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도깨비 책귀신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은 2009년에 내가 꿈꾸는 마을도서관 이름을 '도깨비 도서관'이라 지어야지 생각했었는데, 진짜로 광주에는 '도깨비 도서관'이 있다. 지난 6월에 방문했던 도깨비 어린이 도서관 사진이 이를 증명한다.^^  

 

 

 

 

 

 

평생학습 관계자 모임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도깨비 어린이 도서관장님에게 이름을 빼앗겨서 배아프다고 했더니, 그 양반은 처음에 우리집 주변의 주택에서 작은도서관을 하려고 했었단다. 그때 만났더라면 뜻이 통해서 우리집이 도깨비 도서관이 될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우리집은 '늘푸른 작은도서관'이란 이름으로 구청에 등록했다. 아직 간판을 안 걸어서 등록증으로 인증샷!^^

 


사설이 길었지만, 결론은 내가 꿈꾸는 도서관을 이 책 속의 도깨비가 먼저 이루어서 질투났다는 얘기다.ㅋㅋ


 

어린시절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나는 도깨비라면 무조건 오싹한 느낌인데, 동화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은 적당히 어리숙하고 순진하며 착한 도깨비들이 많다. 이 책도 그런 도깨비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다. 다른 게 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 도깨비는 글을 배워 책을 읽었다는 게 다르다. 모든 걸 책에서 배울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똑똑한 도깨비님 되시겠다.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도깨비를 위해서라면 도서관인들 못 세울까? ^^

도깨비와 내기를 해서 땅을 차지한 선비가 도서관을 세우려지만 돈이 없어 건물을 짓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도깨비, 깔고 덮고 뭉개던 돈다발을 흔쾌히 선비에게 내 놓는다. 아~ 나도 이런 독지가가 나선다면 도서관을 세우는 게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좀 더 선한 일을 많이 해야 이런 복이 굴러오려나? 내게도 돈을 가져다 줄 도깨비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꿈꾸는 마을도서관을 근사하게 지을텐데... ^^

 

하여튼 도깨비 덕에 도서관을 지은 선비는, 도서관 꼭대기에 음침한 다락방을 만들어 도깨비들이 아무때나 와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배려한 진짜 은혜를 아는 사람이다. '책읽는 도깨비 도서관이란 간판 꼭대기에 허술한 원두막 같은 다락방이 보인다.^^

 


나도 마을 도서관을 꿈꾸는 사람이라 선비가 세운 도서관에 혹해서 결론부터 썼지만, 이 책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다.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가 된다는 우리 옛이야기에서 착안해 고리짝도깨비, 빗자루도깨비와 더불어 현대화된 공책도깨비의 등장은 독자의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백독백습'으로 가장 뛰어난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을 찾아가는 설정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무덤속에서 안경을 쓰고 책을 읽는 세종대왕,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독자에게 사후 세계에서도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人不通古今이면?"

선비가 낸 문제를 읽을 줄도 모르고 뜻도 모르던 도깨비들, 어이구~ 책 좀 읽지! 서로 탓하지만 해답을 찾는 건 요원한 일이다. 선비를 졸라 시간을 번 도깨비들, 사람들 세상에 헛깨비가 아닌 실체로 등장해 물어보는 광경이 재밌다. 허름한 차림은 마치 노숙자 같다고나 할까? 누가 책을 제일 많이 읽느냐는 물음에, 여학생이 알려준 세종대왕과 안중근 중에서 세종대왕을 만나러 간다. 귀신들끼리 통하기엔 죽은 사람이 더 낫다나.ㅋㅋㅋ 세종대왕의 무덤 영릉으로 찾아간 도깨비들, 사방에 책이 빼곡히 들어찬 대왕의 능을 보고 놀란다. 자초지종을 들은 친절한 대왕님 먹을 갈아 답을 내리신다.

"馬牛而襟据니라."

책읽는 독자는 잘 알지만, 도깨비들은 답을 내려줘도 읽지도 못하고 뜻도 모르니 참으로 답답할 일이다. 게다가 대왕님께 뜻을 묻지도 않고 세종대왕이 사달라고 부탁한 책 제목만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니 답을 받았어도 선비와 내기에서 이길 수가 없다. 세종대왕이 사달라고 부탁한 책은 <천 냥 중의 구백 냥, 눈>과 <작은 별들과 친하기> 그리고 <책 읽는 바둑이>다. 흐흐~ 세종대왕이 부탁한 책은 어떤 책일까? 독자의 호기심을 한껏 부풀리는 작가의 전략이 놀랍다. 또한 세종대왕은 책을 읽겠다는 도깨비들에게 책선물을 내리시는데 그 책은 명심보감이다. 내가 제일 부러운 장면은 세종대왕의 무덤이다. 무덤에서도 책에 빙 둘러싸여 독서하는 세종대왕 너무 멋지지 않는가!^^
 

 

 

 
이 책은 글을 배운 후 책 읽기에 몰입하는 도깨비들을 보여주며, 모든 것을 책에서 배운다는 것도 알려준다. 책읽는 도깨비들은 선비가 낸 문제가 바로 명심보감 '근학편'에 나온 것을 발견하고 뜻을 제대로 알게 된다. 독서를 통해 스스로 깨닫는 즐거움을 드디어 도깨비들도 알았다.^^

"사람이 고금(古今)의 일을 알지 못하면 마소(馬牛)에 옷을 입힌 것과 같다'

책읽는 도깨비의 모습은 바로 부모들이 자녀에게 기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도깨비들은 서로 읽은 책 제목을 읊어대며 경쟁하는 듯하다. 자~ 선비가 지은 책읽는 도깨비 도서관에 간 독자라면 사람의 형체가 보이지 않아도 옆에서 캴캴캴~ 소리가 나거나 책갈피가 넘어간다면 누군지 알 것이다.^^ 초등 저학년도 무리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읽는 도깨비에게 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부지런히 독서를 하자.^^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은 책읽는 도깨비는 2편 '책귀신 세종대왕' 3편 '책 읽어주는 바둑이' 4편 '책귀신 솔봉이'까지 나왔다.  5편에선 누구를 주인공으로 책귀신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된다. 이상배 선생님 5편도 빨리 보여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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