이다. 이상하게 아는 것도 “고르시오” 뒤에 따라오면 못 고르겠다. 하다못해 밥 먹을 때도 “아무꺼나” 전문인 내가 오지선다인들 잘 고를까. 

 

그래서 이 책이 더 관심이 갔다. 시험을 미리 접수하고, 그 시험이 다가오는 긴장감을 이용해 공부의 능률을 올린다고? 큰 성과를 낼 욕심은 없으나, 시험의 긴장을 떨쳐낼 수 있다면 보다 다양한 것을 배우고,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싶었다. 

 

 

반면 내 앞에 놓인 현안을 해결하지 않았을 때 주어지는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불이익에 대한 염려는 많이 고민하지 않고도 행동하게 하는 직관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p.137)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자 역시 “꼭 이루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맞다. 이 책은 분명 '그동안 공부해온' 것들에 대한 시험을 앞두고 학습능률을 높이는 비법이지, 생전 공부하지 않은 것을 뚝딱 해치우는 벼락치기 법은 아니다. (어떤 벼락치기는 가능할 것처럼 적혀있지만) 

 

저자도 공부나 업무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사전에 없애서 공부할 분위기를 조성하고,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어느 공부법이나 같다. 즉, 기본적인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란 거다. 하지만 저자가 다른 법은 타인의 공부법에 자신을 끼워 넣지 말고, 타인이 세워놓은 마인드 컨트롤 기준에 나를 억지로 구겨 넣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풀이하는 학습법이 가장 적성에 맞는 편인데, 우리네 학교는 주입식을 강요해왔다. 주입식 교육이, 혹은 앞글자를 따서 외우게 하는 등의 암기법이 맞지 않은 사람이 어디 나 뿐일까? 

 

 

필자처럼 글씨를 쓰는 것이 너무 싫은데 여태 손글씨로 꾸역꾸역 필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단지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보지도 않을 요약본이나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결국,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에 대한 정답은 본인만이 알 수 있다. (p.103)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에서 한가지 변화를 느낀 것은 때때로 나를 책망해왔던 시간을 뒤로 하고 내가 강요받았던 학습법, 암기법 등이 나에게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에게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하며, 성적이 늘지 않거나 성과가 없다고 속상해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능력이 없냐며 나를 책망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나는 이렇게 리뷰를 정리하듯, 내 생각을 풀이하거나 서술하는 게 맞는 사람인데 말이다. 

 

이제 나는 성적을 강요받는 나이도 아니고, 성과를 강요받을 자리의 사람도 아니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오롯이 나를 위한 공부를 해보자. 저자가 알려준 대로 내 취향에 맞추어서 말이다. 그러며 종종 나를 위해, 나를 긴장 상황에도 넣어보려 한다. 나가 아직 않아도 되지만, 나아가면 좋은 점도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인생리셋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펼친 “인생리셋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를 조금 더 사랑하는 방식의 공부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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