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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김대현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세상에는 수많은 범죄소설이 존재한다. 물론 그들이 다루는 범죄도 제각기 다루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저마다 다르다. 그 소설들을 굳이 '분류'하자면 너무 복잡한 '폴더'에 머리가 깨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독자'니까 독자의 시각으로 분류를 시도해보자면, 범인을 알리고 시작하느냐 숨겨둔 채 시작하느냐가 이야기 전개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범인을 숨긴 채 이야기를 꺼낸다면 소위 '쫄깃함'에 책장을 놓지 못할 것이고, 범인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이어간다면 그들의 '범죄 이유'에 초점을 두고 책을 읽게 된다. 사실 내 생각에 세상에서 제일 '찝찝한 기분'으로 읽게 되는 범죄소설은 '범인이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하고 당위성을 인정하게 되는 경우. 세상이 더러워서 죄를 지은 범인을 욕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도 그런 류의 소설인가, 생각했다. 처음부터 민희와 민기의 범죄를 드러내며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 하지만 나는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에 뒤통수를 단단히 맞았다.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그동안 '책 좀 읽었다'라는 오만함으로 '이런 내용이 이어지겠군' 하던 나의 예상을 뒤엎었기 때문. 사실 나는 드라마도 한 두 편 보면 뒤 내용을 예상하는 편이다 보니 이 책도 초반 십여 장을 읽고 생각했다. “아, 민기와 민희가 더러운 세상에 이용당한 불쌍한 애들이겠구나, 그래서 동식이가 미워할 수도 없겠구나”하고.
하지만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범죄 자체만을 생각하기보다는 인간의 본성이나 신, 태어나는 배경과 자라나는 환경 등까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이야기 이면에 독자가 상상하게 되는 이야기, 독자가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가 꽤 숨어있었달까. 그러면서도 나는 믿는 '신'이 정말 있다면 동식에게는 어떤 뜻을 품으신 걸까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고.
사실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현실의 단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요즈음의 뉴스는 소설보다 끔찍한 이야기가 많으니까. 뜻하지 않게 부모를 잃은 동식이도, 남편을 잃고 종교에 매달려 살아가는 정화도, 외로운 성장 과정 때문에 지인이 범죄자가 아니길 바라는 진희도, 사랑하는 사람의 비밀을 알게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리원도,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지도 못하는 민기도, 범죄와 살인을 즐거움의 대상으로 보는 민희도, 그들의 보호자인 듯 그들을 돌보는 김 실장도- 지극히 비정상이지만 '뉴스에 나올만한 사람들'이지 않나. 어쩌면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들의 세상이 아닌 우리의 세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조금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았겠다 생각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했고, 그들 각자의 '당위성'을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범죄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 모두이기도 하고, 그 모두가 아니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작가의 책에서 이런 느낌을 받다니, 생경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묘하다.
아! 『그들은 후회하지 않는다』를 읽고자 한다면 늦은 시간이나 바쁜 시간대는 피할 것. 스토리의 전개도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어서 한번 펼치면 중간에 덮을 수가 없다. 또 책을 읽고 난 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테니, 부디- 여유를 가지고 책장을 여시길. (혹시 청춘 로맨스 소설 같은 표지에 전혀 다른 내용을 상상하셨다면, 표지를 다시 보시라. 그들의 손과 소매에 묻은 핏자국에 소름이 돋으실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