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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 :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양장)
유진 피터슨 지음, 이종태 옮김 / IVP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유진피터슨. IVP
이 책이 처음 나온 것도 벌써 16년? 정도가 된 것 같다. 이번에 청년들과 함께 보기 위해서 접한 책도 몇 년이 지난 10주년 기념 판이었는데, 내가 20대 초반 보았던 책과는 겉표지도, 글씨 크기나 종이도 많이 달라져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여전했다. 마치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함께 있을 때, 자신 있게 추천해도 실패하지 않는 메뉴. 사람들과 부담 없이 함께 즐기며 먹을 수 있는 메뉴라 말해야 할까. 교회에서 일을 한 뒤부터는 이 책으로 책읽기 모임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매번 이 책은 함께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다윗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신앙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역할을 했었다.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이번에도 다섯 명의 청년들과 함께 이 책을 읽었고, 마지막 서평? 독후감?을 받았다. 현재까지 받은 세 명의 친구들의 것을 보았을 때 대만족이다. 성경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윗에 대해서 재미있게 읽었고, 다윗과 함께 하신 하나님을 기대한다는 내용들이 나의 마음을 감동하게 했다. 그래서 그동안 한 번도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조차 적어 놓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간단한 내용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제목이 책의 내용을 잘 반영해 준다. 다윗을 통해 전개하는 영성에 관한 책이다. 영성이란 무엇인가? 한동안 논란이 되었고, 지금도 명확해 보이지 않는 단어이긴 하지만, ‘하나님과 관계하는 삶’에 관한 어떤 것? 이라 하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저자는 사무엘상에 등장하는 다윗의 등장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열왕기상에 나오는 다윗의 죽음 ‘이야기’를 총 20개의 챕터 - ‘이야기. 이름. 일. 상상력. 우정. 성소. 광야. 아름다움. 공동체. 관대함. 슬픔. 어리석음. 성장. 종교. 주권적 은혜. 사랑. 죄. 고통. 신학. 죽음.’로 나누어 바로 그 영성이란 것이 철저하게 우리의 현실에 분리 될 수 없는 것임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감상평
‘유진피터슨 읽기’의 저자이면서 유진피터슨의 주요 저서들을 번역한 양혜원은 유진 피터슨의 책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에 대해서 1980년대 세계관 운동이 가져온 일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영성’이라는 분야를 통해 새롭게 조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시절 ‘그리스도인의 비전’, ‘창조, 타락, 구속’,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그리고 쉐퍼의 책들은 교회생활 혹은 종교 생활뿐 아니라 나의 일상 전체, 그리고 온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알려줬다. 하지만 대게(모두가 그렇진 않았지만 대게...) 철학적 사조에 대한 관찰과 현대 사회를 분석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세계관 서적들은 그 운동을 지적으로 치우치게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때 영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탁월한 이야기꾼인 유진 피터슨은 많은 사람들을 좀 더 가볍게, 쉽게 독자들을 독자들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게 했고,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다가갈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그중에서도 나는 유진 피터슨의 책들 중에서 ‘주와 함께 달려가리이다.’와 함께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란 책이 그러한 역할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피터슨의 장점인 깊은 묵상에 흠뻑 잠간 상상력을 통해 성경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을 뿐 아니라, 그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놀랍게 편입시키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윗의 이야기들에 드러나는 일상적 배경, 그 배경들을 통해 펼쳐지는 이야기. 이야기 행간에 숨어 있는 하나님. 저자는 이중에 어느 하나 쉽게 놓치지 않는다. 우리가 교회 안에서 만나야 할 것 같은 하나님을 우리의 일상 깊은 곳. 너무 익숙해서 하나님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전쟁터. 친구 관계. 교회(뒷-이야기하고 싶지 않은)생활, 간음죄. 고난 등의 소재를 통해서 드러낸다. 아니, 오히려 그러한 삶의 한 부분, 한 부분을 생략하거나, 모른 체 하거나, 숨겨 놓고자 한다면 진짜 영성. 다윗이 경험한 진짜 영성을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흥미롭게 이야기 하면서 동시에 이렇게 역설한다. 공중에 30cm 정도 붕붕 떠서 하는 신앙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면, 땀 흘리며 피 흘리셔야 했던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다윗의 이야기는 바로 땀 냄새, 피 냄새가 진동하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영성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그렇게 피 냄새가 나고, 땀 냄새가 진동하는 이 세상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거나, 비판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탁월한 통찰로 성경을 해석하면서 동시에 선지자적 날카로움을 가지고 현대의 세상을 비판하는 월터 부르그만의 글들이 생각이 났다. 분명 유진 피터슨의 상상력 넘치는 글쓰기가 부르그만에게 뒤지는 것 같진 않지만, 나이를 먹고 세상을 조금 더 알고 난 뒤라 그런지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아쉬움이 이번에는 느껴졌다. 중요한 신앙의 주제를 집어냈다면 그것을 현실의 세계에 적용하면서 우리가 처한 삶, 세상을 비판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아마도. 그는 다윗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한 간접적 저항을 좀 더 드러내고 싶은 욕심이 내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유진 피터슨은 수십 년 목회를 했던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미국적이지 않은 방법 – 프로그램이 아닌, 말씀과 기도. 성례. 심방과 환대의 방법으로 수십 년간 공동체를 섬기면서 성도들의 변화를 목격한 목회자였다.(그러한 목회의 여정 중에 드러난 결과물들 중 하나가 ‘메시지’ 성경이었다.) 목회자로서 날선 비판이 아닌 이야기를 통하여 성도들로 하여금 죄에 대해서, 세상의 악에 대해서 저항하는 방법을 가르쳤던 목사였던 것이다. 이렇게 성도들과 함께 했던 그는 다윗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의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살아간 모습을 통해 여전히 동일하신 하나님을 섬기는 모습을 역시 피터슨에게는 또 다른 성도들로 여겨졌을 독자들에게 부드럽게 권면했던 것 같다.
책 중에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다윗의 삶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적이 단 한 차례도 있지 않았다.” 물론 따지고 보면 신앙인에게 있어서 기적이 아닌 삶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기적이라는 것을 바라면서 그것을 신앙의 표지로 여기며 참된 영성의 필수 무대인 현실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실수를 너무나도 자주 범한다. 왜 그럴까....그게 차라리 쉬운 길이기 때문일 것 같다. 직면하기 싫은 순간이 우리 삶의 현장엔 참으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앙생활에 지름길은 없다. 언제나 좁은 길. 십자가의 길이 정답인데, 피터슨은 그러한 삶은 다름 아닌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의 삶을 사는 것이라 제시한다. 나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아니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