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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에서 보낸 일주일 - 1세기 그리스도인은 요한계시록을 어떤 의미로 읽었을까?
데이비드 A. 드실바 지음, 이여진 옮김 / 이레서원 / 2021년 1월
평점 :
1세기 말, (소)아시아 지역 중 어디에 로마 황제 신전을 세우느냐를 놓고 여러 도시들이 경쟁하고, 그 신전을 관리하며 이름을 알리는 직을 누가 맡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간다. 드라마틱한 소재나, 반전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를 통해 로마 제국 당시의 에베소에 아르테미스 여신의 위세가 대단했고, 황제가 신격화되어 그 위세 역시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흘러가는 이야기를 통해 로마를 중심으로 소아시아 지역에 활발한 무역이 이뤄졌고, 노예무역도 활발했고, 신들을 위한 축제를 위해, 대중의 흥미를 위해 노예들의 희생이 적지 않았다는 것 역시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소수의 유대인들과 그들과 다르지만 비슷한 취급을 받으면서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중에는 노예도 있고, 상인도 있고, 귀족도 있다. 굳건하게 믿음을 지키는 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이,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가 등장한다. 곳곳에 익숙한 이름이 등장하는데, 성경에 나오는 드로비모와 브로고로, 니골라, 그리고 요한...가끔 요한계시록의 말씀을 떠올리는 도시이름, 혹은 배경이나 구체적인 사건, 직접적인 말씀까지 나온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점이 놀라웠다. 저자는 지루한 배경서가 될 수 있는 책을 잔잔하지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소설? 성경 해설?로 만들었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로마-그리스의 다신 사회, 무역이 발전했던 세상, 황제 숭배와 기독교 핍박...이 요소들을 따로따로 암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내 안에서 요한계시록을 받아보았을 성도들의 모습이 그려졌고, 나라면, 지금 우리 교회라면....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요한계시록에 대한 많은 주석이 있고, 최근에는 나름 참고할만한 좋은 책들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책은 그동안 보았던 요한계시록 관련 책들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을 가장 적극적으로 상상하게 했다. 아마도, 요한계시록 관련 책을 추천한다면 이 책을 제일 먼저하게 될 것 같다. 정말 좋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