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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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쟁과 평화>. <부활>과 <안나 까레니나>에 이어.
이제는 고전을 읽을 때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대가라는 걸 마음이 깊이 인정하고 가르침을 구하는 자세로(?!) 읽어서 그런가?

“살아가면서 어디서 구원을 찾고, 삶이 끝나면 저기, 무덤 속에서는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지금 기도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안심될까•••••• 그러나 누구한테 그것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호소할 수도 없고, 위대하다든가 무가치하다든가 하고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는 막연하고 알 수 없는 힘에게 말인가? (•••)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다 부질없다는 것과, 뜻을 알 수 없지만 대단하 중요한 무언가가 확실히 위대하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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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로 가는 네 가지 길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2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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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멘 세계에 막 발을 들인 웨렐-예이오웨이 행성계를 배경으로 한 네 편의 중단편 연작이다. <어스시 시리즈>와 <헤인 시리즈> 초중반기(?) 장편 이후 거의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쓰여진 작품이었고 그만큼 내가 마음 속에 품어왔던 르 귄과 많이, 뭐랄까, 달랐다.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문장은 르 귄인데 그 단정하고 조용한 문장에 실린 이야기는 격렬하고 고통스럽다.

내가 아는 르 귄은 언제나 압박에 시달리는 약자들의 편이다. 물론 웨렐-예이오웨이에서도 그렇다. 그런데 이 세계의 이야기들이 20년 전(르 귄의 시간으로도, 나의 시간으로도)보다 더 격렬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약자들이 이중의 압제에 눌려서 눌린 상태를 정상 상태로 받아들이고 시작하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중의 압제의 고발은 당연히 한 겹의 압제보다 더 고통스럽고 격렬할 수밖에 없다. 그것들을 부수고 일어서는 과정 역시 느리고 고통스럽다. 한 마디로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르 귄을 판타지 작가, SF 작가라고 하는 건 당연하고 페미니즘 작가라고 할 때는 그저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니 확실히 알겠다.

“모든 진실은 지역적이고, 모든 진실은 부분적이다. (그러나) 어떤 진실도 다른 진실을 진실이 아니게 만들 수 없다. 모든 지식은 전체 지식의 일부이고, 진실한 선, 진실한 색, 더 큰 패턴을 한번 보고 나면, 절대로 다시는 옛날처럼 부분을 전체로 볼 수 없다 . (p252)”

진실을 진실이 아니게 만드는 어떤 것은 그러므로 진실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진실을 진실이 아니게 만드는, ‘여성은 여성의 일이 있고 남성은 남성의 일이 있다’라는 말은 그러므로 진실이 아니다. 더 큰 진실이 실재하는 걸 한번 보고 나면, 지역적이고 부분적인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 진실을 앞에 내세울 수는 없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모든 패턴을 포함하고 있는 가장 큰 패턴이다.

패턴의 확실한 발견은 한 여자가 한 남자를,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는 개인적인 경험 안에서 완성된다. 여자 노예였던 이와 남자 노예였던 이가 서로 용서하고, 자유로운 헤인의 여자와 소유주였던 웨렐의 남자가 서로 용서하고, 더 큰 패턴을 보는 헤인의 남자가 예이오웨이의 노예였던 여자에게 배우고, 오랜 압박에 짓눌린 노예였던 웨렐의 여자가 각성하고 변화하고 변화시키면서 자신의 자유를 세운 뒤 자유롭게 헤인의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헤인 시리즈>에서 르 귄은 인류를 대상으로 사고실험을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류가 그 실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교훈을 얻으면 좋을 텐데. 그러니까 지금처럼 아무렇게나 폭주하다가 그냥 망해버리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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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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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랑은 큰 상관이 없고 과학 관련 지식을 매개로 풀어놓은 시류 에세이였다. 약간 떨어지는 글도 있고 어 이걸 이렇게 갖다 붙이네, 싶은 것도 없진 않지만 즐겁게 후딱 읽었다. 한번 잡으면 쭉 읽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강점이겠다. 첫 번째 에세이의 코알라 이야기와 ‘버리기 때문에 빛을 내는’ 별 이야기가 자연-과학적 사실로부터 삶을 통찰하는 날카롭고도 따뜻한 저자의 시선을 특히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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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기둥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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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을 짓는 이야기라고 해서 사라마구의 <수도원의 비망록>을 떠올렸었다. 3권 중 1권이 끝났는데 아직 이 수도원은 주춧돌도 놓이지 않아 뭐라고 말을 못하겠슴.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사건의 그물을 넓게 펼쳤는데 어디까지 풀려나갔다가 어떻게 끌어모아 정리할지 좀 궁금한 정도.
띠지나 작가 소개에 써있는 것만큼 대단히 흥미롭지는 않아서 좀 실망이다. 전지적 시점의 작가가 독자가 상상할 여지가 없게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세세하게 써서 지루한 면도 있다...
뭐 아직 1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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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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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적어도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따뜻하게 부푼 것 같은 느낌으로 소설을 읽었다.

결론은, 딸내미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애가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였으면 좋겠다. 십대 사춘기 초입이라 엄마인 나와 매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애에게 무심한 척 읽어보라 건네보고 싶다. 다음날이면 서로에게 아주 부드럽게 대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딸이 생길 가능성은 희박하고... 이제 4학년이 되는 조카딸을 꼬드겨서 읽혀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친절을 선택하라. 당신이 만나는 모든 이들이 (당신은 하나도 알지 못하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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