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3일 수욜 오후 2시~ 이기호 작가 강연이 새롭게 단장한 신가도서관에서 있었다.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10년째 광주시민으로 살고 있으며, 99년 등단하여 이효석. 김승옥. 황순원 문학상과 한국일보 문학상 등을 수상한 대표적 중견작가다. 14년 4월 문화센터 강연 이후, 우리동네에서 두번째 만남이라 더 반가웠다.^^

‘소설을 통해 본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란 주제로 작가가 된 계기를 들려주었다. 원주에서 평범한 가정의 차남으로 태어나 예술과 전혀 무관한 집안인데, 어머니의 실수로 작가가 되었다고. 초등 4학년 때 월부장수에게 사주신 ‘한국 대표 단편 문학선‘을 읽으며 조숙한 소년으로 자랐고. 초등생이 봐선 안될 작품(조선작의 ‘지사총‘을 예로 들어 내용을 설명함) 들이 많았는데도 100번 이상 읽어 달달 외울 정도였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들려주며 2차 창작과정을 거쳤노라고. ^^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로맨스소설은 남주 직업, 삼각관계, 해피엔딩의 3가지 공식이 있고, 사회생활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가볍게 소비되는 장르소설일 뿐. 본격소설이라 할 순수소설 독자가 줄어드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ㅠ

독서를 하는 근본적 이유는 ‘기존의 나‘에서 ‘더 나아진 나‘가 되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향상하는데 있다고. 동정은 일시적 동일시로 지속되기는 어렵고, 공감은 나와 다름에서 시작하지만 자기 삶에서 무언가 지속적으로 실천한다고 정리해주었다.

소설창작과 졸업반인 딸에게 들려줄 조언을 청했더니, 예전에는 뭐든 직접 경험했지만 세상이 좋아져 인터넷으로도 해결된다. 하지만 작가는 일상과 분리된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시간과 공간을 정해두고 집중하는 훈련으로 앉아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말씀하셨다.

노벨상에 관한 질문에는 노벨상에 연연할 필요 없다. 노벨상은 최고 작품에게 주는 게 아니라, 문학에 기여한 공로상 개념이다. 스웨덴 한림원 심사위원들에게 읽혀야 하니 번역의 문제도 있다고!!

예술가는 늘 시대와 불화하는 사람으로, 시대와 불화하는 작가가 많아져야 한다. 10년을 살아보니 광주는 비엔날레의 도시더라. 광주만의 상처와 풍경이 나오기 좋은 조건인데,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아 부채감도 있다. 결국 최선의 독서는 쓰는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최근 나온 작품은 아직 못 읽어서 마음산책에서 나온 신간 두 권(‘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와 ‘세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과 ‘차남들의 세계사‘를 찜한다.

강연 끝나고 사인을 받으며, 2014년 4월 3일 문화센터 강연엔 책을 가져가지 않아서 받지 못한 사인까지 ‘사과는 잘해요‘ 에 챙겨받았다.

강연장 밖에는 현수막과 배너랑 안내가 있었지만, 강연장 안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어 썰렁했다. 그동안 내가 진행한 초청강연도 10여회가 넘고 수많은 강연에 가봤지만, 이런 썰렁함은 처음이라 작가님께 결례다 싶어 공연히 내가 부끄러웠다. 결국 오지랖이 발동돼 돌아오면서 그 도서관 아는 직원에게 전화했다. 내일 오시는 분께는 이렇게 하지 말고, 예쁜 색지에 한 글자씩 출력을 해서라도 최소한 강연자가 누구인지 붙여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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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6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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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12-16 14:24   좋아요 1 | URL
아~그랬군요.ㅠ 알고 보면 빛고을에 대단한 분들 많아요~ 내가 아는 분만 꼽아도 이승우 작가님을 비롯해 신형철.나희덕 시인이 조대 교수로, 이기호 작가님과 배봉기 선생님이 광주대에 재직하시고, 전남대 송기숙.이무석 명예교수도 계시고... ^^

내가 모셔서 초청강연한 김남중.최유정.안오일.고재종 시인도 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