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좌파의 문제는 그동안 특정한 형태의 정체성들에 초점을 맞춰온 데 있다. 노동자 계층 또는 경제적으로 착취당하는 이들과 같은 커다란 집단을 중심으로 결속을 강화하는 대신, 특정한 방식으로 소외된 점점 더 작은 집단들에 집중해온 것이다. 이는 보편적이고 평등한 인정이라는 원칙이 특정 집단들에 대한 특별한 인정으로 변형되어온 현대 자유주의의 운명이라는, 보다 커다란 스토리의 일부이기도 하다.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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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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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드라이하게 쓴 정치학자의 법정 보고서. 읽다가 지루해서 멈춘부분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그덕분에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볼수있었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통해 당시 전쟁과 반유대주의를 넘어 인간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강력한 통찰들이 곳곳에 있다. 아래는 마지만 부분의 문장들이다.

교수대에서 그의 기억은 그에게 마지막 속임수를 부렸던 것이다...자신의 장례식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이는 마치 이 마지막 순간에 그가 인간의 사악함 속에서 이루어진 이 오랜 과정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을 요약하고 있는 듯했다. 두려운 교훈, 즉 말과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을. 349p

피고가 대량학살의 조직체에서 기꺼이 움직인 하나의 도구가 되었던 것은 단지 불운이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피고가 대량학살 정책을 수행했고, 따라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남습니다...이 지구를 유대인 및 수많은 다른 민족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정책을 피고가 지지하고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즉 인류 구성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피고와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교수형에 쳐해져야 하는 이유, 유일한 이유입니다. 38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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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에서 보낸 일주일 - 1세기 그리스도인은 요한계시록을 어떤 의미로 읽었을까?
데이비드 A. 드실바 지음, 이여진 옮김 / 이레서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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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말, (소)아시아 지역 중 어디에 로마 황제 신전을 세우느냐를 놓고 여러 도시들이 경쟁하고, 그 신전을 관리하며 이름을 알리는 직을 누가 맡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간다. 드라마틱한 소재나, 반전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를 통해 로마 제국 당시의 에베소에 아르테미스 여신의 위세가 대단했고, 황제가 신격화되어 그 위세 역시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흘러가는 이야기를 통해 로마를 중심으로 소아시아 지역에 활발한 무역이 이뤄졌고, 노예무역도 활발했고, 신들을 위한 축제를 위해, 대중의 흥미를 위해 노예들의 희생이 적지 않았다는 것 역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소수의 유대인들과 그들과 다르지만 비슷한 취급을 받으면서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중에는 노예도 있고, 상인도 있고, 귀족도 있다. 굳건하게 믿음을 지키는 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이,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가 등장한다. 곳곳에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는데, 성경에 나오는 드로비모와 브로고로, 니골라, 그리고 요한...가끔 요한계시록의 말씀을 떠올리는 도시이름, 혹은 배경이나 구체적인 사건, 직접적인 말씀까지 나온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점이 놀라웠다. 저자는 지루한 배경서가 될 수 있는 책을 잔잔하지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소설? 성경 해설?로 만들었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로마-그리스의 다신 사회, 무역이 발전했던 세상, 황제 숭배와 기독교 핍박...이 요소들을 따로따로 암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내 안에서 요한계시록을 받아보았을 성도들의 모습이 그려졌고, 나라면, 지금 우리 교회라면....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요한계시록에 대한 많은 주석이 있고, 최근에는 나름 참고할만한 좋은 책들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책은 그동안 보았던 요한계시록 관련 책들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을 가장 적극적으로 상상하게 했다. 아마도, 요한계시록 관련 책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제일 먼저하게 될 것 같다. 정말 좋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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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공동체 사상 - 문화적 배경에서 본 초기 교회들
로버트 뱅크스 지음, 장동수 옮김 / IVP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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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바울의 두드러진 공헌을 두고 그의 공동체 사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바울 공동체들의 내적인 역학에 대해 말하되, 교회의 사회, 종교적인 배경으로부터 시작해서 교회가 갖는 가정 모임, 하늘의 실체로서의 특징, 은사, 다양성과 통일성, 교회에서의 여성, 각 지체들의 참여와 책임, 마지막으로 권위에 대해서까지, 총 열 덟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특징들은 단지 바울 당시의 교회들에 대한 특징 분석으로 그치지 않는데, 바울의 공동체관은 결코 정적이거나 특정 체계 안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바울의 공동체관은 생명체와 같아서 항상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각각의 순간에 실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성질이기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경청해야만 한다.(30)

1) 성경과 성찬이 중요하지만, 교회의 전부가 아니라는 지적. 이것은 당연한 얘기이지만, 교회의 표지를 두고 말씀, 성례, 치리라고 외우며 지냈던 나에게는 상당히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장로교 배경에서 자랐고, 일하고 있기에 아무래도 성경말씀을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분위기에 익숙하다. 그런데 로버트 뱅크스는 은사와 질서를 다루는 파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경과 성찬은 교회에 있어야 하는 근본적인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말씀과 성례전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이보다 더 많은 성령의 임재와 사역이 있기 때문이다.”(193) 정말로 그렇다! 교회는 성령을 힘입어 그리스도 안에서 역동적으로 살아있다. 각 교단의 색채가 있는 것은 좋을 것일 수 있으나, 너무 그것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교회의 생명력을 억압하는 일이 될 것이다. 말씀이 중요하지만, 말씀이 전부가 아니라고, 교회에는 우리의 교제와 섬김이 매우 중요하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가르치고 그렇게 교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2) 제사장이라는 어휘가 등장하지 않음. 당시의 종교, 사회 상을 고려해보면 정말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바울이 ‘레이투르기아‘, 즉 제사장의 봉사라는 용어 조차도 매우 비제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바울이 모든 성도들이 교회를 세우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고, 그들이 세상에서도 제사장 역할을 해야한다고 가르쳤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제사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바울이 적지 않은 편지를 여러 교회에 보냈는데, 이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것은 특정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지적처럼 바울은 모든 개인, 전체로서의 공동체, 세속적인 관헌들 모두가 제사장이고, 교회와 교회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가 제사장적인 섬김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바울이 교회 공동체에 대해서 일관적으로 보여주었던 내용을 주제별로 짧게, 짧게 설명한 책인데, 짧다고 해서 지나치게 쉽거나 단편적이지만은 않다. 흥미롭게, 그리고 깊이 있게 바울의 교회론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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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꿈꾼다
김형국 지음 / 비아토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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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교회를 시작하기전부터 꿈꾸고, 시작하면서 본으로 삼았고, 성장하는 가운데 재차 돌아보았던 안디옥 교회에 대한 시리즈 설교집이다. 저자는 오랜시간 지나치게 기복주의적이고, 이원론적이고, 개인주의적이고, 교인 중심적인 한국 교회를 고민했고, 대안이 되는 찾는이 중심, 진실한 공동체, 균형 있는 성장, 안팎의 변혁을 꿈꾸는 교회에 대한 힌트를 안디옥 교회에서 찾아 설교했다. 설교에서 책으로 다듬어졌지만 교회를 처음 세웠을 때의 뜨거운 마음, 다시 성찰하며 바른 교회로 성장하고자 하는 노련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이 책 곳곳에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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