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하늘말나리야 (양장)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7년 1월, 출판사 모임에서 이금이작가를 처음 뵈었는데, 소탈한 우리 이웃의 아줌마 같았다. 실제 작가의 블러그(밤티마을)에 소소한 일상을 풀어내는 걸 봐도 우리 주부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주부와 다르다면 소소한 일상의 체험을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빚어내는 탁월함이 다를 것이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네 번을 만난 작가는 작품과 삶에 괴리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작가에게도 느낄 수 있으니까. ^^

 

초등 6학년 2학기 읽기에 '소희의 일기장'이라는 제목으로, 2부 소희의 이야기 첫 부분인 '혼자만의 얼굴을 본 사람이 가져야 하는 아주 작은 예의'가 실렸다. 교과서에 수록돼 6학년 '미르, 소희, 바우' 세 주인공 이야기를 또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상처받은 아이들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우리나라 모든 6학년이 읽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1999년 초판이 나온 후 10년이 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50만부를 돌파했고,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라는 건 두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작가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작가의 가슴에 담겨진 느티나무가 '너도 하늘말나리야'로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 숙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름대로 한 가지 상처를 가진 세 아이가 아픔을 드러내는 방식이나, 상처가 치유되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미르, 소희, 바우 세 아이를 화자로 하여 같은 상황을 각자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 보여준다. 자신의 문제를 꽁꽁 담아두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우리 어른들이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버지와 이혼하고 달밭(월전리) 보건소장으로 내려온 엄마가 미워 심통을 부리는 미르는, 마치 가시를 세운 엉겅퀴처럼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사나운 척한다. 그런 아픔을 이해하고 스스로 가시를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는 친구가 소희와 바우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재혼으로 할머니와 살게 된 소희의 어른스러움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른만큼 훌쩍 커버려 응석이나 투정 한 번 못 부렸을 그 의젓함이 못내 안쓰러웠다. 바우는 그런 소희가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함으로 하늘 향해 피어 있는 '하늘말나리'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바우는 일곱 살에 세상의 전부였던 엄마를 잃고, 세상과 소통하는 문을 닫아버린 '선택적 함구증'의 아이다. 아내를 잃은 슬픔을 추수리지 못한 아빠가, 바우를 이해하거나 기다려주지 못한 결과라 더 아팠다. 

 

세 아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소통하는 마음을, 잔잔한 묘사와 연필삽화로 그려내 독자를 감동케 한다. 큰소리나 악다구니 없이 가만가만 펼쳐내는 달밭 세 아이들은, 바로 우리 이웃의 아픈 현실이라고 일러준다. 사별이나 이혼으로 생겨난 모부자 가정이나 조손가정, 또한 소년,소녀가장이 제법 많은 현실은, '너도 하늘말나리야'가 우리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금이 작가는 환타지를 쓰지 않아 좋다. 난 환타지적인 동화는 일종의 현실도피라고 생각돼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나 독자가 현실적인 해결 노력없이 환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맘에 안들기 때문이다. 이금이 작가는 아이들의 아픔을 따뜻한 위로와 희망으로 보듬어서 좋다. 세상이 험하고 사랑이 메말랐다 해도 동화속에서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그린다면, 각박한 세상도 따뜻해지라라 희망을 갖게 된다. 꽃을 닮은 아이들- 미르, 소희, 바우가 아픔을 이겨내고 사랑으로 소통하며 친구로 성장하는 모습에 책을 덮는 내 마음도 흐뭇하고 따뜻했다.^^

*책 속에 삽입된 시 제비꽃, 엉겅퀴꽃, 개망초꽃은 신형건 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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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족, 사랑, 족쇄, 약정기간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12-01 01:11 
    <너도 하늘말나리야> 후속편인 <소희의 방>을 읽으며 너무나 감정이입이 돼버려 펑펑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