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 번째 별명 꿀꿀이 - 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43
지홍길 외 지음, 김성민 그림 / 사계절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올레졸레 북녘동화 올망졸망 남녘동화 시리즈로 북한 어린이들은 어떤 동화를 읽는지 궁금해서 구입했는데, 재미와 교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시리즈 7권 중에 4권은 북녘 동화 3권은 남녁 동화집인데, 북녘동화는 북한에서 발표되었던 동화들을 선별하여 정식 계약을 통해 출간했다고 하니,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녘 동화를 접하는 감격과 감동에 가슴이 찡했다. 북한과 남한이 아닌 하나의 나라 북녘과 남녘이라 쓴 의미도 깊이 새긴다.
북녘 동화라고 우리와 크게 다르겠나 생각은 했지만, 동화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낯선 북한말을 알게 돼서 좋았다. 하지만 동화 끝부분에 친절하게도 교훈과 계몽적인 의도를 드러낸 것은 살짝 거슬렸다. 우리나라 동화는 교훈적 주제를 독자가 스스로 찾아내도록 감추어두지 노골적으로 강조하지 않는 세련됨을 갖추고 있으니까.^^
올레졸레와 올망졸망은 같은 뜻은 북한말과 남한말이다. 수록된 동화들이 바로 요런 느낌이라 잘 어울리는 시리즈 제목이다. 동화가 갖는 교훈적인 주제를 설득력 있고 재밌게 잘 그려냈고, 특히 동화를 돋보이게 한 김성민 선생님의 판화 그림이 마음에 쏙 들었다.
표제작인 <세번째 별명 꿀꿀이>는 돼지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다. 생김새 때문에 뚱보라는 별명을 얻었고 먹을거에 욕심낸다며 '돼먹지 않은 놈'을 줄여서 '돼지'라 했단다.ㅋㅋ 그렇다면 왜 '꿀꿀이'라는 세번째 별명을 얻게 됐을까? 상상력을 발휘하면 알아챌 수도 있을 듯한데...... 하여간 아파서 죽게 생겼던 돼지가 병이 나은 후 다른 말은 다 잊고 오직 '꿀꿀'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
<너구리와 다람쥐>는 게으름뱅이 너구리가 도깨비 감투를 쓰고, 힘들여 일하지 않고 손쉽게 먹이를 얻으려다 봉변을 당하는 유쾌한 이야기다. <그들은 왜 무서워했나>는 손주에게 주려던 선물보따리를 숲에 두고 간 할아버지의 짐을 끌러 본 다람쥐와 토끼를 비못한 동물들은 갑자기 소리지르는 사발시계가 도깨비인줄 알고 혼비백산 도망쳤는데, 너구리는 기절해서 도망치지 못했다. 되돌아온 할아버지는 너구리가 보퉁이를 헤쳐놓고 죽은 척하는 줄 알고 잡아갔다.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고, 욕심 부리지 않고 가진 것을 나누며, 정직하고 착하게 살자는 주제가 잘 드러난 세 편의 동물우화로 북녘의 동화를 맛보는 즐거운 독서였다.
*수록된 북녘말~
엄지 - '어이'의 북녘말. 짐승의 어미라는 뜻
집오래 - 집에서 가까운 부근을 뜻하는 북녘말
맞다들다 - 정면으로 마주치거나 직접 부딪히다
닭알침 - 목구멍으로 단번에 꿀떡 넘기는 많은 양의 침
문짬 - 문에 난 틈
여라문 - '여남은'의 북녘말. 열이 조금 넘는 수
떡심 - '뚝심'의 북녘말
엉치 걸음 - '엉덩이 걸음'의 북녘말, 앉은 채로 바닥에 댄 궁둥이를 한 짝씩 걷듯이 옮겨 놓는 일
신들메 - '들메끈'의 북녘말. 신이 벗어지지 않도록 발에다 동여매는 끈
마가을 - '늦가을'의 북녘말
대구 - '대고'의 북녘말. 무리하게 자꾸, 또는 계속하여 자꾸
사려물다 - 입술이나 이를 악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