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공동체 사상 - 문화적 배경에서 본 초기 교회들
로버트 뱅크스 지음, 장동수 옮김 / IVP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바울의 두드러진 공헌을 두고 그의 공동체 사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바울 공동체들의 내적인 역학에 대해 말하되, 교회의 사회, 종교적인 배경으로부터 시작해서 교회가 갖는 가정 모임, 하늘의 실체로서의 특징, 은사, 다양성과 통일성, 교회에서의 여성, 각 지체들의 참여와 책임, 마지막으로 권위에 대해서까지, 총 열 덟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특징들은 단지 바울 당시의 교회들에 대한 특징 분석으로 그치지 않는데, 바울의 공동체관은 결코 정적이거나 특정 체계 안에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바울의 공동체관은 생명체와 같아서 항상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각각의 순간에 실제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성질이기에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 경청해야만 한다.(30)

1) 성경과 성찬이 중요하지만, 교회의 전부가 아니라는 지적. 이것은 당연한 얘기이지만, 교회의 표지를 두고 말씀, 성례, 치리라고 외우며 지냈던 나에게는 상당히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장로교 배경에서 자랐고, 일하고 있기에 아무래도 성경말씀을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분위기에 익숙하다. 그런데 로버트 뱅크스는 은사와 질서를 다루는 파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경과 성찬은 교회에 있어야 하는 근본적인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말씀과 성례전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이보다 더 많은 성령의 임재와 사역이 있기 때문이다.”(193) 정말로 그렇다! 교회는 성령을 힘입어 그리스도 안에서 역동적으로 살아있다. 각 교단의 색채가 있는 것은 좋을 것일 수 있으나, 너무 그것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교회의 생명력을 억압하는 일이 될 것이다. 말씀이 중요하지만, 말씀이 전부가 아니라고, 교회에는 우리의 교제와 섬김이 매우 중요하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가르치고 그렇게 교회를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2) 제사장이라는 어휘가 등장하지 않음. 당시의 종교, 사회 상을 고려해보면 정말 특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바울이 ‘레이투르기아‘, 즉 제사장의 봉사라는 용어 조차도 매우 비제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지적한다. 바울이 모든 성도들이 교회를 세우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고, 그들이 세상에서도 제사장 역할을 해야한다고 가르쳤던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제사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바울이 적지 않은 편지를 여러 교회에 보냈는데, 이 단어를 쓰지 않았다는 것은 특정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사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지적처럼 바울은 모든 개인, 전체로서의 공동체, 세속적인 관헌들 모두가 제사장이고, 교회와 교회밖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가 제사장적인 섬김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바울이 교회 공동체에 대해서 일관적으로 보여주었던 내용을 주제별로 짧게, 짧게 설명한 책인데, 짧다고 해서 지나치게 쉽거나 단편적이지만은 않다. 흥미롭게, 그리고 깊이 있게 바울의 교회론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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