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고, 바쁘다고, 피곤하다고 뒹굴 뒹굴 집에서 버틸 수 있는 시절은 갔다. 5월이다. 가만히 있어도 5월이면 어디 가자고 바람이 잔뜩 들어가 있을 텐데 아이들 학교도 단기방학이고 놀러가라고 숙제도 없단다. 꼼짝없이 나가야한다.
이번 여행은 지난해 경주에 이어 부여와 공주로 정했다. 백제 유적지 답사를 중심으로 일정을 세우고 세종시를 추가했다. 세종시는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세종도서관 견학을 하고 호수공원에서 잠시 "쉬다가" 올라오는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대박이 터졌다.
1. 일정표 계획
2. 부여 일정
1) 궁남지
오후에 출발해 궁남지에 도착하니 밤 9시 무렵이었다. 도착 첫 인상은 제대로 왔나라는 의문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광지답지 않게 너무 조용했다. 오랜만에 듣는 시끄러운 개구리 소리덕분에 적막은 아니었지만 산책 나온 듯한 동네 사람 몇 명만 있고 관광지라는 느낌은 없었다. 밤이라 그런가? 5분 걸어 들어가 보니 궁남지의 정자인 포룡정이 멀리 보인다.
대충 찍어도 멋진 야경이 나온다.
낮에 왔어도 멋진 풍경이었겠다. 경주의 안압지가 화려하고 북적대는 대형백화점 혹은 유명 맛집느낌이라면 궁남지는 아직 소문 안난 조용한 동네 가게 맛집분위기다. 연꽃 필 때쯤 한번 더 와야겠다.
2) 부소산성
538년 성왕은 소부리라고 불리우던 사비지역으로 천도를 단행했다. 사비지역의 핵심 지역으로는 왕궁과 부소산성 그리고 정림사와 이를 둘러싼 도시 그리고 나성이 있었다. 부소산성은 백마강에 붙어 있는 해발 106m의 부소산을 따라 포곡식으로 축조된 둘레 2,200m의 규모로 흙과 돌을 섞어 다진 산성이다.
정문으로 사용되는 부소산문이다.
부소산성의 전체적인 느낌은 이 사진이다. 호젓한 산책길이다. 높지 않은 산길을 따라 나무와 꽃들이 잘 가꿔져 있다. 유명 관광지처럼 사람들이 북적이지도 않고 서로 대화하면서 걸어가기 좋은 길이다.이런 길을 따라 두시간 정도 걸으면서 삼충사, 반월루, 영일루, 고란사, 낙화암 등 백제 유적지를 하나씩 관람하면 부소산성 일주가 끝난다.
성충, 흥수,계백의 영정을 모신 삼충사.
맏동 무왕과 선화공주사이에서 태어난 의자왕은 무왕 33년(632)년에 40세 가까운 나이에 태자로 책봉된다. 의자왕은 10년 후 무왕이 죽고 왕위에 오른다. 의자왕은 해동공자라는 칭송을 받을 만큼 평판이 좋았으며 정복군주로서도 성공한 왕이었다. 하지만 성공에 도취한 의자왕은 권력 독주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과도한 숙청으로 왕을 견제할 수 있는 귀족집단이 무너져 버린것이다. 이 후 긴장이 풀린 의자왕은 어느정도 가감해서 해석해야겠지만 향락에 빠져 집권후반기를 보냈다. 그 때 등장하는 충신이 성충과 흥수 그리고 계백이다.
반월루
영일루
부소산성 발굴시 나온 수혈지를 보여주는 자료관이다. 수혈지위에 만들어진 움막이 인상적이다. 구멍이 어떤 용도였는지 초등아이들이 바로 이해했다.
창고로 쓰인 유적지다. 아직도 땅을 파보면 탄화된 곡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내판 옆에 땅을 절개하거나 모형으로 창고와 지층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속에 쌓여진 탄화된 곡식을 보여주었으면 더 생동감 있는 유적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 안내판과 사진만으로 각종 체험에 익숙해진 요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출 수가 없다. 물론 예산이 문제일 것이다.
부소산성의 주목적은 "산성"이다. 전쟁용도인 것이다. 산성길을 걷다보면 길이 절벽이나 급경사지역을 따라 놓여진 것을 보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이곳은 절벽이라 적군이 쳐들어 오기 힘들었겠지'라고 설명하자 바로 돌을 집어 들고 적군에게 공격을 가하는 초딩 유딩들이다.
중간 중간에 매점이 있다.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거리와 수건, 장난감도 팔고 막걸리도 판다! 날씨도 5월 답지 않게 덥고 그냥 지나갈 수 없다. 하나 씩 입에 문다. 하진군에 의하면, 꿀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초등에게 공짜는 없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워크북을 작성한다 ㅋㅋ
부소산성에서 본 부여 시내
부소산성 외부에도 여러 유적지가 있다.
3) 정림사지
부여의 핵심 관광지를 어디로 꼽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정림사지 5층석탑이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가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탑이 남아있다. 미술사에서는 1탑 1금당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초등아이들에게 이런 설명은 먹히지 않고 탑안에 하느님 친구 부처님의 사리-뼈조각 비슷한게 들어 있었을 거라고 설명하자 그제야 뭔가 이해할까 말까하는 눈치다.
정림사지 박물관에 만들어진 정림사 모형이다.
* 여행기 쓰기전에는 야심차게 계획하고 구상했는데, 써보니 여행기가 책 리뷰보다 10배는 힘들고 귀찮다. 시작한지 5분도 안 되어서 빨리 대충 마무리 하자는 생각밖에 없다. 공주, 세종편은 장담 못하겠다.
참고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