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kimji > 48, 클리오님 (혹은 아직 돌이 안 된 첫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_ 장난감편
아, 님. (너무 늦은 편지가 된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클리오님.
이렇게 님의 이름을 부르니, 마치 오래된 친구를 부르는 기분이 들어요. 그럼,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 후 씨익, 님의 그 선한 웃음을 보여주실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 들어요. 이렇게 님의 이름을 부르니까 말이죠.
님이 남겨주신 방명록 글을 보고서, 조금 고민했어요. 그러니까, 제가 말해드릴 것이 과연 있는가, 때문에 말이죠.
사실 저는 게으른 엄마여서 장난감은 딱 한 번 세 개를 사준 게 전부고요, 책은 중구난방, 제가 좋아하는 것을 위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도, 이렇게 편지를 따로 남기는 건 뭐랄까 제 스스로를 향한 반성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소스를 얻어가지는 않으실까 하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마음도 조금 가져봤고요.
아무튼. 그렇다고 이렇게 미리 고백하고 시작할게요.
님, 일단 제 아가는 8개월 18일이 되었어요. 아이가 맨 처음 가지게 된 건 흑백모빌이었어요. 그건 제가 직접 만들었고요, 칼라모빌(그래봤자 파스텔톤이었지만)은 선물을 받았고요. 그리고 그 다음 선물받은 게 딸랑이세트였어요. 플라스틱으로 된, 플라시보님의 페이퍼에도 써 있는 마무리가 잘 되고 매끄러운 딸랑이가 여섯개들이 세트였습니다. 플라스틱 딸랑이세트,는 지금까지도 아주 신나게 가지고 논답니다. 종류별로 각기 가지고 노는 방법이 다르고, 아이가 개월수가 늘어나면서 다른 방법으로 놀게도 되라고요. 치발기(치아발육기-이가 나기시작하면 잇몸이 간지러워서 질겅질겅 씹어대도록 된)까지 포함된 딸랑이어서 이 세트는 지금도 아주 잘 가지고 논답니다.

왼쪽 사진에 있는 봉제인형(4개월)들 보이세요? 이건 제가 결혼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인형들과 아이가 선물받은 인형들이에요. 테디베어도 있고, 손바닥보다 더 작은 액세서리 인형, 강아지 모양의 베개, 봉제 딸랑이 등. 모두 천 소재의 장난감들이죠. 이런 봉제 인형들이 바로 처음에 쥐어준 장난감이었어요. 플라스틱 딸랑이는 처음에 손 힘과 손목 힘이 별로여서 제 스스로 떨어뜨려 이마나 얼굴에 맞곤 했거든요. 무엇보다도 아토피가 없어서 별 걱정없이 저런 것들을 쥐어 주었어요. 물론 주기 전에는 빨고, 햇빛에 잘 말렸고요. 딸랑이세트와 저 봉제인형들이 아이가 처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이 되겠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처음으로 산 장난감이 바로 오른쪽에 있는 저것들, 원색의 플라스틱 장난감(7개월)입니다. 바야흐로 7개월로 막 들어섰을 때에요. 저는 무엇보다도 집안에 있는 인형들, 딸랑이, 모빌까지도 모두 파스텔톤이었어요. 그래서 부러 색깔이 화려한 걸 골랐어요. 컵쌓기, 달리는 말, 그리고 아이가 입에 물고 있는 꿀벌 치발기(쎄씨 제품이었고요, 개당 만원을 넘지 않아요. 인터넷에서 구입). 그동안 파스텔톤만 가지고 놀던 아이가 말 그대로 환장;;; 했고요. 여전히 좋아하는 장난감입니다. 특히, 저 컵쌓기는 작은 구멍이 두 개씩 뚫려 있어서 목욕할때 장난감으로도 잘 사용하고 있어요. 컵 끝에는 고무재질이 있어서 치발기 역할도 하고요. (다양한 놀이로 변환이 가능해서 권하고 싶은 장난감입니다)
가장 오른쪽 사진,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 있는 장난감이 보이시나요? 역시나 7개월에 들어섰을 때고요. 대략 롤러코스터(7개월),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장난감인가봐요. 제가 산 게 아니라 아이 외할머니가 사오신 것이어서;; 철사가 구부러져 있고, 나무 바닥이고 해서(무거워요;) 위험성이 내재. 그래서 혼자 놀때는 주지 않습니다. 아이는 재미있어 합니다. 외할머니가 저 장난감을 사오면서 함께 사주신 것이 오뚝이였는데요, 동그란 바디 위에 찍찍이로 인형을 붙이는 오뚝이였어요. 그런데 아이쿠, 아이가 그걸 번쩍 들더군요; 그러다가 제 발 위로 놓칠까봐(생각보다 무게가 꽤 되더라구요) 그 오뚝이는 그냥 장식품이 되었어요. 오뚝이를 잘 가지고 놀 수 있는 개월 수를 잘 모르겠어요. 혹시 오뚝이를 사거나, 선물 받으실 일이 있으시면 잘 알아보고 하시길요. 제가 지금 필요한 개월수를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이 외할머니가 얻어오신(친정 엄마의 친구분의 따님의 아들이 사용하던^^) 중고 장난감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소리나는 공(주먹 두 개만한 크기입니다)은 아이가 좋아라합니다. 원색이어서 그럴수도 있고, 소리때문일수도 있고. 아이가 기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물건에 열광하게 되니까 공도 괜찮은 장난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요, 님. 보다시피 제 집에 있는 장난감은 이게 전부입니다. 저것들 외의 장난감이 있다면, 그건 생활용품들(물건을 쥐기 시작한 때부터)이에요. 제 아이는 락앤락통을 무척 좋아해서^^ 두어정도의 다른 크기, 다른 모양의 락앤락통을 준답니다. 때로 그 안에 콩이나 물을 넣어서 주기도 하고요. 그럼 한나절은 거뜬히 잘 놀아요. 뿐만 아니라, 나무 주걱(물론, 손잡이부분이 입에 들어갈 수 있으므로 옆에 있을때만요) , 모유 저장 통(180ml정도가 들어가는 통인데, 아이 이유식 그릇으로도 대체할 수 있는)에 우유, 포도주스, 오렌지주스 등을 넣어서 주기도 해요. 그 뿐인가요.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모든 것을 안전한 상태로 해서 주곤 합니다. 선풍기라든지, 리모콘, 휴대폰에 지대한 관심을 끊임없이 보이고, 요즘은 제 노트북을 호시탐탐 노려서 예전에 쓰던 노트북을 아예 꺼내서 닦아주었다지요. 그러니까 장난감이라는 것이 도처에 널린 것이더라고요. 아, 엄마 아빠의 몸도 아이에게는 아주 훌륭한 장난감이기도 합니다. 눈코입에 손가락을 넣는 일, 엄마아빠의 팔이나 다리에 있는 점을 찾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기, 엄마아빠의 옷을 들추고, 내리고^^ 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지요.

냄비와 놀기(8.5개월) / 노트북과 놀기(8개월) / 이유식통과 놀기(6개월)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굳이 장난감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재미있어 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늘 하는데요. 저는 하루의 오전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아이와 뒹굴기만 해요. 게으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시기의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스킨십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다고 주장하는 육아이론도 있더라고요-. 아무 장난감 없이, 그저 아이와 폭신한 깔개 위에서 물고 핥고 빨고, 체조하고, 만지고, 뽀뽀하고, 서로의 몸을 만지면서 놉니다. 아이를 많이 웃게 하는 것이 제 목표구요^^ 아이가 많이 웃으려면 제가 많이 웃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깔깔거리면서 온 몸을 다해 서로의 몸을 가지고 놀다보면 기력이 쪽- 빠질 정도가 되지요.^^ 그렇게 놀고 낮잠 재우고나서야 제 하루가 시작이 된답니다. 참 별 거 아닌 일이죠? 그냥 아이와 뒹굴거리는 일이니까요. 참 쉽지만 중요한 일과여서 하루도 빼먹지 않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기도 하답니다.
때로는, 이렇게도 노는데요-

보시다시피,
집안의 쿠션, 이불, 베개를 이용해서 놀이터 만들어 놀기(7개월),입니다. 아이가 기는 것이 익숙하졌을 무렵부터 이렇게 잘 놀고 있어요. 사진에서 보이는 길다란 인형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어 놀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아이와 함께 기어다니면서 놀아야 한다는 단점이^^
그런데 이것보다는 옆의 사진 두 장,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 바로 '과일과 놀기(6개월)'토마토는 아이가 막 앉기 시작할 무렵,인데요. 마침 이유식을 시작할 때이기도 했어요. 목욕하기 전에 다 벗겨놓고 아이가 신나게 놀게 두었습니다. 손으로 뭉개고 비비고 그 국물이 온 몸에 묻고, 제 손에 묻은 토마토물을 또 빨아먹게 놔두었고요. 토마토 뿐만이 아니라, 수박, 참외(물론, 씨 빼고요), 포도, 귤 등의 과일을 이용해서 아이가 신나게 만지도록 하고 있거든요. 그 옆의 '콩과 놀기' 사진은 아이 할머니의 아이디어였어요. 저 또래에는 뭐든지 입에 가지고 들어가는 게 정상인데 제 아이는 그게 좀 부족해서 안심하고 놀게 했던 놀이이기도 했어요. 콩을 가득 쌓아두고 그 사이에 앉혀놓고 신나게 만지고 비비고 던지고- 온 몸으로 느끼게 하는 놀이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조부모님과 함께 지내기!(태어난 이후 계속) 저는 평균 석달에 두 번 정도의 횟수로 아이의 친가와 외가에서 일주일씩 지내다 오고 있어요. 손녀딸이 자라는 성장과정을 양쪽 어른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여섯명의 어른이(아빠엄마, 할아버지할머니, 외할아버지외할머니) 한 아이의 성장과정을 세심하고 촘촘하게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부모로부터의 사랑은 기본이고, 조부모/외조부모의 사랑을 받는 일, 그래서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온 몸으로 체득하게 하는 일은 아이에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뿐인가요. 육아에 미숙한 제가 경험자에게 온몸으로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고, 또한 아이로부터 벗어나 쉼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해 제게도 아주 풍요로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이에게서 단 한 시간이나 두어시간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초보엄마에게는 얼마나 숨통이 트이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 되는지 말이죠. 엄마의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정신이 육아에 얼마나 큰 기본이 되는지, 엄마의 온화한 얼굴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신뢰와 즐거운 마음을 전달하는지 우리는 알잖아요. 엄마의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제가 하고 있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물론, 그래서 고생하는 건 일주일씩 혼자 지내야 하는 아이아빠지만요^^;; ).
사진은 할머니댁에서 칼국수 반죽을 빚는 시간입니다. 무엇이든지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를 말릴 이유가 없다고, 옆에 앉혀서 같이 놀게 하라는 지침을 받아^^ 그날, 온 식구는 아이가 반죽해서 밀은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식사시간 내내 그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죠.
제가 너무 멀리까지 왔나요? ^^
그런데요, 님. 저도 좋은 장난감을 사주고 싶은 욕심이 없는 사람이 아닌에요. 아이가 즐거울 수 있는 것, 아이에게 유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기꺼이 충족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인걸요. 하지만, 무수한 장난감을 아이에게 전부 건넬 수 없다는 것- 그 현실적 한계 앞에서 저는 조금 의연해지기로 했던 겁니다. 아이가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무엇. 장난감이란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온 몸이 밀가루 범벅이 되면 어떻고, 온 몸에 포도껍질을 덕지덕지 붙여놓고 있으면 또 어떻겠어요. 씻기면 되고, 걸레질 한 번 더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좋은 장난감으로 아이의 감각과 즐거움을 돋을 수 있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고 저도 생각해요. 그런데 그 장난감이 꼭 비싼 가격의, 어느어느 브랜드의, 장난감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아, 최근에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장난감 대여를 알아봤던 일이고요, 원목블럭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난감 대여를 하는 건 어떨까 해서 알아봤는데, 아이쿠, 제가 하고 싶은 브랜드의 장난감 대여는 제가 사는 지방은 서비스 지역이 아니어서 (덕분에 아주 깨끗히!) 포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지요. 원목블럭은, 저희 집의 장난감의 재질이 대체로 플라스틱 혹은 봉제여서 원목의 촉감이 필요하겠다, 라고 생각. 가장 기본적인 원목블럭을 준비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원목블럭에 대해서 알아보는 중이랍니다. 사실, 그 알아보기 과정을 빨리 끝내고 (그래서 구입을 한 후, 아이의 반응을 보고서) 페이퍼를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 공부과정이 쉽지 않네요^^ 저 플라스틱 장난감을 사는데도 일주일을 공부했으니, 원목블럭을 사기 위해서는 근 한달을 공부할 듯요;;
곧 있음 예찬이의 백일이 되겠군요! 아이가 어서 고개를 가누기를 바랐던 시간이 분명 제게도 있었는데 말이지요. 요즘 제 아이는 혼자 일어나 앉습니다. 물건을 짚고 일어서고, 일어서서는 자꾸 두 손을 놓으려는 (그러니까 혼자 중심을 잡고 서려고) 시도를 해요.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커가는 아이,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제가 알아서 성장하는 아이를 보면서 문득문득 무섭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한 참말 행복하기도 하지요. 너무 빨리 자라는 것이 아쉽기도 할 때도 있지만 또한 저절로 자라는 아이같아서 대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네요.
님. 좋은 정보를 많이 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하지만요, 그 얘기 하나만큼은 하고 싶어요. 우리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언제나 노력하는 엄마,라는 사실말이지요. 그것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벌써 좋은 엄마가 아닐까 하는 오만을 가지자고 말이죠^^ 그런 자심감이 아이에게 더 큰 웃음을 보일 수 있고, 더 견고한 믿음을 건네는 육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