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임금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1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역사논술 수업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다. 이런 책은 어른이나 어린이 누가 읽어도 좋겠다. 우리 역사에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비하하고 업신여기는 마음을 가졌다면, 그런 마음을 싹 몰아내 줄 책이다.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시리즈에서 내가 읽은 건 1권 첫 임금 이야기 하나지만, 2권 명재상 이야기, 3권 전쟁영웅 이야기, 4권 선비학자 이야기, 5권 예술가 이야기까지 챙겨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자 박윤규 선생님이 열두 살 아들 민후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라  말하듯이 풀어써서 쉽고 재미있다. 역사란 사람들의 이야기로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통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인 '나'를 돌아보라는 아버지의 말씀은 독자에게도 주는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시조의 탄생신화나 건국신화를 들려주는 수준이 아니고, 우리 역사지식 뿐 아니라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역사가 제대로 된 역사인지 돌아보게 한다. 단군신화를 믿는가?  단군신화의 단군은 실존인물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며,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이야기를 펼쳐간다. 신화는 무엇이고 신화 속의 단군과 곰은 어떤 존재였는지 역사 기록을 제시하며 흥미롭게 설명한다. 우리민족을 배달민족이라 하는데 무슨 뜻인지 풀어주는 아버지의 말이 참으로 자상하다.

   
 

예전에는 우리 말과 글의 뜻이 똑같지 않았어. 그리고 말뜻이 변하기도 했지. 처음에는 한자의 뿌리가 되는 녹도문자라는 걸 썼는데, 한자로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는 고구려나 백제나 신라가 다 이두를 썼어. 이두는 뜻보다는 소리를 중시했거든. 그래서 소리가 비슷한 한자로 적었는데, 배달은 '박달'을 한자로 적었다고 보는 학설이 있단다.  

'박'은 '밝'으로 밝음을 뜻하고 또 하늘과 태양을 뜻하기도 해. '달'은 달이고 땅이면서 나라를 뜻하기도 하지. 지금도 달에는 땅을 뜻하는 말이 남아 있어. 햇빛이 드는 땅을 양달이라 하고, 그늘이 진 땅을 응달이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배달'은 '밝은 나라'라는 뜻이 돼. 처음 환웅천왕이 내려 온 산을 태백산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크게 밝은 산'이란 뜻이거든. 또 배달은 '하늘과 땅', '양과 음'이란 뜻도 되니까 온 누리를 다 일컫는 말이야. 알고보니 '배달'은 참 엄청난 말이지?(46~47쪽)

 
   

저자는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이 "조선 사람들이 자신의 역사와 전통을 알지 못하게 하라. 조상들의 무능력함과 나쁜 점을 들추고 부풀려서 후손들에게 가르쳐라."고 요구했기에, 전국을 뒤져 20만권의 역사서를 모아 불태워버렸으며 식민사관으로 왜곡된 역사를 주입했음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역사의 진실 찾기는 중국의 역사서와 아직 학계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환단고기'나 '단기고사'의 기록도 제시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단군이나 환웅은 사람 이름이 아니고 황제와 같은 큰 임금을 뜻한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이 다스린 게 아니고 47명의 단군이 대를 이어 2천년 이상 통치했다는 것, 우리 역사의 시작을 단군조선 이전 환웅천왕이 신시에 나라를 세운 때를 기준으로 삼으면 6천 년이나 된다는 것, 단군신화의 '곰'은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짐승을 가르키는 말이 아니라, 곰의 옛말이 '고마'인데 고마는 신이라는 뜻과 땅을 일컫기도 했으니 '땅의 신'이란 말이 되는데 한자로 적다보니 곰 웅(熊)자를 썼고, 훗날 진짜 곰으로 오해했다는 학설도 있다고 들려준다.  

이와 같이 단군신화와 시조들의 건국신화에서 의문점을 짚으며, 다양한 학설이나 역사해석을 들려주지만 어느 것 하나로 단정짓지 않는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어떤 관점에서 기록되었는지 알려주고,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단군조선의 계통을 이은 부여의 기록을 뺀 것이야말로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즉 단군조선을 잇는 부여와 그 뒤를 이은 나라가 고구려였는데, 김부식은 신라의 후손이며 사대주의에 물들어 신라를 우리 겨레의 뿌리로 삼기 위해 그렇게 꾸민것이 아닐까? 의문을 남긴다.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 고주몽, 백제를 세운 비운의 왕자 온조, 가야 왕국을 세운 김수로, 천년 왕국 신라와 박혁거세, 꺼지지 않는 대진국의 불꽃 대조영, 민족 통일의 영웅 왕건, 조선을 세운 신궁 이성계까지 여덟 명의 첫 임금의 탄생신화와 건국신화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우리가 아는 신라의 석탈해, 김알지, 알영신화와 후삼국의 궁예, 견훤의 탄생과 건국신화도 들어 있다. 특히 발해는 당나라가 제멋대로 부른 이름이고, 실제로 '진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했기에 중국 역사서에도 정식 이름은 '진국'이라 기록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역사에서도 '발해'가 아닌 '진국'으로 기록하고, 현재 러시아, 중국 땅이 돼버린 진국의 역사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끄덕이게 된다. 

TV드라마에서 본 시조의 탄생신화나 건국과정이 실제 역사와는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고, 곧이 곧대로 믿기엔 황당한 시조의 탄생신화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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