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사역을 시작했다. 제자훈련이 빠졌고 온라인 성경공부에 시간을 더 들이기로 했다. 나는 그동안 십계명, 주기도문을 정리해 놓은 것이 있어서 이번이 기회다 싶어 사도신경을 정리하면서 영상 강의도 만들고 있다. 몇 권의 책을 선택해서 보고 있는데 나름의 특징이 있다.

아퀴나스의 <사도신경 강해설교>. 무려 850년 전의 책인데 전혀 낯설지 않다. 중세교회라 하면 암흑, 부패, 뭐 이런것만 떠올랐는데 막상 읽어보니 결국 종교개혁자든, 복음주의자든 이 사람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뱅이나 루터가 했던 말들도 아퀴나스가 했던 말들에서 거의 반복이 되더라. 물론 그들의 특징이 분명 있지만 말이다. 꼭 필요한 내용을 길지 않은 분량에 담아냈는데, 첫째, 둘째, 셋째...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 유독 눈에 자주 보인다.

루터의 <대교리문답>.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문 해설로 이루어진 요리문답. 루터의 글은 늘 선명하다. 빙빙 둘러 이야기하지 않는다. 중요한 내용만 짧고 굵게. 때로는 전투적으로 때로는 아버지같이 따뜻하게.

칼빈의 <기독교 강요> 초판. 26세때 쓴 기독교 강요 초판.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문을 짧게 해설한 책이다. 그는 평생에 이 책을 증보해나간다. 젊을 때 쓴 책이어서 그런지 젊은 패기가 엿보인다. 여러 이단을 짧은 분량에 제시하고 판단하는 기백. 물론 칼빈은 더욱 그런 모습을 예리하게 갖춰나간다. 물론 그와 함께 나이에 맞는 넉넉함과 관용하는 모습도 커져갔다고 알고 있다.

칼 바르트의 <교의학 개요>. 난 아직 바르트의 글이 낯선가보다. 왜이렇게 졸린지. 하나님을 절대 타자로 지칭하며 하나님을 지극히 높이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바르트가 천재 신학자이지만 그의 글에도 잘 보면 루터와 칼빈이 계속 튀어나온다. 천재가 다른 게 천재가 아니라 옛것을 잘 소화만 해도 천재라 불릴 수 있는 것 같다.

임영수 목사의 <사도신경 학교>. 역시 한국 저자. 아니 대가라 그런지 글이 정말 술술 쉽게 넘어간다. 중요한건 바르트의 책에서 봤던 내용을 이렇게 쉽게 풀어냈나 싶을 정도로 놀란다. 두 권을 같이 보면 바르트의 책과 함께 임영수 목사님의 영성 강의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사도신경>. 정리 왕 답다. 이분은 역사학자라 사도신경을 다루기에 적합한 신학자이다. 군더더기 없고 짧고 굵게 개념 해설과 개념 적용으로 나누어 친절하게 설명한다.

권율의 올인원 <사도신경>. 사도신경을 개혁주의의 입장에서 짧은 시간에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고 싶으면 이 책만 보면 될 것 같음. 이 책을 통해 다른 책들로 넓혀가는 것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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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첫째가 되고, 첫째들이 꼴찌가 될 것이다" 이 말씀의뜻은 직선의 대열을 그리며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곡선의 대열, 또는 원형의 대열을 생각할 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서기 위해 달리는 대열이 아니라, 앞서고 뒤서는 개념 없이 함께 춤을 추는 대열을 생각해야 합니다. 춤추는 대열에서는 첫째와 꼴찌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함께 춤추는 대열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앞서고 뒤서는 관계에만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대열과는 전혀 다른 대열로서의 삶의 질서를 일깨워주는 말씀입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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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 - 하나님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팀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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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하나님을 말하다>. 두란노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가 직접들은 것 중에는 “내가 예수는 좋아도 교회는 안 좋아”가 제일 많았다. 납득이 가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 말고 진지하게 신앙을 추구하지만, 기독교의 교리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고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확실하진 않아도 도움이 될만한 답들이 이미 있다. 하나님이 계시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는 것만큼이나 하나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나 논리도 빈약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기독교의 역사는 기독교 변증의 역사라고 할 만큼 교회 역사 처음부터 논쟁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치열한 논리로, 어떤 이들은 기절할 만큼의 선행으로 예수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 책은 탁월한 지성과 더불어 오랜 시간 성공한 목회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팀 켈러의 기독교 변증서다. 30년 넘는 지적인 훈련과 목회 경험의 결실이 <센터처치>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 <하나님을 말하다> 역시 그의 깊은 애정이 담긴 책이라 할 만하다. 그가 좋아하는 루이스, 조나단 에드워즈의 글이나 논리가 거의 그대로 녹아 있고, 앨빈 플란팅가와 같은 기독교 철학자들의 논의를 많이 인용한다. 이러한 대가들의 글을 단순 인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목회 경험, 무엇보다 진리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과 함께 녹아 괜찮은 책이 나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여전히 마음에 염려가 생기는 건 이러한 변증도 삶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제아무리 화려한 언변과 탄탄한 논리가 있다 하더라도 별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말씀 자체에 힘이 있다는 것을 믿지만, 말씀을 삶으로 증명하는 사람이 아닌 곳에 감동이 얼마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전광훈 같은 사람들이 판을 치고, 그를 대놓고지지 하거나 심정적으로 몰래 지지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한국 기독교계에서 과연 변증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책을 잘 읽었지만 읽자마자 답답함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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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말하다 - 비극으로, 희극으로, 동화로
프레드릭 비크너 지음, 오현미 옮김 / 비아토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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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를 말하다>. 프레드릭 비크너. 오현미 옮김. 비아토르

“인간은 죄인입니다.” “예수님이 복음입니다.” “주님이 다시 오실 것입니다.” 설교자가 전해야 하는 핵심들이다. 저자는 이 명제들을 비극으로서의 복음, 희극으로서의 복음, 동화로서의 복음이라는 제목으로 바꾸어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한다. 내용도 저자의 글솜씨를 한껏 발휘하여 자칫 뻔할 수 있는 내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작년 <주목할만한 일상>을 처음 읽어보면서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을 다 읽어보고 싶어서 몇 권을 더 샀는데 이제야 두 번째 책을 읽었네. 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목회자들에게는 소설가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글이 딱 그와 같은 모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설교자들은 지극히 특별한 관점과 묘사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성도들에게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루이스의 글처럼 한 문장, 한 문장 그대로 베끼고 싶은 문장들이 많다. 혼자 보기 아까워 공유한다. 이 책 아직 못보신 분들 있다면 적극 추천합니다.

설교자는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하고 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이런 저런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옷 한 꺼풀만 벗기면 세상의 비극적 삶은 차치하고 자기 삶의 무게만으로도 수고하며 힘들어하는 가련한 맨발의 두 발 달린 짐승이다. 60p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그러하다. 흑암과 희미함이 깊음 위에, 우리 자신의 얼굴 위에 있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81p

일어날 필요도 없고 아무리 해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은혜의 희극성이다. 99p

제일장로교회에서 있을 포트럭 만찬을 위해 음식 한 가지씩은 준비하지만, 어린양의 혼인 잔치는 준비하지 않는다. 117p

설교자는 터무니없는 이 만남, 원래 그대로 고상하고 자발적이며 유쾌한 이 만남의 복음을 설교해야 한다. 119p

주인공이 탐험 길에서 만나는 생물들에게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주인공 자신이 어느 순간에든 야수나 돌이나 왕으로 변한다든가 주인공의 마음이 얼음으로 변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들은 변신에 관한 이야기로 마지막에는 모든 생물이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131p

복음이라는 동화의 전체 요점은 당연히 그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왕이라는 사실이다. 147p

내가 생각하기에 그 숨결, 그 가슴 뜀, 그 가슴 벅참이야말로 진리에 대해 우리가 지니는 가장 심원한 직관이다. 1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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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날 필요도 없고 아무리 해도 일어날 수 없는일이라는 것이 은혜의 희극성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건 생각할 수 없고, 그 일을 삼켜 버릴 만한 어둠이 아슬아슬비껴가는 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 P99

제일장로교회에서 있을 포트럭 만찬을 위해 음식 한 가지씩은준비하지만, 어린양의 혼인 잔치는 준비하지 않는다. 한밤중에 - P117

죄와 은혜, 부재와 임재,
비극과 희극, 이것들은 세상을 양분하며, 이것들이 정면으로만나는 곳에 복음이 등장한다. 설교자는 터무니없는 이 만남,
원래 그대로 고상하고 자발적이며 유쾌한 이 만남의 복음을설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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