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스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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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탄보다 지루했다. 일단 필요한 모든 클리셰들 - 츤데레에 조직의 규칙은 모두 ‘따위’일 뿐 스스로의 규칙이 중요한 상남자 형사 주인공, 자신과 조직의 앞가림에만 급급할 만큼 쪼잔한 적, 아름다운 외모에 그만큼 깊은 속마음과 비밀을 품은, 하지만 플롯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여자, 콜래트럴 데미지...-들이 편안하다 못해 예측가능함으로 지루함에 일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상황의 복선(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안 쓰지만 아무튼 읽기 시작하면 아주 초반부터 쉽게 알아챌 수 있다)이 너무나 빤하다. 도시나 술집, 그 장소에 있는 인간군상들과 마지막 전투의 묘사가 훌륭하지만 아무튼 뼈대가 너무나 뻔해서. 장강명 소설가는 3탄인 <콘크리트 블론드>를 별 넷이나 줬던데 다시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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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코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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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장강명의 페이스북에서 보고 읽게 되었다.

LA는 필립 말로의 도시인데 필립 말로도 영원히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정말? 레이먼드 챈들러의 그 책들이 있는데도?) 히에로니머스 “해리” 보슈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지. 속으로는 ‘너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는 건 하수구로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그만큼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는 형사. ‘가끔 자기만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세상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게 문제였다. 다들 진지하게 매진해야 하는 일 대신 취미나 부업을 갖고 있다는 것.’

세월이 흘러 사회가 더 문명화(?)된 만큼 다소 말랑한 하드보일드(모순형용!)라는 느낌이 있고 무엇보다 다소 길다. 길수록 하드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대체로 필립 말로에 대한 향수를 느끼면서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덤 앤 더머 커플을 떠오르게 하는 커플도 나온다. 베크의 친구들보다 더 빨리 사라지는 것 같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마르틴 베크가 무지 보고 싶어져서 책 소개에 직접 이에 대한 오마주라고 써있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베르호벤 시리즈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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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4 - 제1부 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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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이라고도 불리는 행성 아라키스는 사막과 비행기까지도 씹어먹을 수 있는 모래벌레, 그리고 어떻게든 적응한 원주민-프레멘-이 살고 있는 아주아주 척박한 행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곳에서만 (알려진) 온 우주에서 가장 귀한, 그래서 가장 비싸고 막대한 이윤이 남는 상품(일종의 약물인 스파이스)이 생산된다. 이 척박한 행성은 바로 이 때문에 황제와 대귀족들의 권력다툼의 장이 된다. 이윤에만 혈안인 하코넨 가문(알고 보니 황제를 등에 업고 있었다)은 명예를 더 중시하는 아트레이드 가문을 아라키스로 끌어들어 멸족시킨 후 아라키스에 대한 지배권과 이윤을 더 확실하게 다지려고 한다.

아트레이드의 상속자 아들은 (이야기가 계속되어야 하니까 어쩌면 당연히) 살아남았다. 아들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도.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어머니는 3천 년은 족히 된 베네 게세리트라는 어느 정도는 베일에 싸인 일종의 지식권력기관의 일원이었고 아들인 폴 ‘무앗딥’ 아트레이드는 (알고 보니) 베네 게세리트가 가장 뛰어난 두뇌를 지닌 인간을 만들기 위해 무려 90세대에 걸쳐 행한 신중한 유전자 선택 교배의 최종 산물(!)이었던 거다. 척박한 환경에서 고난에 익숙하고 그만큼 해방을 기다려 왔던 원주민 프레멘들에게 (베네 게세리트가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던 것처럼 수천 년 전에 프레멘들에게 심어놓은 메시아 예언 때문에 더 쉽게) 이들 모자는 거의 구세주처럼 받아들여지게 되고이들의 지지와 복종적인 헌신을 무기로 폴 무앗딥 아트레이드는 하코넨 일가와 황제를 제압하고 새로운 우주연합의 황제가 된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전 우주적인 지하드의 막이 오른 것이고.

이게 듄 1부인데... 일단 재밌었다. 고 해야되겠지. 그런데 이걸 종교와 광신도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로 읽으면 섬뜩한 게 있다. 이제 곧 광신도로서 지하드에 뛰어들게 될 프레멘들의 고난의 세월과 소망, 그런 것들이 ‘구원자’를 만나면 얼마나 쉽게 광신도의 연료가 되는지. 사실 그 구원자라는 것, 퀴사츠 헤더락의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는 것은 미래의 무수한 가능성을 매우 짧은 시간 안에 모두 계산해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능력은 유전자의 조작(우수한 형질만 모일 때까지 주의 깊게 ‘교배’를 반복)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 될 만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무앗딥은 말한다. 종교에 의무가 씌워지면 인간은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항상 개인 이하의 존재가 된다고 했다. 여기서 의무에는 당연히 무조건적인 복종이 포함될 것이다...

그밖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는데 엄지 두 개로 스마트폰 작은 화면을 보면서 여기까지 찍다보니 좀 지겹다. 아, 한 가지 더. 지하드로 향하는 이 세계의 많은 단어들이 이슬람의 단어들과 비슷하다는 게 묘하다. 작가의 편견이 개입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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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과 이완의 해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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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서둘러(?) 읽은 이유는 “잠” 때문이었다. 인생이 괴로운 나머지 리셋하기 위해 1년 동안 잠을 자기로 했다는 얘기라고 해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잠”이다. 시간을 뭉텅뭉텅 끊어 먹는 잠. 그렇게 견뎌야 할 시간을 팍팍 줄어주는 잠. 이걸 진지하게 인생에 적용하다니!

결론은 “괜히 읽었다”. 위선보다 짜증나는 게 위악인데 주인공은 그냥 봐도 재수 없을 타입인데 위악까지 부리고 이게 1인칭이니까 정말 역겹다. 그나마 마지막 두 개의 장만 읽을 만했고 사실 앞의 여섯 장은 거의 쓰레기다. 마거릿 애트우드와 조이스 캐럴 오츠 추천이라고? 그저 나쁜 말을 하지 않은 정도였겠지 읽어 보란 얘기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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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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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를 미화할 생각은 없다. 그가 잔혹하고 비열한 인물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도덕적 문둥병자의 전형으로서 그가 겸비한 잔인성과 익살스러움은 극도로 비참한 내면세계를 드러낼 뿐 결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변덕스럽다. (•••) 그의 고백은 시종일관 무모할 정도로 솔직하지만 그렇다고 악마처럼 교활하게 저지른 온갖 죄악이 사면되지는 않는다. 그는 정상이 아니다. 점잖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마치 마법의 바이올린을 연주하듯이 롤리타를 향한 애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므로 우리는 저자를 혐오하면서도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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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소설 첫머리에 붙인 가상의 편집자의 해설 중 일부이다. 이 시국에(!)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한 것을 한 번에 다 읽어낼 때까지 이 소설에만 집중하게 한 것은 화자의 ‘무모할 정도의 솔직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소재는 역겹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작가인가 보다. 작품에서 작가를 유추해내려고 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했지만.

마음이 아릿하다. 화자의 적나라한 솔직함 때문이 아니라 작품 속에도 이 작품에 대한 해설과 찬사 어디에도 ‘진짜 롤리타’는 없다. 롤리타의 열두 살 어린 마음은 예술지상주의자들에겐 보이지도, 보려고 하지도, 아니 그냥 아예 없는 것이다. 자기들의 젊음을 환기하고 재경험할 수 있게 하는 열두 살 님펫의 육체만이 찬탄과 숭배와 사랑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마음은 몸에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어서 다친 몸에 다치지 않을 마음이란 없다. 가엾은 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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