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최고.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언제나 가장 최고일 테지만. 이 소설의 경찰 조직이 법과 시민 위에 올라서서 끈끈한 ‘동료애’와 ‘조직애’(?)로 권력을 남용하고 자신들을 보호하는 방식에서, 그러면서도 자신들 때문에 국가의 질서와 정의가 유지된다고 자부하는 모습에서 지금 우리나라 검찰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소설 속 사건의 시간은 거의 50년 전 스웨덴인데 지금의 스웨덴은 그보다 훨씬 나은 곳일 거라 믿고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50년 후(!)도 지금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일 거라고.
여섯 번째 마르틴 베크. 양극화로 망가진 사회에서 어떤 범죄가 발생하는지를 건조하게 보여준다. 또 그런 사회에서는 범인을 잡아서 범죄에 대해 법에 정해진 대로 형량을 매긴다는게 ‘정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도. 일하는 시간 외에는 너무나도 피곤해서 거의 아무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제대로 읽은 책이 무엇인지도 가물한 시절. 마르틴 베크여서 정말 오랜만에 늦게까지 앉아서 읽었다. 비가 아주 많이 내리는 밤.이제 일곱 번째 마르틴 베크로!덧) 아이리드잇나우에 배신당하고 새로 북트리란 앱을 찾았다. 오 다행이 쓸 만한 듯!
천천히 씹으면서 읽어야 할 책이다. 기억의 진실성(혹은 곧이곧대로의 사실성?)과 자아의 관계를 다룬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이 가장 맘에 들었고 평행세계의 자기의 다른 자아들과 통신할 수 있는 세상을 다룬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도 괜찮았다. 사실 다 훌륭하다. 중편 단행본도 갖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만큼은 지루했지만. 내가 무언가를 ‘키운다’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디지털 캐릭터도 마찬가지고. 테드 창의 작품들은 대체로 정교한 사고실험이다. 이런 SF를 한번 읽으면 아무 생각 없이 책장만 술술 넘어가는 책들을 읽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