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리포트 하루 15분의 힘 - 일상 속 숨어 있는 시간을 발견하는
서혜윤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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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한 부분을 격려하는 것도 반성이지만, 잘한 부분을 칭찬하는 것 역시 반성에 포함된다. 데일리 리포트를 피드백하는 기간 동안 내가 한 일이나 몰입도,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이 만족스러웠다면 충분히 칭찬해주자. (p.94) 

 

적는다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가 보이는 물질세계로 나오는 첫걸음이다. (p.144) 

 

미타임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살면서 한 번쯤 번아웃이 찾아온다. 특히 쉴 시간 없이 달려온 현대인이라면 더 그렇다. (...)나는 쉴시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쉴 시간마저도 계산해야 했기에 진정으로 마음 편하게 쉬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타임이 필요하다. (p.192) 

 

 

『데일리 리포트 하루 15분의 힘』을 두 번째 읽고서 리뷰를 쓴다. 나는 원래 기록을 부지런히 남기는 사람이고, 메모와 계획이 습관화되어있다 보니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다 아는 이야기 같아서' 설렁설렁 읽었던 것. 총 207P 중 192P까지 그렇게 읽다 미타임(ME TIME)에 대해 적은 말에 뭐에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쉴 시간마저도 계산해야 했기에 진정으로 마음 편하게 쉬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라는 문장 때문이었다. 처음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커피만 먹는 시간이 얼마나 멋진지 깨달아놓고, 나는 어느새 그때의 나로 돌아가 촘촘히 계획하고 촘촘히 뭔가를 하며 살고 있었던 것. 너무 피곤해 쉬고 싶다고 말해놓고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책도 안 읽고 아이와 엄마표도 하지 않은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것. 그제야 문득 나에게 시간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나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더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한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 그래서 이 책의 처음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193P가 아니라 6P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 책의 진짜 매력을 발견했다. 

 

『데일리 리포트 하루 15분의 힘』은 자신의 시간을 계획하고 각 시간에 더욱 몰입하도록 돕는 책이다. 크게 3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장에서는 데일리 리포트를 써야 하는 이유나 계획하는 법, 데일리 리포트를 점검하고 결산하는 방법론이 담겨있어 실제 다이어리를 기록해보고자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뒤로는 목표를 세우는 법과 관리법을 다루는 부분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3장이었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세세한 관리법'이 가장 닿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나는 동 출판사에서 몇 년 전 출간했던 「불렛저널」을 기반으로 일정 관리를 하는 중이었기에 앞쪽은 참고하며 필요한 부분을 체크하는 정도로 읽었고, 뒤의 내용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다. 특히 하루 관리법과 마음 관리법은 꼭 한번 읽어둔다면 생활을 하며 겪는 순간마다 큰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이 들더라.

 

또 꿈을 찾아주는 벤다이어그램에 관한 내용도 꼼꼼히 읽었다. 현대인의 10% 이상이 꿈이 없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갑자기 일어난 현상이라기보다는 우리 정도 또래들은 꿈과 직업을 혼동하여 사용했기 때문이었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좋아하고 재능이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발굴하고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기에 『데일리 리포트 하루 15분의 힘』 같은 책들이 많은 아이에게 읽히길 바란다는 생각을 했다. 

 

『데일리 리포트 하루 15분의 힘』은 성인들에게도 큰 도움을 주지만, 고등학생 무렵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능하다면 초등학생에게도 이로운 것은 물론이다) 어느새 상반기가 다 지나고 7월도 반이나 흐른 시점. 실천한 것은 없이 마음만 조급한 상태라면 더욱 이 책을 펼쳐보길 추천해 드린다. '눈 깜빡할 사이', '뭐 했다고 벌써 00시냐' 등의 말로 낭비하던 하루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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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을 빼야 살 수 있습니다 - 내장지방 명의의 내 몸을 살리는 지방간 다이어트 살 수 있습니다 1
구리하라 다케시 지음, 윤지나 옮김 / 서사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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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거의 평생을 날씬하게 살았다. (과거형이니 화내지 말 것) 내 키는 167cm인데 30대초반까지는 50kg도 되지 않았고, 임신시절에도 딱 6킬로 증가하여 조리원에서 원래 몸무게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 국물음식을 즐기지 않고 소스류를 좋아하지 않기에 가능했던 일 같다.) 그러나, 살찌지 않는다는 자신감은 보기좋게 뒤통수를 가격했다. 책맥책맥을 거듭하던 일상은 술배를 가져왔다. 원래 있던 변기덕분에 똥배까지. 그렇게 나는 ET몸매가 되었다. 

 

그런데 이놈의 뱃살은 왜 이렇게 안 빠지는거야? 운동해도 안빠지고, 굶어도 안 빠진다. 훌라후프를 돌려도 1만보를 걸어도 매일매일 그대로다. 보정속옷의 도움을 받아볼까 기웃거리던 그때, 내게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 한 권이 도착했다. 『뱃살을 빼야 살 수 있습니다』. 네? 저 이거 못빼면 죽어요??

 

 

걱정과 기대를 반반 머금고 펼친 『뱃살을 빼야 살 수 있습니다』는 나에게 변화를 가지고 왔다. 아직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좋은 변화를 만나게 될 것 같다. 내가 『뱃살을 빼야 살 수 있습니다』를 추천하는 이유는 굵게 3가지. 

 

첫번째, 쉽다. 16시간 굶기, 뭐 운동 2시간하기 그런 지키지 못할 것을 시키지 않는다. 딱 일주일, 눈 질끈 감고 할만하다. 

두번째, 잡다한 말이 없다. 먹고사는 것도 바쁜데 다이어트까지 복잡해야 하나. 이 책은 군더더기 없이 할말만 한다. 책도 기차에서 보던 그 월간지처럼 얇다. 

세번째, 돈이 들지 않는다. 나도 장비빨 세우는 사람이라 등산을 해도 등산복한벌 쫙 빼야하는 놈이지만 이 책을 보고서는 돈을 쓰지 않았다. (아! 다크초콜릿 한 통 샀다.) 진짜 집에 있는 걸로 간단히 실천해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떤 다이어트도 결코 누워서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다이어트방법은 아주, 많이 쉬운 편이다. 다들 꽤 속지 않았나. 붙이고만 있어도 살이 빠진다고? 먹고 자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고? 내 주변에도 인별에 나오는 거의 모든 다이어트제품을 사는 사람이 있었는데, 한번도 77사이즈 밑으로 내려온 적이 없다. 나를 예로 들자면 양치질 잘하고, 다크 초콜릿 먹고, 녹차 마시고, 운동 조금해서 1주일에 2킬로그램을 감량했다. 나는 몸무게를 줄이는 것보다는 뱃살빼는 것에 관심이 있던 것이기에 한달간 이 책을 따라해보려고 한다. 다시 비키니를 입을 수 있는 몸이 되도록, 크롭티를 당당히 입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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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과 작별하는 심플 라이프
제시카 로즈 윌리엄스 지음, 윤효원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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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달라도 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흔들려고 해도 자신의 본 보습을 지키면 된다. 우리 모습 그대로 괜찮다. (P.45)

 

나 자신에게, 특히 과거의 내 모습에 친절해야 한다.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의 내가 없다.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사려 깊게 행동해야 한다. (P.65)

 

사람들은 충분함을 저마다 다르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나 가족에게 과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충분함에 대한 생각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고, 매년 또는 삶의 단계에 따라 바뀐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P.128)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의 여정, 당신의 이야기 중심에는 자신이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야 나의 가치를 존중하고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P.147) 

 

내게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만 남기자 나의 정체성이 드러났다. 예전처럼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고 훨씬 독립적인 느낌이었다. (P.169)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내면과 넘치는 자기애에서 나온다. 다른 사람이나 물질로 증명할 필요 없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우리는 평생 지탱해주는 행복이다. (P.196)

 

내가 좋다고 느끼면 옳은 것이다. 내가 쫓던 행복과 만족은 결국 느낌이지 겉모습이 아니다. (P.211)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갈라진 틈으로 빛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자. (P.248) 

 

 

밀리언서재의 신간 『심플라이프』는 일상과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책이다.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우리는 바탕화면의 아이콘을 정리하고 휴지통을 비우는 것처럼 일상에도 리셋이 필요하다는 것을 환기시킨다고 할까? 작가 역시 '일상이 버벅거릴 때는 휴지통을 비워라'라고 말한다. 『심플라이프』에서는 추억, 옷장, 집, 잡동사니, 친구, 하루, 생각, 감정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적인 것을 정리하고 단순해지라고 말한다.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심플라이프』를 읽으며 마음에 닿았던 구절이 꽤 있었다.

 

또 『심플라이프』는 군데군데 자기 생각을 정리하도록 비워진 칸들이 있었기에 책을 읽으며 메모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이어리처럼 활용할 수 있겠다. 이 부분에 제시되는 작가의 물음들이 꽤 날카로워 나 역시 대답을 떠올려보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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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붉은 매화 향을 담다 (표지 2종 중 ‘청록’ 버전)
서은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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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언제나 나에게 탐미의 영역이다. 봐도 봐도 모르는데, 봐도 봐도 좋은. 한때는 그림을 좀 알고 싶어 논문이라도 쓸 기세로 미술사나 미술 이론서를 읽기도 했지만, 그래 봐야 전문가가 될 수 없으니 그저 즐기는 아마추어로 남기로 했다. (사실은 포기.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냥 모르는 채로 즐기는 그림이 더 좋은 것 같다. 역시 좋은 것은 남겨두어야 한다) 그런 나에게 그림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 또 하나 생겼다. 『조선의 명화 -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제목부터 서정 끝판왕인데, 내용은 또 어찌나 술술 읽히는지! 조선의 명화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여, 부디 『조선의 명화 -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를 읽어서라.





『조선의 명화 -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는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작품으로 서은경 작가의 한국풍의 만화로 화가와 작품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조선의 명화를 표현하셨을까 하는 기대와 그러면서도 명화의 깊이를 만화에 담길 수 있을까 우려 반으로 기다려왔던 책! (출간 일정을 문의하기까지 했다.^^:) 받자마자 한달음에 읽고, 아이와 읽고, 또다시 읽고서야 겨우 책을 덮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만화의 익숙함에 명화의 서정성을 제대로 물들인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또 웹툰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먹'의 아름다움과 한국적 아름다움을 온전히 전하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는 『조선의 명화 -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의 표지부터 어느 한 페이지 빼지 않고 '완벽히 아름답다'라고 느꼈는데, 아이는 한 박자 늦게 감동했다. 처음에는 옛날 그림 같다, 옛날 책이냐 묻더니 책의 중반을 넘어서서는 조선 시대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설명해줄 언어가 짧아 한국의 미를 제대로 전달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아마 이 책을 만나는 누구라도 그런 감상을 느끼리라 생각한다. 만화의 형식이기에 전혀 부담 없이 가볍게 책장을 넘기면서도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





또 『조선의 명화 -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선 대화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이해하게 되니, 지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인왕제색도부터 몽유도원도, 사인휘호, 좌수도해도, 세한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느끼고 이해하게 되는 것. 개인적으로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정선의 청풍계도 편을 읽으며 코끝이 찡해졌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 흙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그처럼 아름답다면 맑게 살려 애쓴 인생에 보답이라 여기며 아쉬움 없이 돌아가리”라는 문장을 읽는데 문득, 훗날 나도 그런 마음이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더 정성껏 살아야지 싶어지더라.





『조선의 명화 -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는 조선의 명화도, 서은경 작가의 붓질도- 그림에 숨은 이야기와 작가가 들려주고 싶던 이야기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이, 또 무엇하나 거북하게 넘침이 없이 완전히 어우러지는 작품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산수화처럼, 어우러져 살아가듯 말이다.





만화로 명화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던 우려는 말끔히 지우고, 얼마나 재미있을지 기대하던 마음은 가득히 채워준 책, 『조선의 명화 -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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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의 저항자들 - 유대인 여성 레지스탕스 투쟁기
주디 버탤리언 지음, 이진모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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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돌아온 건 기적이에요. 하지만 사람이 얼마나 자주 기적에 의존할 수 있을까요? 

사람이 기적에 자주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어떤 기적은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 (p.371) 

 

 

유대인 투쟁기를 몇 권이나 읽었음에도 지식이 부족한 탓인지, 빙산의 일각을 읽어서인지 여전히 나는 이 내용에 적응하지 못한다. 특히나 이번 『게토의 저항자들』은 내가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이야기가 워낙 많았던 터라 읽으면서도 낯설고, 놀랍고, 안타깝고 등의 감정의 연속이었다. (물론 어려움과 불편함도 감정 중의 하나였다.) 

 

몇 해 전, 한겨레출판사의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김이경)」을 읽을 당시 나는 많이 울었다. 그들이 자신의 이름은 공기 중으로 사라질지언정, 정신만은 지키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느낀 복잡미묘한 감정을 『게토의 저항자들』에게서도 순간순간 느꼈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대상으로 투쟁했는지를 앞서 신념을 위해 자신을 태워낸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들이 오늘날의 나에 비하면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애잔해진다. 『게토의 저항자들』은 논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생생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그 감정의 농도는 한층 짙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 책의 내용을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영화화도 놀라운 일이지만 놀랍지 않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책 자체가 놀라워서 다른 놀라움은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실 『게토의 저항자들』은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고, 폴란드의 소녀 이야기로 시작해 많은 레지스탕스 소녀들의 서사로, 또다시 목숨을 부지하고 저항의 역사를 쓴 여성 레지스탕스들의 이야기로 쉼 없이 전개된다. 책 내용 자체도 방대한데, 홀로코스트에 줄지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워낙 많으니 말이다. 어쩌면 『게토의 저항자들』은 홀로코스트라는 대서사시의 숨은 페이지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 작가가 우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이야기에 큰 충격을 받아 증언을 모으고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여전히 '숨겨진 페이지'였겠지. 

 

한복 치마 아래 태극기를 숨겼던 한국의 소녀들처럼, 생리대에, 팬티에 수류탄을 숨겨 들어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아우슈비츠에서도 지하저항운동을 조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차라리 이 이야기가 픽션이길 바랐다. 살기 위해 유대인임을 숨겨야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역사를 발견하고 가슴이 아팠다. 픽션보다 더 픽션같은 이 안타까운 이야기는 여전히 온전한 마침표가 찍힌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 가슴이 아프고 묵직하게 느껴진다. 우리의 아픈 과거도, 유대인들의 시간도 여전히 찾아야 할 이야기와 '제자리'가 많음을 알기에 이 이야기는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들의 굵고 작은 승리가 완전히 통쾌해지려면 그들의 용기와 정신력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변화 없이는 저항자들은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을 그들을 기억하는 이가 남았다는 자랑스러움으로 바뀔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이 책을 온전히 소화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내용 면에서도 감정 면에서도 버거운 책이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전히 다큐멘터리가 되지 못한 '숨은 저항자'들을 세상으로 꺼내왔다는 거다. 그들의 투쟁을 이제는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담아낼 『게토의 저항자들』들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보며, 그사이 더 많은 '이름 없는 투쟁가'들의 이름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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