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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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의 <인간시장>이 엄청난 베스트셀러로 유명했어도 읽어보진 못했다. 주인공 이름이 ‘권총찬‘이었는데,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때문에 ‘장총찬‘으로 바꿔 출판했다는 후일담을 기억하는 정도다.

김홍신 작가와의 인연은 2008년 10월 동서식품 문학기행 기차에서 짝꿍이었다는 것! 당시 동서식품은 300명(일반인 250명과 문화계 인사 50명)을 기차 11량에 태우고 충북 옥천으로 문학기행을 갔는데, 기차에서 김홍신 작가의 특강을 준비했었다. 작가님은 특강을 준비하느라 동행한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내 자리와 바꿔주긴 했지만, 사인해주고 사진도 같이 찍어서 내겐 즐거운 추억이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작가가 ‘평범하지 않은, 운명적인 남녀의 인연과 해독제가 없는 사랑 얘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밝힌 작품이다.

성당에서 성가대 반주자인 일곱 살 연상의 모니카와 성가대에 합류한 고2 리노와의 순수한 사랑 혹은 첫사랑 수기 같은 느낌에 썩 끌리진 않았다. 리노와 모니카 시점에서 교차 진술하는 형식이 참신하진 않아도 두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기엔 좋았다.

그러나 초반엔 누구나 경험했을 듯한 익숙한 설정과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없어 지루하게 읽혔다. 결혼 전에 읽고 감동받은 작품도 결혼 후 나이 들어 읽었을 때의 감상이 확연히 달랐던 것처럼, 사랑의 순수함이나 플라토닉 러브를 꿈꾸기엔 내가 너무 나이 먹었기 때문일지도...

그래도 두 사람의 안타까운 상황과 애달픈 사랑에 눈물이 났고, 되짚어 읽으며 감정이입이 되기도 했으니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행될수록 복선이 보이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막장 드라마처럼 출생의 비밀과 2세들의 사랑으로 연결돼 실망스러웠다. 작가의 경험과 상상의 한계인지, 시대적인 경험이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없는 건지 안타까운 결말이다.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커플도 사랑이 식고 마음이 변하기도 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렇게 이어갈 수도 있을까? 영혼으로 사랑한다는 건 고통이고 상대 배우자에겐 죄를 짓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해와 용서는 더 큰 사랑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


▶‘그대의 하늘이 언제나 청명하기를, 그대의 사랑스런 미소가 언제나 밝고 행복하기를, 그대에게 언제나 축복이 함께 하기를..... 한순간 동안이나마 지속되었던 내 삶의 지극한 행복이여! 한 사람의 일생 중에 그런 순간을 잠시라도 가졌다면 충분하지 않겠는가?‘(259~260)

나라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야>에서 주인공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떠날 때 주인공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위 말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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