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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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한다면 "글 써서 밥벌어 먹으면 정말 좋겠다!" 는 생각을 한번쯤 하게된다. 작가와 기자가 글을 써서 밥벌이 하는 대표직업. 그럼 작가 + 기자처럼 글을 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글쓰기의 달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포인트 라이팅의 핵심이 작가적 글쓰기와 기자적 글쓰기의 융합이다. 기존 글쓰기 책에서 강조하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 조금 식상하려는 찰나, 여기서 진일보하여 구체적인 글쓰기 해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서평쓰기이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고 또 많이 써봐야 하는데 아직은 순수 창작물을 만들어 낼 내공이 부족하거나 '습작의 기억'이 필요하다면 서평쓰기가 적격이다. 일본의 유명 통역가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사망 1주일전까지도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잘 쓰여진 서평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고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 등에 나의 글쓰기를 쉽게 공개 할 수 방법이 된다. 서평뿐만 아니라 TV, 영화리뷰도 좋은 실전 글쓰기 방법이다.
 
글쓰기 법칙 중 축약의 법칙에서 예로 나온 정민교수와 스승인 이종은 교수의 사연이 재미있다. 정민 교수가 한시를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라고 번역하자 이종은 교수는 이 문장에 군더더기가 많다며 첨삭지도해서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로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일화다. 조사와 중복 표현만 빼도 글이 날렵하고 세련되어 진다. 문장 하나하나에 대해 글쓰기의 중요한 법칙들인 중복 배제, 축약, 단문쓰기등을 적용하고 글의 내용에서 포인트를 잘 잡아 구성한다면 보다 나은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저자의 글쓰기 훈련은 한번쯤 귀담아 들을만하다.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요. 열여섯 살부터 그 시간을 지켰고, 지금도 그렇헤 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렇게 말했다. 열여섯 살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나니. 오늘부터 열심히 노력하여 10년 후, 글쓰기의 달인이 되어 이렇게 말하자.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요. 책을 읽고 서평도 열심히 썼습니다. 10년 전부터 그 시간을 지켰고, 지금은 글쓰기에 자신있어요." 멋지지 않은가?
 

▷ 마음에 드는 구절

P.20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어렵고 교묘한 말로 글을 꾸미는 건 문장의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P.36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신경숙은 당시를 두고  "지루하고 춥고 덥던 시절을 견디기 위한 행위였다"고 밝힌 바 있다.

P.43 글쓰기는 세상 속에서 쓸 만한 글감을 찾는 일과 같다. 글감을 잘 찾으려면 글감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P.45 종합하면 글감 찾기는 사물이나 현상 혹은 기억, 그리고 경험에서 포인트를 찾는 일이며, 작가는 포인트를 제대로 찾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P.61 포인트 라이팅은 작가적 글쓰기와 기자적 글쓰기의 컨버전스이며 하이브리드이다.

P.66 우리 삶을 돌아보면, 실재했던 것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이야기만 남는다. 과거를 기억해보면 에피소드만 주로 생각난다. 따져보면 삶은 우리가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총합이다.

P.71 글쓰기를 빨리 하려면 단문쓰기를 해야 하고, 빨리 쓰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글을 쓸 때 데드라인, 즉 시간을 정해서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P.81 생각의 도구 중 하나는 관찰이다. 예를 들면 마티스의 스승인 들라크루아는 "5층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바닥에 완전히 닿기 전까지 그를 그려내지 못하면 걸작을 남길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P.86 포인트를 잡아야 글을 쓸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쓰면 글맛이 살아나지 않으며, 읽는 이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포인트는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P.107 건조하게 줄거리만 소개한다면 독자들은 갈증을 느낀다. "대체 재미가 있는 거야, 아닌거야"라고 말이다. 의견과 소감을 넣음으러써 리뷰는 완성된다.

P.117 자유자재로 '서술'과 '묘사'를 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우리가 연습할 방법은 '요약하기'와 '줄거리 쓰기'다.

P.118 요약을 잘하기 위해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원본과 차이 없이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약은 글을 단순히 압축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창조라고 볼 수 있다.

P.160 비평을 할 때 전문적인 자료나 시각을 펼쳐놓는 사람은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소설 리뷰를 하면서 비슷한 소설을 소개하거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인용하면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이라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P.164 글을 쓰면서 홀로, 깊이 울어보았다면 알 것이네. <난쏘공>을 쓴 작가는 얼마나 많이 울었겠는가. 그건 울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글이네. 그건 작가가 그만큼 아프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글이야

P.217 글은 다이어트하듯 줄일 수 있을 데까지 줄여야 한다. 몽테뉴는 "싫증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쓰라"고 했다.

P.234 하루키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일상 속의 주인공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를 특유의 기묘함으로 이끈다는 데 있다.

P.241 재미보다 인내를 가지고 읽어야 하는 인문 과학 역사 책.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할까? 포인트는 딱딱한 재료를 어떻게 부드럽게 요리해서 독자에게 전해주느냐에 있다.

P.249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은희경의 소설이다. 이 제목은 릴케의 시 '우리가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P.264 독서에 내공이 있는 이들이 흔히 간과하기 쉬운 사항이 있다. 서평을 쓰면서 자신이 가진 지식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P.268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을 과학에선 '케플러의 난제'라고 한다. 케플러는 천체의 원리를 발견했지만 이를 쉽게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P.290 비판받는 상대가 어떤 불만도 제기하지 못하게. 혹은 불만이 있어도 참을 수밖에 없도록 글 자체가 완벽해야 한다. 그거려면 치밀한 구성과 연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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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만납시다
지그 지글러 지음, 이은정 옮김 / 산수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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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누구나 성공적인 삶을 꿈꾼다. 저명한 인사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며 '부럽다,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선 '저게 다 운이 아닐까? 환경이 받쳐줬겠지. 다 그런거 아닐까?' 이렇게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유없는 성공이 가능할까? 조금이라도 어떤 일에 승부를 걸어봤다면 성공이 단순한 요행수가 아닐 것이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을것이다. 성공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이 책은 단순히 사회적인 성공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궁극적으로 어떤 분야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가정과 일을 모두 아우르는 인생의 성공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수식어도 필요없다. '성공학 바이블'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다.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동기부여 책이나 성공학 관련 책은 분명 이책의 신세를 지고 있다. 책은 두껍지만 다양한 사례 제시와 절적한 예시는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이해를 돕는다. 많은 유명인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느끼는 감동은 영화 몇 편에 맞먹는다. 많은 독자들이 이렇게 좋은 책을 이제야 읽다니하며 놀라게 될 것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는 없다. 한 발자국씩, 한 계단씩만 가능하다'

빠른 발전 속도만큼 한국에서는 유난히 대박이나 급한 성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단숨에 이룰 수 있는 일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책에 나오는 성공으로 가는 계단 그림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한 계단씩 올라가 본다.

먼저 "당신의 이미지가 당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가 그 첫 걸음이다. 자문해보았다. 나는 과연 긍정적이고 건전한 자기 이미지를 가졌는가? 확신이 안선다. 내가 나를 믿고 자신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면 그 무엇도 제대로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다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공하라" 남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도와주면 나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인간은 지니고 있는 잠재력의 극히 일부만 사용한다. 확실하고 정확하게, 분명하게 목표를 세우지 않는 한 우리가 쓸 수 있는 잠재력의 최대치를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목표를 알면 성공에 이르는 길은 더 단축될 것이다. 이 책의 큰 장점은 단순히 성공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정한 인생에서의 성공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질적인 성공이 아니라 진정한 인생의 성공자가 되자고 말한다. 그 다음 계단을 오르면 올바른 태도와 건전한 정신의 중요성을 말한다. 계단을 더 올라가보자. "정상은 일을 통해 성취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일을 안하고 놀기만 하면 좋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를 성취해야 진정한 행복이 다가온다.

 

좋은 습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나쁜 습관은 들이기는 쉽지만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좋은 습관은 분명 들이지 힘들지만 한번 정착시키면 평생 나를 도와주는 충실한 비서 같은 존재가 된다. 무엇하나 빠뜨릴 내용이 없이 좋은 내용들뿐이다. 이런 내용을 주기적으로 테이프로 꾸준히 듣는다면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한번뿐인 내 인생 그냥 어영부영 대충 살며 보낼 수 없지 않은가. 성공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 보자. 몇년, 몇 십년이 걸린지 모른다. 힘들것 같다고? 하지만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이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만족감만으로도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어 준다." 첫 계단을 오르는 순간, 당신은 이미 승리자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46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는 능력은 가진 것으 2~5% 정도라고 한다.

P.74 강하고 긍정적인 자기 이미지는 성공을 위한 최고의 준비과정

P.78 남들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게 도와주면 당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P.84 현명한 부모는 자녀 앞에서 다른 아이의 외모를 칭찬하지 않는다.

P.119 긍정적이고 도덕적인 인생관을 가진 '올바른' 사람과 교제를 가질 때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커진다.

P.137 누군가를 위해 일하면 항상 그들을 위해 일해라. 어떤 일을 하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일을 해내고, 그렇게 못하겠다면 빠져나오라

P.150 자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누군가가 그 사람이 할 수 있다고 믿어줬기 때문이죠

P.185 내가 아는 대다수가 배우자에게 사랑과 애정을 보이는 행동이 촌스럽고 감상적이라고 생각한다.

P.186 심리학자들과 결혼 생활 전문 상담사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을 위해 아버지가 해줄 가장 중요한 일은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며,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가 해줄 사장 중요한 일도 남편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P.197 세계 최고의 현인이라는 솔로몬은 이렇게 말했다. "다투기 좋아하는 여자와 사느니 광야에서 혼자 사는 게 낫다."

P.204 확실하고 정확하게, 분명하게 목표를 세우지 않는 한 당신이 쓸 수 있는 잠재력의 최대치를 깨닫지 못한다.

P.209 많은 전문가들은 시간을 낭비하면 살인죄로 체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시간을 낭비하는 건 살인이 아니라 자살이다

P.213 마치 실패할 수 없는 것처럼 그 목표를 좇아 달리다보면 정말 우리가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P.217 목표가 클수록 성취에 필요한 열정을 더 크게 불러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남을 따라가는 수준이나 그저 평범한 정보면 열정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P.263 인생이라는 게임에선 당신이 목표를 설정하고 마음을 열 때 세상도 당신을 향해 보물과 상을 줄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P.278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자세를 바꾸기만 해도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P.306 넘어지거나 의시소침해진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넘어진 상태로 그냥 있거나 계속 부정적으로 생각할 때에만 실패하는 것이다.

P.328 행동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습관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 습관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성격이라는 열매를 거두게 된다. 성격이라는 씨앗을 뿌리면 운명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

P.332 큰 것들이 변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 변화를 만든다.

P.351 카세트를 활용한 교육과 동기부여가 낼 수 있는 효과만큼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는 없다.

P.401 성공과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이다. 인생은 흥미롭다. 그러나 정상으로 향하는 여행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더욱더 흥미진진하다.

P.430 어려운 일을 하다가 방향을 전환한 사람보다는 어려운 일은 해보지도 않고 피하는 사람이 더 많다.

P.440 그들은 최선을 다해도 그 일을 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구실을 찾기 위해 절반 정도의 노력만 기울이고는 모든 힘을 다하면 할 수 있었다고 합리화한다. 이들은 마음속으로 자신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P.458 이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결과에 상관없이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만족감만으로도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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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망 공부법 - 세계가 모셔 가는 인재로 만들어주는
조승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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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기술>은 사놓고 미처 읽어 보지 못하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81년생인 저자의 지적 능력의 원천에 대한 궁금증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일단 책은 무척 재미있게 잘 읽힌다. 재미없는 공부, 학원에서 하는 억지 공부는 그만하자는 말부터 아주 산뜻하지 않은가. 초등학교부터 공부에 찌든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생각할 때 저자의 주장은 굉장히 신선하다. 재미있게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말은 백배공감이다. 그렇다면 진짜 공부란 무엇일까? 바로 감성이 어우러진 공부다. 단순히 점수 잘 받고 좋은 국내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 진정한 지식인, 토탈 인텔리가 되기 위해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을 목표로 하는 것은 거창해 보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바라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개인의 만족이 최우선이지만 필요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용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많은 토탈 인텔리의 전형인 사람들을 소개한다. 모두 외국인 친구들이다. 프랑스 친구들에 대한 내용을 읽고 나도 문득 일본어 학교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가 떠올랐다. 우리보다 한자를 더 많이 알던 그 친구도 프랑스산 토탈 인텔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물망 공부법은 인문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다양한 소양을 갖춘 인간성 있는 인재를 이 사회에서는 키워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점수 위주, 취업 위주의 교육만 존재하고 최고로 좋은 대학을 가는 것과 남들 보기에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는 것만이 최고의 가치, 인생의 궁극적 목적마냥 여겨지고 있다. 모두들 정해진 길로만 가다가 같이 벼랑으로 떨어지는 레밍 같은 삶을 우리가 살다 못해 아이들에게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잘 생각해보자.

인문학적 감성이 중요하고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단순히 암기가 아닌 감각으로 깨우치고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우리가 이런 주장에 쉽게 긍정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얼마나 먼 길을 돌아 가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많은 육아서들도 아이에게 어려서부터 다양하고 많은 자극을 주라고 말한다. 직접 경험이면 더 좋지만 사정상 어렵다면 책을 통한 간접경험만 많이 하게 해줘도 아직 자라나는 새싹 같은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 할 만큼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게으른 엄마인 나도 이 책을 읽고 한번 더 결심을 다져본다. 아이에게 좋은 자극을 주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말이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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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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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중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해변의 카프카'였다.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사생활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그동안 많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책은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 인생에 대한 회고록이다. 그리고 그 인생의 한 축에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이 존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지면 나중에는 달리기가 하루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달리는 것일까. 그것도 아주 힘든 경기를 수십번 참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설도 쓰고 싶어서 쓴 것처럼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것이다. 그리고 또 중요한 이유 중 한가지는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육체노동에 가깝다는 많은 저명한 작가들의 말을 하루키도 온 몸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나이들고, 체력이 달려서 쓰고 싶은 글을 못 쓰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그건 너무 비극적인 일이니까. 하루키가 참가한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의 자세한 경기 내용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 나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는 극한의 스포츠들. 마라톤 하는 작가는 그리 흔하지 않으니 이런 이야기를 읽을 기회도 드물다. 생생한 글을 읽으면서 나도 달리고 싶어진다. 운동을 해야 겠다는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아는 가장 감동적인 철인 3 종 경기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데리고 경기를 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와 대단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고 트라이애슬론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니 더욱 큰 감동이 밀려온다. 혼자 경기를 하는 것도 힘든데 (힘들다는 표현이 보족할 것이다) 아이를 데리고 경기를 하다니. 이 아버지는 왜 이런 힘든 일을 스스로 선택한 것일까? 아버지는 스스로를 단련시키고 아들에 대한 사랑을 극한의 스포츠로 표현하는 것이다.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도 단련시킨다. 어쩌면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이 더 힘든것인지도 모른다. 하루키도 육체의 한계를 넘어 정신적인 단련을 추구하고 있는것이다. 우리도 하루키가 달리기로 건강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좋은 소설을 집필해주기를 기대한다.

 

▷ 마음에 드는 구절

P.19 더 쓸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펜을 놓는다. 그렇게 하면 다음 날 집필을 시작할 때 편해진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P.28 고맙게도 예술가의 정점은 사람마다 전혀 다르다. 가령 도스토예프시키는 60년 인생의 마지막 수년간 <악령>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같은,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두 권의 장편소설을 썼다.

 

P.37 믹 재거는 젊었을 때 "마흔다섯 살이 되어 <새티스팩션>을 부르고 있을 정도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가 60세를 넘긴 현재도 <새티스팩션>을 계속 부르고 있다.

 

P.41 나는 신체를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움직여 나감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극한으로까지 몰아감으로써, 내면에 안고 있는 고립과 단절의 느낌을 치유하고 객관화해 나가야 했던 것이다.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직감적으로

 

P.45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P.54 나로서는 작품이 햇빛을 보게 될지 못 보게 될지 하는 것보다, 그걸 다 써낸 일 자체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P.59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쓰고 싶은 만큼 책상에 앉아 매일 집중해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그리고 힘든 일인가)를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다.

 

P.63 내가 공부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소정의 교육 시스템을 어떻게든 마친 다음, 소위 '사회인'이 되고 나서부터다. 자신이 흥미를 지닌 분야의 일을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추구해가면 지식이나 기술을 지극히 ㅛ율적으로 몸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을 때달았다.

 

P.65 어느 나이까지 그와 같은 시스템을 자기 안에 확실하게 확립해놓지 않으면, 인생은 초점을 잃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주의 사람들과의 친밀한 교류보다는 소설 집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된 생활의 확립을 앞세우고 싶었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는 특정한 누군가와의 사이라기보다 불특정 다수인 독자와의 사이에 구축되어야 할 것이었다.

 

P.73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P.75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다'라는 진리이다.

 

P.103 사정을 들은 주유소의 아저씨가 화분의 꽃을 꺽어서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나에게 건네준다. "수고했어요. 축하합니다!" 이국 사람들의 그런 작은 마음 씀씀이에 가슴이 뭉클하다.

 

P.119 그만큼 혹독한 연습을 견뎌온 그들의 생각은, 그들이 품고 있던 희망과 꿈과 계획은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하고. 사람의 생각은 육체의 죽음과 함께 그다지도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것인가, 하고.

 

P.122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의식을 한 곳에 집중하는 훈련을 계속하면, 집중력과 지속력은 자연히 몸에 배게 된다. 이것은 앞서 쓴 근육의 훈련 과정과 비슷하다.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면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P.128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면, 그것은 또 사는 것의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P.145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P.152 나에게 있어 소설을 쓰는 것은 험준한 산의 암벽을 기어오르고, 길고 격렬한 격투 끝에 정상에 오르는 작업이다. 자신에게 이기든지, 아니면 지든지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P.152 육체가 시들면 (우선 아마도) 정신도 갈 곳을 잃고 만다. 그와 같은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지점을 조금이라도 뒤로 미룰 수 있기를 바란다.

 

P.175 이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는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조차 머릿속에서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P.180 그것은 '위험스러운 일을 자진해서 맡아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 나갈 만한 힘이 내 안에도 아직 있었구나' 하는 개인적인 기쁨이며 안도감이었다.

 

P.187 요절을 면한 사람에게는 그 특전으로 확실하게 늙어간다고 하는 고마운 권리가 주어진다. 육체의 감퇴라고 하는 영예가 기다리고 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P.203 즐겁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몇만 명의 사람들이 42킬로미터를 달린단 말인가

 

P.247 물론 시간도 뺏기고 에너지도 소모된다. 세상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본다면 여간해서 정상적인 생활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P.254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고 예상 밖의 일이 발생했어요, 일단 골인해버리면 모든 것은 깨끗이 자취를 감추고 만다.

 

P.255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 고통을 통과해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에서 자신이 살고 있다는 확실한 실감을, 적어도 그 한쪽 끝을, 우리는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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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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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장난감처럼 살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용법이 있다는데, 엄마는 도대체 어떻게 사용해야 아이에게 좋은 것일까? 이런 재미있는 물음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 라고 불리는 순간 기분이 한없이 좋고 행복한 감정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짜증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나를 찾는 순간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아주 먼 훗날 감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엄마가 필요한 시간은 의외로 짧다. 방심하는 순간 님은 먼 곳에 가신다. 아이가 나를 찾아주실 때, 그 순간을 아이가 또 뭐 해달라고 하는거야 하며 짜증 내지 말고 충분히 즐기자.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 이 행복한 순간들.

 

초등 1, 2, 3학년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별다른 기대를 안 했다. 아들이 안 읽고 내버려두기에 먼저 간을 본다고 무심코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야기 속에 쑥 빠져서 단숨에 다 읽었다.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본 느낌이다. 이 책은 아동도서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 생각에 이 책의 장르는 SF(science fiction)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전혀 손색없을 듯하다. 생명 장난감이라는 것은 정말 미래에 충분히 등장할 수 있다.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 밀려오는 감동. 짧지만 어른들에게도 가족의 소중함과 생명의 귀중함을 깨우치게 해준다.

 

아이를 키우는 일상은 단조롭고 반복적이다. 하지만 평이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 진정 행복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아닐까. 그리고 주위에는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서조차 소외된 이웃들이 항상 존재한다. 결손가정이나 화목하지 못한 집안 분위기는 아이들에게 큰 슬픔이다. 가장 안정되어 있어야 하고 어떤 아픔도 그 안에서라면 녹아내려야 하는 곳, 가정. 그리고 그 중심에 엄마가 존재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혹시 불량품 엄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강하게 후려친다. 아이와 잘 놀아주지 못하는 편이라고 스스로 판단하면서도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는 우직함, 가끔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대서 "엄마는 맨날 화만 내!"라며 원성을 듣는 뻔뻔함을 두루 갖춘 나. 엄마 사용법에 나오는 불량 생명 장난감이 아닐까. 안 늙어서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책을 읽고 스스로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초등학생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 이 기분, 뭐 그리 나쁘지 않네.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 보다 어른들이 봐야 할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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