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글쓰기 훈련소 - 간단하고 쉽게 글 잘 쓰는 전략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한다면 "글 써서 밥벌어 먹으면 정말 좋겠다!" 는 생각을 한번쯤 하게된다. 작가와 기자가 글을 써서 밥벌이 하는 대표직업. 그럼 작가 + 기자처럼 글을 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글쓰기의 달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바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포인트 라이팅의 핵심이 작가적 글쓰기와 기자적 글쓰기의 융합이다. 기존 글쓰기 책에서 강조하는 '다독, 다작, 다상량'이 조금 식상하려는 찰나, 여기서 진일보하여 구체적인 글쓰기 해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서평쓰기이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고 또 많이 써봐야 하는데 아직은 순수 창작물을 만들어 낼 내공이 부족하거나 '습작의 기억'이 필요하다면 서평쓰기가 적격이다. 일본의 유명 통역가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사망 1주일전까지도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겼다. 잘 쓰여진 서평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고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 등에 나의 글쓰기를 쉽게 공개 할 수 방법이 된다. 서평뿐만 아니라 TV, 영화리뷰도 좋은 실전 글쓰기 방법이다.
글쓰기 법칙 중 축약의 법칙에서 예로 나온 정민교수와 스승인 이종은 교수의 사연이 재미있다. 정민 교수가 한시를 '텅 빈 산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라고 번역하자 이종은 교수는 이 문장에 군더더기가 많다며 첨삭지도해서 '빈 산 잎 지고 비는 부슬부슬'로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일화다. 조사와 중복 표현만 빼도 글이 날렵하고 세련되어 진다. 문장 하나하나에 대해 글쓰기의 중요한 법칙들인 중복 배제, 축약, 단문쓰기등을 적용하고 글의 내용에서 포인트를 잘 잡아 구성한다면 보다 나은 글쓰기가 가능해진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저자의 글쓰기 훈련은 한번쯤 귀담아 들을만하다.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요. 열여섯 살부터 그 시간을 지켰고, 지금도 그렇헤 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렇게 말했다. 열여섯 살이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나니. 오늘부터 열심히 노력하여 10년 후, 글쓰기의 달인이 되어 이렇게 말하자.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요. 책을 읽고 서평도 열심히 썼습니다. 10년 전부터 그 시간을 지켰고, 지금은 글쓰기에 자신있어요." 멋지지 않은가?
▷ 마음에 드는 구절
P.20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어렵고 교묘한 말로 글을 꾸미는 건 문장의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P.36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신경숙은 당시를 두고 "지루하고 춥고 덥던 시절을 견디기 위한 행위였다"고 밝힌 바 있다.
P.43 글쓰기는 세상 속에서 쓸 만한 글감을 찾는 일과 같다. 글감을 잘 찾으려면 글감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P.45 종합하면 글감 찾기는 사물이나 현상 혹은 기억, 그리고 경험에서 포인트를 찾는 일이며, 작가는 포인트를 제대로 찾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P.61 포인트 라이팅은 작가적 글쓰기와 기자적 글쓰기의 컨버전스이며 하이브리드이다.
P.66 우리 삶을 돌아보면, 실재했던 것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이야기만 남는다. 과거를 기억해보면 에피소드만 주로 생각난다. 따져보면 삶은 우리가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총합이다.
P.71 글쓰기를 빨리 하려면 단문쓰기를 해야 하고, 빨리 쓰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글을 쓸 때 데드라인, 즉 시간을 정해서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
P.81 생각의 도구 중 하나는 관찰이다. 예를 들면 마티스의 스승인 들라크루아는 "5층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바닥에 완전히 닿기 전까지 그를 그려내지 못하면 걸작을 남길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P.86 포인트를 잡아야 글을 쓸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쓰면 글맛이 살아나지 않으며, 읽는 이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포인트는 바로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P.107 건조하게 줄거리만 소개한다면 독자들은 갈증을 느낀다. "대체 재미가 있는 거야, 아닌거야"라고 말이다. 의견과 소감을 넣음으러써 리뷰는 완성된다.
P.117 자유자재로 '서술'과 '묘사'를 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우리가 연습할 방법은 '요약하기'와 '줄거리 쓰기'다.
P.118 요약을 잘하기 위해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원본과 차이 없이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약은 글을 단순히 압축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창조라고 볼 수 있다.
P.160 비평을 할 때 전문적인 자료나 시각을 펼쳐놓는 사람은 당해 낼 재간이 없다. 소설 리뷰를 하면서 비슷한 소설을 소개하거나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인용하면 아무리 글을 잘 쓰는 이라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P.164 글을 쓰면서 홀로, 깊이 울어보았다면 알 것이네. <난쏘공>을 쓴 작가는 얼마나 많이 울었겠는가. 그건 울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글이네. 그건 작가가 그만큼 아프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글이야
P.217 글은 다이어트하듯 줄일 수 있을 데까지 줄여야 한다. 몽테뉴는 "싫증나는 문장보다 배고픈 문장을 쓰라"고 했다.
P.234 하루키 책의 특징 중 하나는 일상 속의 주인공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를 특유의 기묘함으로 이끈다는 데 있다.
P.241 재미보다 인내를 가지고 읽어야 하는 인문 과학 역사 책.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할까? 포인트는 딱딱한 재료를 어떻게 부드럽게 요리해서 독자에게 전해주느냐에 있다.
P.249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은희경의 소설이다. 이 제목은 릴케의 시 '우리가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P.264 독서에 내공이 있는 이들이 흔히 간과하기 쉬운 사항이 있다. 서평을 쓰면서 자신이 가진 지식을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P.268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을 과학에선 '케플러의 난제'라고 한다. 케플러는 천체의 원리를 발견했지만 이를 쉽게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P.290 비판받는 상대가 어떤 불만도 제기하지 못하게. 혹은 불만이 있어도 참을 수밖에 없도록 글 자체가 완벽해야 한다. 그거려면 치밀한 구성과 연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