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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영재와 수재 ㅣ 함께하는이야기 6
명창순 지음, 박재현 그림 / 마음이음 / 2024년 4월
평점 :
정말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동화다. 그런데 읽다보니 점점 마음은 무거워지고 생각은 많아졌다. 아이들의 임신 전, 신랑과 이런 문제에 관해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뱃속의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면?! 신랑과 나의 생각은 일치했다. 낳지 않는 걸로. 왜냐하면 우리 부부도 평생 아이의 뒷바라지로 고생해야 하지만, 부모의 사망 이후 남을 아이의 문제, 만일 형제, 자매가 있다면 그 아이들에게 지워질 평생의 부담은 부모의 이기심일 뿐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생각은 육아를 하면서 부딪히고 느끼는게 많기에 변함이 없다. 그렇다보니 영재 또한 여전히 부모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아이임에도 동생에게 뭐든 양보하고 동생에 맞춰 생활해야 하는 것이 마음 아팠고, 평생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무게를 짊어진 아이의 어깨가 짠했다.
11살 영재는 발달장애를 가진 9살 동생 수재를 챙겨야 하는 형이다. 벌써 평생 아이인 상태로 자랄 동생을 평생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끼는 아이.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이미 TV 프로그램과 여러 매체를 통해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꽤 접했으니 말이다. 영재도 아직 아이였지만, 부모님의 관심은 온통 동생 수재에게 쏠려 있다. 그렇다보니 영재는 강제로 의젓해져야 했고, 강제로 애어른이 되어야 했다. 수재를 데리고 다닐 때, 사람들의 시선 역시 영재를 힘들게 했다. 뭐든 양보하고 놀아주고 돌봐줘야 하는 동생이 11살 영재에게는 조금 버거운 존재가 분명했다.
가족의 관심을 독차지 하고 있는 수재. 수재에게 형의 양보와 가족의 관심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강아지 별똥이의 임시보호가 시작되었을 때, 수재는 속상하고 무섭기만 했다. 가족의 관심이 별똥이에게 쏠리는 것도, 별똥이가 자신만 보면 짖는 것도 싫었지만 꾹 참아냈다. 나름의 양보를 했던 것인데, 가족들은 이런 수재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 양보를 해야하는지 궁금해 하던 수재.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수재를 괴롭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평소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지만, 수재의 병과 엄마의 반대로 키울 수 없었던 영재에게 한줄기 빛처럼 별똥이가 찾아왔다.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였고, 어찌어찌 임시보호를 하게 되었다. 뛸듯이 기뻤던 영재는 집에 오기 무섭게 별똥이를 챙겼다. 그 바람에 수재와 놀아주는 시간이 줄고, 돌봐주는 일에 소홀하게 되었지만 영재의 관심은 온통 별똥이 뿐이었다. 진짜 가족을 찾지 못한채 시간이 흘러갔고, 갈수록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다. 형제의 부모는 결단을 내려야 했고, 영재는 또 다시 수재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크게 반항한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부모는 놀랐고, 영재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읽는 내내 답답함이 가시질 않았다. 영재의 입장에서 보게 되다보니 출산 전에 아이의 상태를 알고 있는 상태라면 출산 자체를 고려하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문제에 정답이 어디있겠냐마는, 자꾸만 동화책을 읽으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장애아가 있는 가족에게 가족의 희생만 강요할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쉴 수 있는 시간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또 성인이 되었을 때 돌봄을 제공하는, 제대로 된 시설을 만들고 관리를 한다면 관련 사건사고나 가족의 무게가 좀 덜어지지 않을까? 지금도 관련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보니 앞으로는 달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들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해봤으면 싶은 문제가 담긴 동화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