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할멈과 호랑이 - 2004 볼로냐아동도서전 수상작 꼬불꼬불 옛이야기 1
서정오 / 보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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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세가지 버전의 그림책이 있다.
이 중에 어떤 게 진수일까?
이야기나 그림이 조금씩 다르지만 독자의 취향에 따라 평가나 호불호가 다를거라 생각한다.

일단 이 책은 크기에서 다른 책을 압도하고
동양화를 보는 것 같은 사실적이고 섬세한 그림도 뛰어나다.

표지를 들추면 드러나는 빛그림자
할멈을 잡아 먹으려는 호랑이의 모습이 각인되는 장면이다.

옛이야기~ 하면 떠오르는 서정오 선생님의 해설도 친절하다.
옛이야기는 상상하는 즐거움 뿐 아니라 역사와 민속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옛이야기 속에는 그 시대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연배우 호랑이와 할몀의 모습을 위에 언급한 세 권의 책을 비교해 보면
보리에서 나온 이 책의 호랑이와 할멈은 동양화의 진경산수화 같다.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백희나의 한지 호랑이와 할멈은
재질이 느껴지는 입체적인 그림이고,

보림에서 나온 최숙희 그림의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는
동양화의 특징을 살리되 좀 더 단순한 면과 색으로 처리돼 해학적인 맛이 난다.

다시 보리의 팥죽할멈과 호랑이로 돌아가서
벚꽃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봄날에, 할멈의 얼굴은 근심 가득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도 얼굴은 여전히 근심이 가득하다.

눈 내리는 겨울날, 가마솥 하나 가득 팥죽을 쑤는 할머니는 눈물까지 흘린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지만, 눈 내리는 겨울풍경은 정말 아름답구나!!
할머니를 다시 웃게 할 수는 없을까?

잘 아는 줄거리를 장황하게 풀지 않고 그림만 보여줘도 내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주연배우 할머니와 여섯 조연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그 여섯이 무엇이고 어디에 있나 찾아보자.
엉금엉금 자라, 떼굴떼굴 밤톨, 왈강달강 맷돌, 어기저어기적 쇠똥, 겅중겅중 지게와 도르르르 멍석까지.
할머니와 친구가 된 이들 여섯은 어떤 활약을 하게 될까?
마음 넉넉하게 먹고 기다려야겠다.^^

할멈에게 팥죽 한 그릇씩 얻어 먹고 뭔가 좋은 해결책을 내놓을 거 같은 여섯 동무다.
입말을 살리고 의성어와 의태어를 넣어 재밌게 읽어주면 더 좋다.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좋아하는데는 이런 것들이 한 몫을 한다.

할멈은 덜덜 떨면서도 쫄지는 않는 것 같다.
뭔가 살아날 방도가 있는 걸까?
쫄지마! 시바~ 딴지총수 김어준의 훈수라도 들은 걸까?ㅋㅋ



마침내 호랑이는 뻗어 버렸다. 대체 여섯 동무들이 어떻게 했기에~~~~~~ @@

뻗어버린 호랑이를 보는 할엄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할멈을 줌으로 확인하니~~~ 분명히 룰루랄라 웃고 계시다.

하하하~ 지게를 지고 가는 할멈의 뒷모습에서도 기쁨이 배어난다.

아직도 재너머에 살고 계신 할멈의 빛그림자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

여섯 동무의 쓰임을 배우면, 그 시대 백성들이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았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
박물관에 가야 농기구를 볼 수 있는 도시 아이들, 옛이야기 그림책으로라도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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