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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우리는 언제나 직간접적으로 온라인상의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 곁에는 인터넷이 언제나 존재하니까. 온라인을 무대로 한 범죄 중 최근 모든 이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은 박사방, N번방 사건이 아닐까 싶다. 주동자들의 나이가 생각보다 어리다는 점과 어린 나이의 피해자가 있다는 점 그리고 이 범죄에 엮인 자들이 많다는 점은 전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이런 범죄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이런 범죄를 예방하지 못하는 걸까. 가담자들이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용하고 신고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자신의 욕망을 채울 수 있어서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끔찍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이야기가 꼭 N번방 사건을 닮아있었다. 그래서 분노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읽었다. 인터넷에 사용하는 모두가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용자가 아닌 감시자가 될 수는 없을까?
명문대를 진학하며 부모님이 자랑이자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천선한. 그랬던 그가 부모님의 부끄러움이자 집안의 수치가 된 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교통사고였다. 그저 사고였을 뿐인데, 사고 이후 천선한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미리 알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원한 적도 없던 특별한 능력은 천선한을 집 안에 가두고 말았다. 가족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그의 히키코모리 생활의 가장 큰 낙은 온라인 게임이었다. 그 게임 속에서 그는 현실과 다르게 영웅이었으니까. 어느 날, 1년여간 교류를 이어온 온라인 게임 친구 '시리'가 오프라인 만남을 청한다. 천선한은 고민 끝에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 허칭옌을 대타로 내보낸다. 그리고 자신은 그 뒤를 몰래 따라간다. 그런데 보이지 않던 검은 안개(천선한의 능력. 죽음이 가까워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가 시리에게 나타났고, 시리를 돕기 위해 그녀를 속였음을 실토하지만, 시리는 자신을 속인 천선한을 외면하고 만다. 그 이후 시리가 실종된다.
나 같아도 천선한과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된다면,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죽을 거라 예상만 할 수 있을 뿐 언제 어떻게 죽는지 알 수 없어 도움을 줄 수 없으니 얘기를 할 수도 없다. 무턱대고 당신은 곧 죽을 거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 특별한 능력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은 해볼 것 같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된다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시리. 그녀가 희생양으로 선택된 건 그녀가 가진 결핍 때문이었다.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시리에게 이어진 가스라이팅이 결국 그녀의 실종으로 이어진 것이다. 참 답답하고 씁쓸했다. 가스라이팅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피해자가 받게 되는 고통이 얼마나 깊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끊임없이 교묘하게 발전하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권력, 나이, 지위 등 모든 것을 떠나 법의 심판대에 올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N번방 같은 사건의 가해자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교묘하게 범죄를 저지르는 두뇌를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사용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