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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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coln in the Bardo
George Saunders (2017) / 정영목 역 / 문학동네 (2018)

2018-11-28


1. 시간이나 대충 때우자며 넘기게 되는 책이 있고 작가가 던진 수수께끼를 풀듯 잔뜩 머리를 긴장시키며 읽게 되는 책이 있고, 이 책처럼 가슴으로 읽히는 책이 있다.

죽음에게 잃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남은 사람은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보듬고 그 슬픔과 함께 살 수 있게 되는 건지.
결국 죽음은 무엇이고, 그렇게 삶은 무엇인지.

2. 형식이 새롭고 문장만큼 섬세하다. 죽은 자들은 독자에게 직접 말을 하고 (당시에) 살아있는 자들의 말은 오래된 책으로부터의 인용으로 전할 뿐이다.

3. ‘바르도’는 티벳불교에서 유래한 말로 죽은 이가 저세상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머무는 곳이라고 한다. 영혼이 저승으로 완전히 건너가기 전 49일 동안 떠도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한다.

4. 맨부커 수상작이라 해서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손에 넣은 후 ‘바르도’에 흥미를 느껴 요 근래 매우 드물게 책장에 꽂기 전에 읽은 책. 역시 맨부커는 명불허전. 그래서 또다른 맨부커 수상작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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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걸린 소녀 ㅣ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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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 라르손의 오리지널 시리즈도 그다지 만족스러웠던 건 아니지만 얘보다 훨씬 낫다. 리스베트 발길에 채이는 돌멩이에게도 서사를 부여해서 늘어지는 서술에 막판에 드러나는 플롯 자체도 만능키 해커 리스베트 때문에 결국은 시시해진다. 무엇보다 리스베트가 이렇게 말이 많을 수가 없고 와스프와 마블 코믹스의 연결은 이것 참... 노골적으로 한 급수 낮은 장르물인데 그걸 뭐가 대단한 게 있는 것처럼 하드커버로 민들었어! 리스베트 쌍둥이 자매의 활약상(!)을 보면 차라리 수퍼히어로물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이렇게 욕을 하면서도 결국 다 읽었다는.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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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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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인 작가가 쓴 러시아 역사 격동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러시아인의 이야기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작가가 미국인인 주제에 러시아인을 이야기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면서 깊이 겪어 보지 않고 그냥 책만 들입다 파도 ‘그 나라 사람’을 알 수 있는 건가? 진짜 러시아인이 이 소설 속에 묘사된 러시아를 보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배경이 꼭 러시아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장기간 호텔에 연금된다는 상황을 집어넣기가 가장 쉽거나 그럴 듯한 곳이 러시아라서 그렇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2. 작가가 미국인이란 걸 덮고 보면 소설은 산뜻하고 우아하다(즉 러시아 소설스러운 면은 없다). 주인공 알렉세이 로스토프 백작(톨스토이 <전쟁과 평화>의 나타샤도 로스토프 백작가의 딸인데!)이 산뜻하고 우아한 인물이다. 뜨겁지 않지만 기분좋게 따뜻하고 차갑지 않지만 분명하게 선을 긋는 인물이다. 게다가 인문주의적 교양과 세련되고 우아한 귀족의 취향까지 갖췄다. 그가 이런 사람이 된 것은 어느 정도 타고나 성정도 있겠지만 소설에 설명된 대로 물질적으로 아무런 걱정없이 충분히 누리고 일상잡사는 시중드는 사람들이 챙기는 부유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가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연금 생활에서도 바래지지 않았던 건 서른 셋이 될 때까지 이런 배경에서 쌓아온 내공 때문이다. 알렉세이 로스토프가 매력적인 만큼 나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누렸던 그 배경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종의 열폭인가..?

3. 사람은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환경에 지배당하게 된다. 환경에 지배당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겠다. 그러면 환경을 지배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Be the person you decide to be, not you are forced to be. 환경을 지배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혹은 어떤 사람이 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다.

4. 오바마 추천이라는데 빌 클린턴 추천인 <백년 동안의 고독>과 너무 비교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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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용광로 - 유럽을 만든 이슬람 문명, 570~1215 ㅣ 신의 용광로 1
데이비드 리버링 루이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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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s Crucible - Islam and the Making of Europe, 570-1215
David Levering Lewis (2008) / 이종인 역 / 책과함께 (2010)

2018-6-5(?) ~ 2018-7-19

오래 전에 사다 놓았지만 남편이 먼저 읽고 칭찬한 드문 책.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되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읽지 않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스페인 여행도 잘 했고 이 책도 매우 훌륭하다. 특히 이 책으로 알게 된 코르도바의 메스키타 대성당을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이란. 그 곳은 아무 것도 모르고 봤어도 신과 그 앞에서 작아지는 자신을 느끼게 했겠지만,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작은 부분일 뿐이고 어떻게 망가진 모습을 하게 되었는지를 알면서 돌아볼 때의 마음은 비교할 수 없다. 그 곳을 파괴하고 카톨릭 성당을 욱여 넣은 왕이 와서 보고는, 어디에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어디에도 없는 것을 파괴했다고 한탄했다는, 그 코르도바의 라 메스키타.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이긴 편과 진 편, 끌고 가는 자와 끌려가는 자, 누르는 자와 눌리는 자가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이런 점들이 우리가 역사를 통해 미래를 그려보는 이유, 그러면서 절망하고 때로 희망을 느끼기도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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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스페인 어느새 포르투갈 - 찬란한 청춘의 첫 번째 홀로여행
김미림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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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괜찮은 여행기다. 딱 적당한 무게라고 할까? 너무 진지하지 않고 그렇다고 어디서나 최고나 감탄만을 연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기가 다녀온 곳들의 간단한 인상들을 따뜻하고 간결하고 발랄하게 써놓은 것 뿐인데 어떤 여행안내서나 에세이보다 당장 그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여행안내서로서의 정보도 적당한 편인데 다 가 볼 수 없는데 쓰잘데기 없는 많은 정보들(수많은 맛집, 예쁘다는 가게들, 등등)은 단 하나도 없고(심지어 식당 이름 하나 묵은 호스텔 이름 하나 없음) ‘소매치기 주의’나 국제학생증의 유용함 같은 정말 유용한 팁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 안내서를 두 권이나 샀는데 그냥 이 책이나 들고 가야겠다. 세부사항은 인터넷에서 찾으면 되니까.

스물 넷에 여행을 했다는 저자는 지금은 스물 대여섯이겠네. 부럽다!!! 여전히 발랄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마음만큼은, 이십 대의 기억은 이미 희미하니, 서른 둘쯤의 것을 소환해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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