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방진 도도군 일공일삼 48
강정연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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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에서 조국 교수는  

"교수나 학자가 지옥에 가면 그곳에서 받는 첫 번째 벌이 아마 사놓고 안 읽은 책들 다 읽고 서평, 독후감 쓰는 걸 거에요. 저도 사놓고 안 읽은 게 제법 많아요.(지식인의 서재 13쪽)" 

라고 했는데, 나 역시 책 욕심에 사놓기만 하고 안 읽은 게 너무 많아서 제대로 공감이 됐다. 사놓기만 하고 안 읽은 책에는 2007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 <건방진 도도군>도 들어 있는데, 다행히 한달 전에 읽게 되었다.

<건방진 도도군>은 강정연 작가의 의인동화로 등장인물의 이름이 인상적이다. 건방진 주인공 개 도도의 이름도 멋지고, 그의 주인 부부를 '야'와 '그인간'으로 지은 건, 부부 사이의 호칭에 대한 리얼리티를 살리며 부부의 속내를 풍자한 신선함이 좋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 <바빠 가족>에서도 느꼈지만 -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동에 사는 '유능한'씨, '깔끔'여사, '우아한'양, '다잘난'군은 참 바쁜 '바빠가족'이다 - 작가의 작명 솜씨는 가히 일품이다. 아무튼 <건방진 도도군>은 주인공 개 도도의 눈으로 본 인간들에 대한 비판의식과, 인간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쉬운 반려동물에 대해 깊이 생각할 계기를 주는 썩 괜찮은 동화다.  

자기 정체성을 찾는 건방진 개 도도가 주인공으로, 인간과 더불어 사는 애완견의 애환과 동물의 눈으로 바라 본 인간을 이야기한다. 밖에서는 우아하게 사모님과 사장님으로 불리는 '야'와 '그인간'은 허위에 가득찬 인간이다.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산다고 생각했던 도도는 결국 다른 애완견처럼 주인에게 길들여지고, 악세사리로 취급되다가 버려진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먼저 버려졌던 미미를 김기사 어머니 집에서 만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비로소 자기 스스로 동반자를 찾아나선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진지한 물음에 해답을 찾고, 변덕스런 '야'의 집에서 탈출한다. 휘청거리에서의 참담한 경험과 동반자가 돼볼까 생각했던 편의점아가씨는 도도를 비싼 값에 팔아 돈을 챙기려는 속물일 뿐이다.  

속깊은 정을 느꼈던 상자할머니와 동반자가 되려했지만 예기치 않은 오토바이 사고로 동물보호소에 갇히게 되었다. 도도는 동물보호소에서도 뭉치의 조언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반짝이는 눈빛과 호기심으로 보청견 훈련원의 눈에 들어 동물보호소를 나오고 '초롱이'라는 새이름도 얻는다. 6개월의 훈련을 거쳐 보청견으로 박수진씨 가족과 만나, 당당히 가족사진도 찍는다. 애완견이 아니라 서로가 필요한 존재로서 버리거나 버려지지 않는 인생의 동반자가 된 도도군, 아니 초롱이의 새로운 삶이 기대된다.  

오늘은 엄마의 생일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기로 했다. 엄마와 수진이는 이제껏 가족사진을 찍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사진관에 들어서니 가족사진 여러 장이 벽에 잔뜩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사진 가운데 개가 있는 사진은 한 장도 없었다. 그러면 내가 이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는 첫 번째 개가 되는 건가? 아무튼 기분은 끝내 준다. 

이런, 난 고개를 약간 들어 줘야 사진이 잘 나오는데! 고개 좀 숙인다고 건방진 도도 군, 아니 건방진 초롱이가 어디 가나? (193~ 195쪽) 


건방진 개 도도를 통해 개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개의 눈으로 본 사람들 이야기로, 사람보다 더 관적으로 조명하는 진짜 사람들 이야기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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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8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9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8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9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9 2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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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9 22:00   좋아요 0 | URL
그럼요~ 하나씩 비는데가 있어야 훨씬 인간적이고 친밀감도 드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