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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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의 노장이 쓴, 기름기라곤 없는 아이러니와 냉소로 꽉찬 소설이다.

‘눈을 뜨고 본다‘고 하는 건 ‘보이는 것을 보는 것(Seeing)‘을 넘어서 ‘관찰하는 것(Watching)‘, 망막에 비치는 것의 이면까지 꿰뚫어보는 행위이다. 그래서 그저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은 사실 ‘눈먼‘ 것과 같은 것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 이어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읽으니 <눈먼~>이 <눈뜬~>을 위해 쓰여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풍기 때문이 아니라도 소름이 돋는다. 우리나라의 작년 겨울부터 올 봄까지의 일들이 저절로 복기된다. 소설이 끝난 후 진짜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도 그런 ‘축복‘이 일어나길, 아니 일어났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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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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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노인의 횡설수설 회고담이라는 형식 때문에 길지 않은 분량에도 집중도가 떨어진다. 까뮈가 <이방인>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유없이 죽였다는 사실보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것에 더 분개하고 그걸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문명 또는 문화에 대한 비웃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봤다. 살인보다 사기가 더 큰 죄라는 <걸리버 여행기>의 릴리푸트까지 떠올린 건 뜬금이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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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여행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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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에서 쉬고 마침표에서 조금 더 쉬고 하면서 천천히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대가의 신랄함조차 따뜻하게 느껴지는 소설이다. 결국 그들은 모두 그들을 기다리는 곳에 이르렀다. 우리는 모두 우리를 기다리는 곳에 이르게 된다, 는 희망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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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부의 뒷쪽 반은 종말 이후 세계의 폐허와 좀비류를 뒤섞은 듯. 수수께끼는 톨킨에 대한 오마주인가.

2. 스티븐 킹은 제발 자기 인물들 좀 그만 두들겨 패고 (글자 그대로, 죽지 않을 정도까지 두들겨 팬다. 아니 소설 밖에서라면 죽었을 정도로 패 놓고 목숨을 붙여 놓는다.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울까. ㅠ) 그리고 비속어 욕설 좀 안 썼으면 좋겠다...
궁극의 츤데레 건슬링어 롤랜드 데스체인의 오글오글한 대사들은... 그냥 마음을 비워야지... ㅎ

3. 다른 표지들도 별로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특히 3부의 표지, 기관차 맨 잎에 해골을 얼굴로 달고 있는 기차 그림은 정말 밥맛이다. 책껍질을 씌우고 읽는 습관의 장점이 특히 고마웠다.

4. 4부가 내일 오후에 도착한다... 흑.
스티븐교의 포교자가 되기로 하였다는 역자가 완전 부지런해서 내가 4, 5부를 읽는 동안 -일 주일이면 넉넉하라라 생각되는데- 6. 7부 반역 끝내고 출간까지 딱 마쳐줬으면.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쪽이 가능성이 훨씬 높겠지 ㅠ- 위키피디아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야겠지. 롤랜드가 죽으면서 탑을 살리고 에디와 수재너와 제이크가 새로운 총잡이의 계보를 시작하게 된다는 식의 결말이라면 책을 죄다 찢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속으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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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타워 3 - 상 - 황무지 다크 타워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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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가 웨스턴, 2부가 스릴러 중심이었다면 3부의 적어도 앞쪽 절반은 호러다. 이제 뭔가 좀 알 것 같다. 자기 취향의 모든 것을 한껏 섞어 거대한 판타지를 쌓아올리면서 엄청나게 즐거워/괴로워하였을 스티븐 킹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취향과 나의 취향에 별로 공통점이 없다는 것도. 그래도 플롯은 다음 페이지를 몹시 궁금하게 만들어서 읽는데는 문제가 없다. 궁극의 츤데레, 츤데레의 끝판왕 롤랜드의 클래시컬(이라 쓰로 오글오글이라 읽는다)한 대사들이 툭툭 튀어나오지만 않으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텐데 :)

암튼 롤랜드의 손가락 외에 원하는 게 하나 더 생겼다. 수재너의 다리!!! 미래 세계로 열리는 문 하나 만들어서 기계 다리라도 붙여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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