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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 세례, 성경, 성찬례, 기도 ㅣ 로완 윌리엄스 신앙의 기초 3부작
로완 윌리엄스 지음, 김기철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로완 윌리엄스. 복 있는 사람
“20세기에 존 스토트를 읽었다면 21세기는 로완 윌리엄스다.” 이 책의 추천사들 중 하나이다. 나는 여전히 존 스토트의 군더더기 없고, 신학과 목회에 있어서 균형 잡힌 글들을 좋아하고 참고하고 있는 터라 위의 추천사 문구 광고는 이 책과 저자의 또 다른 책 ‘신뢰하는 삶’을 집어 들게 했다. 이 추천사 외에도 책은 정말 얇은데 정말 최고의 찬사들이 추천사들에 있었다.(추천사들을 다 믿는 건 아닌데, 경험상 보면 가끔 맞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또 한 가지 이유는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진작 유명해 졌을 법 한데, 이 번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로완 윌리엄스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무척 궁금했다. 두 권 중에서, 우선 얇아 보인 이 책을 읽었다. 주제가 익숙한 만큼 글도 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쉽게 넘기기 어려웠고, 한 문장, 한 문장 생각하게 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이 책은 교회가 오래전부터 다뤄왔고,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세례’, ‘성경’, ‘성찬’, ‘기도’에 대하여 다룬다. 이 주제들을 통하여 저자는 이 네 가지 행위들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본질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고, 이러한 행위에 참여하는 성도들이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떠한 변화를 받고, 이루어낼 수 있는지에 대하여 말해준다.
먼저 세례를 받는 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처음에 의도하신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회복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분리되는 신분을 부여받는 의미보다는 예수님과 연합하여 함께 사랑과 연대에 따르게 한다. 또한 세례는 예수님께서 왕이시며 선지자이시며, 제사장이셨던 것처럼 그러한 직분을 감당하셨던 예수님의 삶이 우리의 삶의 방식에 나타나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삶의 방식을 이렇게 정리한다. “그러므로 세례 받은 삶이란, 우리에게 서로를 향해 그리고 세상을 향해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제공해 주는 삶입니다.(예언자) 또 화해를 이루고 다리를 놓고 깨진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삶입니다(제사장)....인간 사회의 삶을 하나님의 지혜와 질서와 정의가 반영된 곳으로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쳐 일하는 삶입니다.(왕)”
이어서 저자는 성경, 성경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특히 성경 읽기는 오랜 세월 혼자서 조용히 묵상하는 책이기 보다는 듣는 책이었다는 점을 말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리스도인은 경청하는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고, 하나님의 음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란 것을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는 얘기다. 단 여기에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성경을 읽을 때 일정 부분이 아닌, 성경 전체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 중요한 사실은 성경 전체를 염두에 두고 읽되, 그리스도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읽고 있는 성경은 우리에 앞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읽어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성경을 읽어 온 방식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세 번째로 성찬례는 우리가 예수님께 환영 받는 손님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환영 받는 그 자리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이라는 끔찍한 자리라는 점이다. 예수님은 이것을 통하여 흑암의 자리를 은혜로운 하나님께 연결했고, 그렇게 어두운 곳에서도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은혜를 베푸신다는 것을 보여주신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환난 중에도 마음을 열어 예수님의 환대에 응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들을 환대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자주 잊어버리지만) 그 자리는 동시에 우리가 죄인이고,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자리이다. 저자의 말처럼 “목적지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니라, 여행 중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목적지에 이르기 위하여 성령의 사역을 필요로 하고 변화를 받아 새로워 져야 한다. 성찬은 바로 그러한 성령의 사역을 나타낼 뿐 아니라, 실제로 사역하시는 현장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기도에 관하여 말하는데, 정확히 기도의 성숙에 대해서 말한다. 기도란 “예수님께서 계신 곳에 서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기도란 예수께서 우리 안에서 기도하도록 맡기는 것이고, 우리의 이기적인 생각과 이상과 희망을 점차 그분의 영원한 사역에 일치시켜 가는 길고도 때로는 힘겨운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오리게네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 요안네스 카시아누스의 가르침을 통해 기도란 우리의 삶 전체와 연관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화평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궁극적으로 구원을 베푸시는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주제인 세례, 성경, 성찬, 기도에 대해서 간단하게 서술했지만, 결코 간단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관련 주제에 대하여 듣고, 읽어온 것들과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이 점에 나는 저자가 말하는 성경 읽기 방식-다른 사람들이 읽어 온 읽기 방식을 수용함. 과는 분명 달랐다. 지나치게 좁고 얕게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주제들이 분명 그리스도인의 삶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알고 있고, 가르치고 있지만, 이것을 알아가고, 가르치는 방법 자체가 지나치게 개인에게 맞추어 져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굳이 구체적으로 각각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하지만 저자는 네 개의 주제, 짧을 지면을 통해서 이 핵심 주제들이 한 성도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이러한 행위들을 통해서 성도와 성도 간에, 교회와 세상간의 변화를 일으켜 낸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참 매력이 있다. 나와 다른 신학의 지점에 서 있는 것 같으면서도 부드럽게 말을 걸고, 깊이 생각하게 하고, 내 것을 반성하게 한다. 아마도 여러 번 읽고, 또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다른 책이 기대가 되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