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자마자 7월쯤 스토킹에 시달리다 6살된 딸이 보는 앞에서 살해당한 스토킹 피해자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스토킹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게 언제부터일까. 찾아보니 스토킹 관련 법이 2021년 3월 24일 국회를 통과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법이 시행된지 고작 2년이 막 넘었다는 얘기다. 법이 마련된지 얼마 안되어서일까. 처벌법이 마련되었음에도 여전히 스토킹 관련 피해자는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살해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고, 가해자는 경고를 받아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다. 도무지 법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뉴스기사, 소설 등에서 내가 본 스토커들을 생각해보면 보통 상대방을 통제하려 하는 편이고, 자기만의 기준과 생각에서 벗어나면 돌변했다. 근데 외향은 생각보다 굉장히 멀쩡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상대 여성들은 남자의 이런 성향을 알아채지 못하고 만남을 시작한다. 이 책의 스토커 마쓰바라도 딱 이런 성향이었다. 만난지 얼마 안되서 혼자 결혼까지 생각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상대 여성의 연락처에서 남자라는 이유로 모든 연락처를 삭제하고, 상대방의 기분은 생각도 하지 않고 강제로 관계를 가졌다. 게다가 연락이 바로 닿지 않으면 비난을 쏟아냈고, 의심을 했으며 화를 냈다. 온갖 통제가 이어졌고, 여주인공 사쿠라는 결국 얼마 안되어 이별을 통보한다.
이별 후의 반응이란.. 정말 정상적이지 않은 마쓰바라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결국 사쿠라는 경찰서를 찾지만, 경찰의 대응은 정말 분노를 일으켰다. 신고를 해도 제대로 된 처벌도 보호도 없이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거지를 바꿔도 소용없었다. 소설은 마쓰바라와 사쿠라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상황을 이어갔고,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생각한 두 사람의 입장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줌으로써 공포소설이 아님에도 은근한 공포감을 선사한다. 끝까지 반성할 줄 모르는 마쓰바라를 보면서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아니면 탈출이 불가능하며 완벽하게 고립된 외딴섬에 범죄자들을 보내 그들끼리 알아서 살게 하던지. 가해자들보다 범죄 피해자들이 숨고 움츠러드는 세상이 아니었음 좋겠다. 출간 전 가제본 소설로 만나볼 수 있었던 <지지 않는 달>. 너무 재미있어서 단번에 읽어버렸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