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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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일본에서의 원제목: 소상인의 권유). 히라카와 가쓰미. 가나출판사.

 

태어나서 30년은 성장이라는 얘기를 쉬지 않고 들었던 것 같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구체적인 년간 성장 퍼센테이지를 언급하며 임기 말이면 선진국 어디쯤에 있을 거라는 공약을 얘기했었다. 지난 대선 때에야 성장보단 복지에 초점이 옮겨가면서 성장 담론은 그나마 적어진 것처럼 보인다. 물론 정부에서 내세우는 정책들이나 말들을 보면 여전히 개발의 시대, 성장의 시대를 사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고성장 시대를 살아왔다. 나도 그랬고, 우리 부모님 세대도 그랬다. 이 좁은 나라에서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그 늘어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전보다 잘 살게 되어 (살고 있는 집다운)집에 자동차도 있고,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들여 놓을 수 있고, 더 많은 욕구들을 채우며 더 성장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꾀나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이 가능했다. (우리 집에만 하더라도 멀쩡한 집, 자동차, 평면 티비, 입식 냉장고. 다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자본주의가 점점 발달? 할수록 수많은 사람들이 더욱 가난해지고 있고, 세계화를 말할수록 세계에서 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문명화된 나라를 떠받치는 역할로 전락하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계속해서 성장하던 시대는 갔고,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새로운 시대에 우리가 직면해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힘들다. 정치하는 사람에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정말 모두에게 이런 사실을 직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경제 발전의 모습에 있어서 우리보다 20년 정도를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 있어서는 더욱 그리할 것이다. 작가는 글을 시작하면서 이것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말한다.

 

멈춰 서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누구나 더 성장하거나 더 의욕적이거나 더 활기차기를 부르짖는 시대에 멈춰 선다는 것은 대세에 반하는 뒤처지는 행동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이야말로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차분하게 과거와 미래를 헤아리는 시간을 갖는다는 뜻이다. 일본은 어른이 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 정말로 그렇다. 대세를 거스르는 일을 하거나, 하다못해 말이라도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야 하고, 그것이 틀렸다고,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되는 것이기에 결코 쉬운 행동이 아니다. 결단이 필요하고, 확실한 신념과 더불어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대세의 모습이란 어떤 모습을 말하는 것일까? 이미 언급한 것처럼 성장이라는 신화, 신앙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다. 이것을 위하여 세계화가 필요했다. 값싼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팔수만 있다면 국민 경제가 균형을 잃는 것은 크게 고민할 것이 되지 못했다. (사실 세계화를 들먹이면서까지 성장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국민경제는 고려할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그런 생각할 사람들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성장하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국적기업이라는 것들이 점점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고, 한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큰 기업들은 그들을 뒤 따르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덩치가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전에 소비자와 생산자들이 서로간의 신뢰라는 가치에 기반을 두고 관계를 맺었던 것이 이제는 그러한 가치에 기반을 둔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절대적인 비대칭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소수의 거대 기업을 위하여 더욱 가속화 되었고, 소비자는 기업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였다.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기업들은 영원한 성장이라는 거짓말을 온 세상에 그럴듯하게 뿌려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믿음인가? 저자는 경제 성장의 모습을 한 사람의 성장과 비교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만일 끝없이 계속 성장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의 섭리에서 벗어난 병으로 여기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이 영원히 성장하는 꿈에 매달려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제성장의 병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이전에 가난했던 일본이 가지고 있던 정신’, 즉 소상인의 정신을 회복할 것을 주장한다. 소상공인이란 그야말로 작은 문제를 생각할 때 취할 수 있는 위치에서 비즈니스나 사회에 관여하는사람을 말하고 작은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떠안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어른즉 자신의 사업과 소비자들과의 관계에서 책임질 수 있는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 책임성과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태어난 토지에서 벗어나 이윤을 획득하고자 경쟁한다면 그곳에서 통용되는 공통 언어는 화폐밖에 없다. 화폐가 갖는 무연성이 공통 언어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화폐만이 글로벌한 세계에서 상품 교환을 중개하는 언어가 된다. 한편 로컬 세계에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토지의 관계가 우선되어 화폐는 그것들을 중개하는 한정적인 기능밖에 없다. 로컬 토지의 기반을 정비하거나 궁핍하여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에게 노잣돈을 주거나 할 때는 안습이나 관계성과는 무연한 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경제의 본래 역할은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경제란 부자의 것이 아니다. 하물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도 아니다.....그래도 나는 책임이 없는 지금 여기에 책임을 지고 싶다. 나의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는, 내가 나의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데서 생겨난다.”

 

성장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 대하여 무책임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러면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끔찍한 폐해들이 생겨났다. 저자는 바로 지금(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의 피해의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 그러한 상태를 정직하게 진단하고, 용감하게 다시 작아지기 위하여 개개인의 결단과 시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 결단과 시도란 다름 아닌 책임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을 하는 것이고, 사람들을 더 이상 돈벌이 대상이 아닌 인간으로 보면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를 주름잡는 경제전문가는 아니지만, 개인 사업을 오랫동안 하면서 이 분야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일터를 축소하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마을로 돌아오는 등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노동의 기쁨이 살아있고 인간적인 가치관이 바탕이 되는 일터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수고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저자의 경력은 책 가운데 고스란히 묻어난다. 책이 논리적이거나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면서 독자들을 설득하진 않는다. 이것이 경제학 관련 서적이라 저자의 글쓰기가 그리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느끼고 있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지금은 다시 생각할 때가 되었다는 지적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하면서 사람들과 책임 있는 관계를 맺자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은 마음에 울림을 주기까지 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나조차도 대세에 속해서 성장을 기본으로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 왔다는 것을 들킨 기분도 들었다.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방식, 사고방식이 결코 대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말이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괜찮은 대안 자본주의 책들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는데, 이 책은 정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확인하고, 우리가 결단하고 용기를 가져야 할 소상인의 정신이 무엇인지 배우고자 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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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 세례, 성경, 성찬례, 기도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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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로완 윌리엄스. 복 있는 사람

 

“20세기에 존 스토트를 읽었다면 21세기는 로완 윌리엄스다.” 이 책의 추천사들 중 하나이다. 나는 여전히 존 스토트의 군더더기 없고, 신학과 목회에 있어서 균형 잡힌 글들을 좋아하고 참고하고 있는 터라 위의 추천사 문구 광고는 이 책과 저자의 또 다른 책 신뢰하는 삶을 집어 들게 했다. 이 추천사 외에도 책은 정말 얇은데 정말 최고의 찬사들이 추천사들에 있었다.(추천사들을 다 믿는 건 아닌데, 경험상 보면 가끔 맞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진작 유명해 졌을 법 한데, 이 번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로완 윌리엄스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무척 궁금했다. 두 권 중에서, 우선 얇아 보인 이 책을 읽었다. 주제가 익숙한 만큼 글도 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쉽게 넘기기 어려웠고, 한 문장, 한 문장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이 책은 교회가 오래전부터 다뤄왔고,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례’, ‘성경’, ‘성찬’, ‘기도에 대하여 다룬다. 이 주제들을 통하여 저자는 이 네 가지 행위들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고, 이러한 행위에 참여하는 성도들이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떠한 변화를 받고, 이루어낼 수 있는지에 대하여 말해준다.

 

먼저 세례를 받는 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처음에 의도하신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복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는 신분을 부여받는 의미보다는 예수님과 연합하여 함께 사랑과 연대에 따르게 한다. 또한 세례는 예수님께서 왕이시며 선지자이시며, 제사장이셨던 것처럼 그러한 직분을 감당하셨던 예수님의 삶이 우리의 삶의 방식에 나타나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이렇게 정리한다. “그러므로 세례 받은 삶이란, 우리에게 서로를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제공해 주는 삶입니다.(예언자) 또 화해를 이루고 다리를 놓고 깨진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삶입니다(제사장)....인간 사회의 삶을 하나님의 지혜와 질서와 정의가 반영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 일하는 삶입니다.()”

 

이어서 저자는 성경, 성경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특히 성경 읽기는 오랜 세월 혼자서 조용히 묵상하는 책이기 보다는 듣는 책이었다는 점을 말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리스도인은 경청하는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고, 하나님의 음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란 것을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단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성경을 읽을 때 일정 부분이 아닌, 성경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 중요한 사실은 성경 전체를 염두에 두고 읽되, 그리스도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읽고 있는 성경은 우리에 앞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읽어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다른 사람들이 성경을 읽어 온 방식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세 번째로 성찬례는 우리가 예수님께 환영 받는 손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환영 받는 그 자리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라는 끔찍한 자리라는 점이다. 예수님은 이것을 통하여 흑암의 자리를 은혜로운 하나님께 연결했고, 그렇게 어두운 곳에서도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은혜를 베푸신다는 것을 보여주신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환난 중에도 마음을 열어 예수님의 환대에 응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들을 환대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자주 잊어버리지만) 그 자리는 동시에 우리가 죄인이고,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자리이다. 저자의 말처럼 목적지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니라, 여행 중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목적지에 이르기 위하여 성령의 사역을 필요로 하고 변화를 받아 새로워 져야 한다. 성찬은 바로 그러한 성령의 사역을 나타낼 뿐 아니라, 실제로 사역하시는 현장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도에 관하여 말하는데, 정확히 기도의 성숙에 대해서 말한다. 기도란 예수님께서 계신 곳에 서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도란 예수께서 우리 안에서 기도하도록 맡기는 것이고, 우리의 이기적인 생각과 이상과 희망을 점차 그분의 영원한 사역에 일치시켜 가는 길고도 때로는 힘겨운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오리게네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 요안네스 카시아누스의 가르침을 통해 기도란 우리의 삶 전체와 연관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화평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궁극적으로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주제인 세례, 성경, 성찬, 기도에 대해서 간단하게 서술했지만, 결코 간단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관련 주제에 대하여 듣고, 읽어온 것들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 점에 나는 저자가 말하는 성경 읽기 방식-다른 사람들이 읽어 온 읽기 방식을 수용함. 과는 분명 달랐다. 지나치게 좁고 얕게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주제들이 분명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알고 있고, 가르치고 있지만, 이것을 알아가고, 가르치는 방법 자체가 지나치게 개인에게 맞추어 져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굳이 구체적으로 각각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하지만 저자는 네 개의 주제, 짧을 지면을 통해서 이 핵심 주제들이 한 성도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서 성도와 성도 간에, 교회와 세상간의 변화를 일으켜 낸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참 매력이 있다. 나와 다른 신학의 지점에 서 있는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게 말을 걸고, 깊이 생각하게 하고, 내 것을 반성하게 한다. 아마도 여러 번 읽고, 또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다른 책이 기대가 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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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아퀴나스 사도신경 강해설교 그리스도교문헌총서 2
토마스 아퀴나스 지음,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편찬, 손은실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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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대전의 토마스 아퀴나스! 그의 마지막 설교집이란다.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놀랐다. 우선 쉽다. 사도신경을 순서대로 설명하며 설교했는데 설교를 읽는 동안 내용이 어렵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더라. 두번째는 정말 이렇게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풀어설명 하는구나...싶었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 ^^ 근 천년 가까이 지났지만 성경의 핵심 사상을 잘 짚어가며 설명한다. 새로울건 없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진 않았다. 아마도 이런 가르침들이 돌고돌아, 살을 붙이고 조금 다르게 포장해 오늘날의 설교나 해석들이 왔을 것이다. 정말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으로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집어내는데, 이것을 잘 조직해서 전하기에 머리속에 속속 들어온다.

내가 보수 개신교 소속 교회를 다니다보니 가끔식 거슬리는 해석들, 예를들자면 성례나 연옥, 지상교회에 완벽을 이야기하는 부분등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정말 탁월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로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전한 설교집이다. 물론. 라틴어공부를 위해 한쪽면에 라틴어를 함께 넣어놨는데 그게 좀 아깝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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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양장)
유진 피터슨 지음, 이종태 옮김 / IVP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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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유진피터슨. IVP

 

이 책이 처음 나온 것도 벌써 16? 정도가 된 것 같다. 이번에 청년들과 함께 보기 위해서 접한 책도 몇 년이 지난 10주년 기념 판이었는데, 내가 20대 초반 보았던 책과는 겉표지도, 글씨 크기나 종이도 많이 달라져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여전했다. 마치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함께 있을 때, 자신 있게 추천해도 실패하지 않는 메뉴. 사람들과 부담 없이 함께 즐기며 먹을 수 있는 메뉴라 말해야 할까. 교회에서 일을 한 뒤부터는 이 책으로 책읽기 모임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매번 이 책은 함께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다윗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신앙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역할을 했었다.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이번에도 다섯 명의 청년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고, 마지막 서평? 독후감?을 받았다. 현재까지 받은 세 명의 친구들의 것을 보았을 때 대만족이다. 성경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윗에 대해서 재미있게 읽었고, 다윗과 함께 하신 하나님을 기대한다는 내용들이 나의 마음을 감동하게 했다. 그래서 그동안 한 번도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조차 적어 놓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간단한 내용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제목이 책의 내용을 잘 반영해 준다. 다윗을 통해 전개하는 영성에 관한 책이다. 영성이란 무엇인가? 한동안 논란이 되었고, 지금도 명확해 보이지 않는 단어이긴 하지만, ‘하나님과 관계하는 삶에 관한 어떤 것? 이라 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저자는 사무엘상에 등장하는 다윗의 등장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열왕기상에 나오는 다윗의 죽음 이야기를 총 20개의 챕터 - ‘이야기. 이름. . 상상력. 우정. 성소. 광야. 아름다움. 공동체. 관대함. 슬픔. 어리석음. 성장. 종교. 주권적 은혜. 사랑. . 고통. 신학. 죽음.’로 나누어 바로 그 영성이란 것이 철저하게 우리의 현실에 분리 될 수 없는 것임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감상평

유진피터슨 읽기의 저자이면서 유진피터슨의 주요 저서들을 번역한 양혜원은 유진 피터슨의 책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에 대해서 1980년대 세계관 운동이 가져온 일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영성이라는 분야를 통해 새롭게 조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그리스도인의 비전’, ‘창조, 타락, 구속’,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그리고 쉐퍼의 책들은 교회생활 혹은 종교 생활뿐 아니라 나의 일상 전체, 그리고 온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알려줬다. 하지만 대게(모두가 그렇진 않았지만 대게...) 철학적 사조에 대한 관찰과 현대 사회를 분석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세계관 서적들은 그 운동을 지적으로 치우치게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때 영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탁월한 이야기꾼인 유진 피터슨은 많은 사람들을 좀 더 가볍게, 쉽게 독자들을 독자들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게 했고,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다가갈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중에서도 나는 유진 피터슨의 책들 중에서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와 함께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란 책이 그러한 역할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피터슨의 장점인 깊은 묵상에 흠뻑 잠간 상상력을 통해 성경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을 뿐 아니라, 그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놀랍게 편입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윗의 이야기들에 드러나는 일상적 배경, 그 배경들을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 이야기 행간에 숨어 있는 하나님. 저자는 이중에 어느 하나 쉽게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만나야 할 것 같은 하나님을 우리의 일상 깊은 곳. 너무 익숙해서 하나님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전쟁터. 친구 관계. 교회(-이야기하고 싶지 않은)생활, 간음죄. 고난 등의 소재를 통해서 드러낸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삶의 한 부분, 한 부분을 생략하거나, 모른 체 하거나, 숨겨 놓고자 한다면 진짜 영성. 다윗이 경험한 진짜 영성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흥미롭게 이야기 하면서 동시에 이렇게 역설한다. 공중에 30cm 정도 붕붕 떠서 하는 신앙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땀 흘리며 피 흘리셔야 했던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다윗의 이야기는 바로 땀 냄새, 피 냄새가 진동하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영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렇게 피 냄새가 나고, 땀 냄새가 진동하는 이 세상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거나, 비판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탁월한 통찰로 성경을 해석하면서 동시에 선지자적 날카로움을 가지고 현대의 세상을 비판하는 월터 부르그만의 글들이 생각이 났다. 분명 유진 피터슨의 상상력 넘치는 글쓰기가 부르그만에게 뒤지는 것 같진 않지만, 나이를 먹고 세상을 조금 더 알고 난 뒤라 그런지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이 이번에는 느껴졌다. 중요한 신앙의 주제를 집어냈다면 그것을 현실의 세계에 적용하면서 우리가 처한 삶, 세상을 비판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아마도. 그는 다윗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한 간접적 저항을 좀 더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내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유진 피터슨은 수십 년 목회를 했던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적이지 않은 방법 프로그램이 아닌, 말씀과 기도. 성례. 심방과 환대의 방법으로 수십 년간 공동체를 섬기면서 성도들의 변화를 목격한 목회자였다.(그러한 목회의 여정 중에 드러난 결과물들 중 하나가 메시지성경이었다.) 목회자로서 날선 비판이 아닌 이야기를 통하여 성도들로 하여금 죄에 대해서, 세상의 악에 대해서 저항하는 방법을 가르쳤던 목사였던 것이다. 이렇게 성도들과 함께 했던 그는 다윗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살아간 모습을 통해 여전히 동일하신 하나님을 섬기는 모습을 역시 피터슨에게는 또 다른 성도들로 여겨졌을 독자들에게 부드럽게 권면했던 것 같다.

 

책 중에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다윗의 삶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적이 단 한 차례도 있지 않았다.” 물론 따지고 보면 신앙인에게 있어서 기적이 아닌 삶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기적이라는 것을 바라면서 그것을 신앙의 표지로 여기며 참된 영성의 필수 무대인 현실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실수를 너무나도 자주 범한다. 왜 그럴까....그게 차라리 쉬운 길이기 때문일 것 같다. 직면하기 싫은 순간이 우리 삶의 현장엔 참으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앙생활에 지름길은 없다. 언제나 좁은 길. 십자가의 길이 정답인데, 피터슨은 그러한 삶은 다름 아닌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의 삶을 사는 것이라 제시한다. 나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아니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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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사랑앓이
이지은 지음 / 팜파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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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사랑앓이. 이지은. 팜파스.

˝호기심이든, 무엇이든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누군가에 대한 무한 긍정의 힘. 그 놀라운 사랑의 감정을 왜 부끄러워 할까?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 짝사랑 편

˝읽고 계산하고 정답을 골라내는 일상을 사는 청소년들에게 가슴의 뜨거움을 먼저 요구하는 사랑이란 참 뜬금없는 과제다....이 또한 성장하며 배워야 할 과정이다.˝

˝사랑은 변한다.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더 멋지게 말하면 발효된다. 열정에서 우정으로 또 동행으로...˝

˝그 사람이 좋은데 똑 떨어지는 이유가 필요할까? 사람이 좋으면 되는거다. 그 사람을 만나보니 비로소 알게 되는 나의 이상형! 그게 진짜 이상형인거다˝

˝사랑은 큰다. 그것이 아름답든 아프든. 다음 사랑의 훌륭한 선생님이 되었다는 점에서 지난 사랑의 가치는 충분하다.˝

학습법 전문가로서 청소년들과 이런저런 상담의 경력이 많은 저자인 `이지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낯설고, 놀라고, 어쩔쭐 몰라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따뜻한 사랑상담을 책으로 냈다.

저자의 상담은 상세했고, 청소년들을 아끼는 마음이 전해졌다. 조금 과장해서 내 어렸을적 이불킥 하고 싶던 일들이 고스란히 생각이 날 정도였고, 어린 시절의 내가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토닥여줌을 느끼는 것 같았다.

˝괜찮아~˝

저자는 짝사랑에서 시작하여 이별까지. 모든 사랑의 단계가 처음인 친구들에게 당황스러운 감정을 인정해주고, 사랑은 배우며 성장해 나아가는 것임을 말한다. 그저 명제적으로 가르치려 했다면 참 식상할 책이고, 주장이지만, 그동안 상담해 온 사례를 재미있게 썼다.

그래서 이 책 만큼은 중.고등학생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사랑으로 고민하는.^^ 물론. 자녀교육, 특히 이성교제, 아니 사랑지도에 답답함을 느끼는 부모님들에게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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