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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씨족 소년 사슴뿔이, 사냥꾼이 되다 - 신석기 시대 ㅣ 사계절 역사 일기 1
송호정.조호상 지음, 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09년 12월
평점 :
책을 읽다 보면 출판사의 마인드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데, 마음에 맞는 출판사를 감지하면 기꺼이 사랑하게 된다. 내게는 사계절 출판사가 그런 경우로, 우리 독서회원은 사계절 책들은 뭔가 '가르치려는' 느낌이 강하다고 표현했는데, 나는 그런 느낌이 좋았다. 어차피 책은 뭔가 배우기 위해서 읽는 거니까.^^
이 책은 기획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역사책이다. 지금까지 접한 역사책들이 주로 어른의 눈높이에서 어린이에게 설명하는 식이었는데, 이 책은 기원전 3000년 전 신석기 소년 '사슴뿔이'가 쓴 일기 형식이다. 사슴뿔이의 일기 속에 신석기 사람들의 생활이 들어 있어 쉽게 이해되고 재밌게 읽힌다. 그날의 경험과 관계된 의식주, 고기잡이, 사냥, 농사, 석기 만들기, 무덤, 토기만들기 등 20여가지의 주제에 맞춘 상세 정보가 들어 있다.
신석기 소년 '사슴뿔이'의 일기에 등장하는 누나 맑은샘, 째진 눈이와 곰손이, 호랑이 이빨 등 이름도 신선하다. '신석기 아이도 우리처럼 일기를 썼을까, 그땐 뭘하고 하루를 보냈을까?' 궁금해서 읽다 보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무얼 먹고 입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살았는지, 또래 아이들의 생활과 마음을 엿볼 수 있어 친구처럼 느껴진다. 필요한 정보가 들어 있는 책날개의 화살표를 펼쳐 보는 재미로 편집 센스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되더라는...^^
우리도 학창시절에 역사를 외우는 과목으로 알았지만, 요즘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책을 통해 역사는 결코 외우는 과목이 아니라, 옛 사람들의 생활과 인물을 이해하는 공부로 알면 좋겠다. 내용이나 정보가 어렵지 않아 초등 3학년 정도면 읽을만하고, 일기와 그림이나 정보 글이 적절하게 배치된 참신한 역사책으로 강추한다!
기원전 3000년 4월 2일
나는 엄마를 도와 화덕의 재를 퍼다 버리고 난 위 아이들하고 강가 모래톱에 나가 돌창 던지기를 했다. 마침 강물에 떠밀려 온 통나무가 있어서 그걸 맞히기로 했다.
곰손이가 던진 창은 번번이 통나무를 훌쩍 비껴갔다. 나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가 내달려 가면서 창을 던졌는데, 통나무에는 미치치도 못하고 영 엉뚱한 쪽으로 날아갔다. 곰손이는 힘이 남아돌아 탈이고 나는 힘이 모자라 탈이다.
"야, 너희 둘이서 사냥 나가면 멧돼지한테 들이받히기 딱 좋겠는데?"
째진눈이가 빈정거렸다.
"그래, 너는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보자."
나는 약이 올라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째진눈이는 킬킬 웃더니 제자리에서 몸을 한껏 뒤로 젖혔다가 창을 던졌다. 쌩 날아간 창은 통나무에 그대로 꽂혔다.
"봤지? 너희는 아직 멀었어."
곰손이와 나는 기가 팍 죽었다. 멧돼지를 잡을 수 있느 째진눈이의 말이 마냥 허풍은 아니다. 아마 째진눈이는 곧 멧돼지를 잡게 될 테고 곰 씨족의 당당한 남자로 인정받게 될 거다. 하지만 곰손이와 나는 멧돼지는 커녕 토끼 한 마리도 못 잡을지 모른다.(10쪽)
초등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사슴뿔이가 일기를 잘썼다고 부러워하거나, 또래들과 비교해 위축되는 마음에도 공감하겠다. 큰 잘못을 저질러 마을에서 쫒겨나게 된 째진눈이를 구하려고, 사슴뿔이와 곰손이가 사냥을 나가 멧돼지를 잡아오는 우정에 감동되고, 맑은샘 누나의 마음 씀씀이도 예쁘다. 소소한 일상과 굵직한 사건을 펼쳐내는 일기는 한 편의 동화로도 읽힌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신석기 시대에는 씨족끼리 마을을 이루고 정착생활을 하며, 수렵과 채집 뿐 아니라 씨앗을 뿌려 농사를 지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돌로 도구를 만들어 사냥을 했고, 토기를 만들었으며 불을 사용해 음식을 먹었다는 것 등, 신석기의 역사를 좌악 꿰게 된다. 이런 역사지식 뿐 아니라, 지금 내가 쓰는 일기도 훗날 멋진 역사가 된다고 생각하면 일기 쓰기도 즐겁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