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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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 L. 롤링을 누른 괴물 신인작가'의 작품이라는 문구에 끌려 읽어보게 된 이 책,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읽을 때는 '엘리스'와 '비올라' 두 여성의 인생을 뒤흔든 사건에만 촛점을 맞췄었는데, 읽고나니 두 여성의 삶의 굴곡이 생각지 못한 가족을 이뤄내고, 그 안에서 화해와 용서,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보여준 특별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도톰하고 묵직한 무게의 책이었지만, 읽기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난 엄마인 '엘리스'의 행동이나 대처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쌍둥이 아들이 정신을 빼고, 남편의 외도에 분노하고 있었다고 해도 딸을 차에 태우지 않고 출발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그런 실수가 저질러졌고 그로 인해 딸을 잃어버렸다면 더 열심히 찾으려 노력해야 하는게 아닌가. 그런데 그녀는 자기혐오에 빠져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아이들을 내팽겨쳤다. 아직 어린 쌍둥이 아이들이 여동생을 잃어버렸다는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엄마에게 버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에 놓이게 만든 것에 욕이 절로 나왔더랬다. 자신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유일한 안식처라 느껴지는 숲을 찾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과의 연락 수단마저 끊어버리고 16년이 넘도록 연락 한번 하지 않은채 꽁꽁 자기 안으로 숨어들기만 한 그녀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 과거를 숨긴채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정착까지 한 그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엘리스의 딸 비올라. 그녀는 레이븐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고 스스로를 숲의 정령의 딸로 알며 자랐다. 그녀를 키운 '오드리'는 끊임없는 가스라이팅 속에 사람들의 눈을 피해 비올라를 키웠다. 비올라는 또래 친구들의 삶을 전혀 모른채 숲을 친구로 여기며 자랐다. 오드리의 언니 '손드라'는 때때로 비올라를 확인하러 오드리의 집을 방문했고, 그때마다 오드리와 손드라는 각자의 너무 다른 가치관 차이로 다툼을 벌이곤 했다. 비올라는 두 사람이 다투는게 너무 싫었지만, 숲의 개울에서 만난 마을 아이들 재키, 헉, 리스를 통해 알게된 문명의 세상을 알고 싶어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손드라 이모의 주장에 공감하며 가까스로 '마마'의 허락을 얻어낸다. 비올라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오드리의 감시와 가스라이팅은 더욱 심해졌고, 급기야 비올라에게 땅의 정령에게 아기를 보내달라 빌라며 남자 아이들과의 성관계를 강요하기까지 한다. 진짜 욕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아니 뭐 이런 황당한 여자가 다 있단 말인가. 이런 환경에서 자란 비올라가 그저 짠하면서도 대견했다.

마침내, 오드리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고 비올라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 순간, 비올라는 혼란에 빠지고 만다. 왜 아니겠나.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이 거짓이었다는데 누가 그 사실을 곧바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돌아온 비올라로 인해 엘리스와 그녀의 전남편 조나, 쌍둥이 형제 리버와 재스퍼의 삶은 또 한번 풍랑을 만났듯 일렁인다. 서로가 서로로 인해 상처 받았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서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가족의 사랑을 받아들인 비올라. 뭉클했다. 그녀의 용기가 마음을 울렸다. 책을 다 읽고나니 문득 그래도 비올라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 속 수많은 실종 아이들 중 돌아온 아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니 말이다. 대체 그 많은 아이들은 누구에 의해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여전히 실종된 아이를 가슴에 품은채 찾고 있을 부모 모두에게 희소식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실종된 아이들 모두 제 이름을 되찾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뜻밖의 희망과 사랑, 치유의 과정을 만날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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