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주도학습법
임현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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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으면 자연스럽게 유혹의 원천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것이라도 접근할 수 없다거나, 다시 접근하기 불편하면 접근하려 노력하기보다 쉽게 포기해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귀찮은 걸 싫어하는 존재니 말이다. (p.93)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시험을 싫어한다. 잘 긴장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긴장하면 목덜미부터 뻣뻣하게 굳어오는 타입인데 내게는 시험시간 시계가 똑딱똑딱 흐르는 것이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객관식에 약한 사람이다. 이상하게 아는 것도 “고르시오” 뒤에 따라오면 못 고르겠다. 하다못해 밥 먹을 때도 “아무꺼나” 전문인 내가 오지선다인들 잘 고를까. 

 

그래서 이 책이 더 관심이 갔다. 시험을 미리 접수하고, 그 시험이 다가오는 긴장감을 이용해 공부의 능률을 올린다고? 큰 성과를 낼 욕심은 없으나, 시험의 긴장을 떨쳐낼 수 있다면 보다 다양한 것을 배우고, 성취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싶었다. 

 

 

반면 내 앞에 놓인 현안을 해결하지 않았을 때 주어지는 직접적이고도 확실한 불이익에 대한 염려는 많이 고민하지 않고도 행동하게 하는 직관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p.137)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자 역시 “꼭 이루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맞다. 이 책은 분명 '그동안 공부해온' 것들에 대한 시험을 앞두고 학습능률을 높이는 비법이지, 생전 공부하지 않은 것을 뚝딱 해치우는 벼락치기 법은 아니다. (어떤 벼락치기는 가능할 것처럼 적혀있지만) 

 

저자도 공부나 업무에 방해되는 요소들을 사전에 없애서 공부할 분위기를 조성하고,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어느 공부법이나 같다. 즉, 기본적인 노력은 해야 하는 것이란 거다. 하지만 저자가 다른 법은 타인의 공부법에 자신을 끼워 넣지 말고, 타인이 세워놓은 마인드 컨트롤 기준에 나를 억지로 구겨 넣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풀이하는 학습법이 가장 적성에 맞는 편인데, 우리네 학교는 주입식을 강요해왔다. 주입식 교육이, 혹은 앞글자를 따서 외우게 하는 등의 암기법이 맞지 않은 사람이 어디 나 뿐일까? 

 

 

필자처럼 글씨를 쓰는 것이 너무 싫은데 여태 손글씨로 꾸역꾸역 필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단지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보지도 않을 요약본이나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결국, 어떤 방법이 적합한지에 대한 정답은 본인만이 알 수 있다. (p.103)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에서 한가지 변화를 느낀 것은 때때로 나를 책망해왔던 시간을 뒤로 하고 내가 강요받았던 학습법, 암기법 등이 나에게 맞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에게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하며, 성적이 늘지 않거나 성과가 없다고 속상해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능력이 없냐며 나를 책망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함께. 나는 이렇게 리뷰를 정리하듯, 내 생각을 풀이하거나 서술하는 게 맞는 사람인데 말이다. 

 

이제 나는 성적을 강요받는 나이도 아니고, 성과를 강요받을 자리의 사람도 아니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오롯이 나를 위한 공부를 해보자. 저자가 알려준 대로 내 취향에 맞추어서 말이다. 그러며 종종 나를 위해, 나를 긴장 상황에도 넣어보려 한다. 나가 아직 않아도 되지만, 나아가면 좋은 점도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인생리셋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펼친 “인생리셋 책”이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를 조금 더 사랑하는 방식의 공부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미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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