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야, 독도 강치야 봄봄 어린이 6
김일광 지음, 강신광 그림 / 봄봄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치는 독도를 중심으로 동해바다에 살았던 바다사자의 한 종류로, 해양생물학자들은 바다사자라고도 부른다. 보통 바다사자보다 1.5배 정도 몸집이 크고 온몸에 아름다운 흰색 털이 난 동물이다. 독도어부들이 강치를 가제라 해서 독도 옛 이름이 가제도또는 가지도라 불렸다, 강치들은 독도에서 평화롭게 살았는데, 우리나라가 힘을 잃은 대한제국 말기에 일본인들이 강치를 무참하게 잡아 죽였다.

 

강치야, 독도 강치야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대왕강치 가족을 중심으로 쓴 강치들의 수난사다. 초등 저학년들이 읽기 쉽게 큼직한 글씨체와 강치와 독도 풍광의 수채화가 어우러진 동화책이다. 강치를 주인공으로 한 의인동화지만 강치의 생태를 깊이 다루거나 환상적인 이야기로 꾸민 동화는 아니다. 강치를 지키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어 읽고 나면 미안하고 숙연해지는 책이다.

 

 

글을 쓴 김일광 작가는 포항의 섬안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형산강과 바다가 들려주는 동화를 주로 썼다. 강신광 그림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개인전과 100여회의 기획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두 작가의 조화로운 글과 그림은 독도 강치가 겪은 평화로운 모습과 수난의 아픔을 잘 보여준다.

 

이야기는 아빠 대왕강치가 태어난 아기 강치 아라에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한다. 강치들은 쑥쑥 자라 무리를 이루고 괭이갈매기들과 어울릴 수 있을 만큼 자랐다. 하지만, 강치들의 느긋한 평화와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인들이 강치를 그대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기강치 아라가 살던 때는, 우리나라가 힘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던 대한제국 말기였다. 아라는 장난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는 개구쟁이로, 동도에 살던 달이네가 와서 사냥꾼 소식을 전하기 전에는 무서울 게 없었다. 파도에 떠밀려온 어부에게 꽁치 떼를 몰아주어 기운을 차리게 하고, 연기를 피워 배를 불러 떠나는 어부를 보며 울릉도에 꼭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는 사랑스런 강치였다. ‘동도에는 절대 얼씬도 하지 말라!’는 대왕강치 아빠의 명령을 어기고 동쪽 섬까지 헤엄쳐가는 말썽도 부리고, 엄마 아빠께 꾸중 듣고 벌을 받아도 바위산에 올라 다이빙 하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껍질이 벗겨진 채 죽은 강치들이 둥둥 떠 있는 붉은 바다를 보고는 정신을 잃었다.

 

 

대왕강치는 동도에 살던 강치들을 잡아간 사냥꾼들이 닥치기 전에 모두 서도로 옮기고, 날쌘 강치들을 김바위와 보찰바위 및 가재바위에 보초를 세웠다. 강치들은 바위틈, 굴속, 골짜기에 꼭꼭 숨어 굶주림을 견디며 못된 사냥꾼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했다. 사냥꾼들이 나타나지 않을 때 바다로 들어가 굶주린 배를 채우는 생활도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사냥꾼들을 태운 배가 동도와 서도 사이로 들어왔다. 대왕강치는 용감하게 맞서며 강치들을 더 위로 올라가라고 소리쳤지만, 낮은 바위에 숨은 강치들은 사냥꾼들이 휘두른 막대기에 겁을 먹고 바다로 뛰어내렸다. 바다에 뛰어들었던 강치들은 사냥꾼들의 그물에 모두 잡혔다. 대왕강치는 달려들어 그물을 찢고 강치들을 구하려다 사냥꾼들의 창에 찔렸다. 창에 찔린 대왕강치는 강치들을 꼭꼭 숨어있게 했지만, 사냥꾼들은 서도를 빙빙 돌면서 강치들이 눈에 띄면 닥치는 대로 잡아갔다. 대왕강치는 강치들을 지키려고 애썼지만, 사냥꾼의 그물에 잡혀 울부짖는 아기를 구하려던 엄마들까지 구하지는 못했다. 울부짖는 아기강치를 미끼로 엄마강치들을 끌어들인 사냥꾼들은 잔인하고 포악했다. 대왕강치는 사냥꾼들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면서도 아라와 달이에게 너희들은 독도 강치다. 바다처럼 이 돌섬을 넉넉하게 품고 지키라고 외쳤다. 아라는 아빠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돌섬을 지키겠다고 다짐하지만 끝내 살아남지는 못했다.

 

 

 

우리가 힘이 없어 나라를 빼앗겼던 1905년부터 8년 간 일본 어업회사가 강치 고기와 기름 및 가죽을 얻으려고 무려 14천여 마리를 잔인하게 잡아 죽였다고, 저자는 머리말에서 밝혔다. 기록으로 알려진 수 외에 일본인들 손에 죽임을 당한 강치는 또 얼마나 많았을지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수탈은 사람과 식량 뿐 아니라, 바다 생물인 강치까지도 씨를 말려버렸다. 일본의 무자비한 강치 남획은 결국 우리가 힘이 없었기 때문이고, 우리의 무관심으로 독도 바다의 강치를 보호하지 못했다. 강치의 멸종은 우리의 소중한 수산자원을 잃은 것이고,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바다 생명이 사라져간 것이다.

 

작가는 일본인들에 의한 독도 강치 수난사를 그려 보이며 우리 무관심으로 잃어버린 바다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독도 강치를 역사 기록으로만 알고, 실제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한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강치는 일본 시네마 현 박물관에 박제로 만들어져 전시된 것뿐이다. 일본은 강치를 멸종시킨 자신들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한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다면 우리의 불행한 과거는 언제고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후세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스스로 불행한 미래를 또다시 자초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리가 힘이 없어 지키지 못했던 강치에게 지키지 못해 미안해, 독도 강치야!’ 라는 미안한 고백도 반복해선 안 되겠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