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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 - 홍길동전 ㅣ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나라말) 3
류수열 지음, 이승민 그림 / 나라말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0월에 장성 홍길동 생가를 중심으로 문학기행 예정이라 홍길동을 읽는다. 고등학생들과 같이 볼 책으로 나라말 책을 선정했지만, 민음사의 홍길동전은 완판 36장본과 경판 24장본이 수록돼 있어 챙겨 볼 계획이다.
중고등생을 위한 고전읽기 시리즈 홍길동전으로, 완판 36장본을 중심으로 이본의 내용을 조금씩 가져와 짜임새 있게 만들었고 밝혔다. 시대적 배경은 1433년 세종이 왕위에 오른지 십오년으로 시작된다. 청렴하고 강직한 재상 홍문이 군자를 얻을 신령한 꿈을 꾸었으나, 부인이 거절하자 하녀 춘섬을 품어 길동을 낳았다. 당시는 적서 차별의 신분제라 호부호형할 수 없는 길동은, 신분제도의 부당함과 입신양명 할 수없는 운명과 생명의 위협에 집을 떠난다. 길동이 집을 떠나면서 모친에게 '장길산'을 얘기하는데, 장길산은 숙종 때 사람이라 결코 세종대에 나올 수 없는 인물이다. 17세기 말의 실존인물 장길산을 1618년에 처형된 허균이 홍길동전에 썼다는 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허균이 홍길동전의 원작자란 걸 의심하지만, 많은 이본이 있으니 원작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삽화도 있고 챕터 사이에 재밌는 자료도 많이 나와, 중고생이 공부하기에 좋은 책이다.
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문학적 가치와 영웅적인 인물을 형상화시킨 소설이다. 허균의 스승 이달이 서출이었기에 그의 영향을 받아, 적서차별의 신분제도를 부당하게 생각했을 듯. 하지만 홍길동전에서 다른 사회 제도와 이념은 그대로 존중된다. 도둑의 우두머리가 된 길동이 '활빈당'을 이끌며 부패한 관리나 제욕심만 차리는 사찰의 재물을 털어 굶주린 백성을 구제한다. 당시 민중들의 억눌린 욕구와 소망이 길동을 통해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도적의 괴수가 된 길동을 잡아 들이기 위해 아비와 형 길현을 내세우지만 신통력을 가진 길동을 잡아들이지 못했다. 임금은 길동의 요구대로 병조판서를 제수한다. 조용히 지내던 길동은 임금께 나아가 적서차별의 모순과 인재등용의 실패, 부패한 관리에 의한 민중들의 고통을 고하고 조선을 떠난다.
이상향을 꿈꾸던 길동은 임금께 벼 삼천 석을 얻어 삼천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망망대해로 떠났다. 율도국에 상륙한 길동은 나라의 기틀을 세우고 왕이 되어 태평성대를 이루었다. 길동은 요괴에 잡혀간 백룡의 딸과 두 여자를 구하여 아내로 맞고, 아들 셋과 딸을 둘을 두고 일흔 들의 나이에 왕위를 물려준다. 길동이 술에 취하여 칼을 쥐고 춤을 추며 부른 노래에 '춤추는 소매 바람을 따라 휘날리니'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소설 막간에 삽화도 나오고 실존인물 홍길동에 대한 역사기록(연산군일기와 중종실록) 일부를 제시하며 각주를 달아 이해를 돕는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일어났던 임꺽정, 홍경래, 전봉준 등 인물을 소개한다. 또한 실존인물로서의 길동과 상상속의 나라 율도국을 역사기록과 학자들의연구를 토대로 길동의 삶을 정리해 도움이 된다. 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할 우리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