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의 오두막 - 어린이를 위한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스티븐 슈너 엮음, 피터 피오레 그림, 김철호 옮김 / 달리 / 2003년 5월
품절


도서관에서 소로우의 월든에 대한 그림책을 발견하곤 쾌재를 불렀다. 검색해보니 이 책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 두어 권 더 있는데 우리지역 도서관엔 없었다. 큰딸을 위해선 제대로 된 월든을 빌려왔고, 학교 아이들을 위해선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란 부제가 붙은 '소로우의 오두막'과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과의 우정을 그린 '내 친구 소로우 선생님'을 빌려왔다.

1845년 스물일곱 살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있는 자기 집에서 3킬로 떨어진 월든 호숫가로 가서 손수 집을 지어 살았던 이야기를,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넓은 판형에 유화 그림은 소로우를 따라 자연을 느껴봄직하다. 3월부터10월까지 소로우의 삶과 숲의 변화를 보여주고, 그 이후의 겨울이야기도 펼쳐진다.

3월에 집을 지을 소나무를 찍어 내고, 4월엔 판자를 뜯어 쓰기 위해 사 두었던 오두막을 헐어 집 지을 준비를 끝냈다. 5월엔 이웃들의 도움으로 집의 뼈대를 세우고 집 짓기에 돌입했다.

7월에 지붕을 얹자 들어가 살기 시작했고, 겨울이 오기 전 회반죽을 칠한 집이 생겼다. 폭 3미터에 길이 4.5미터, 기둥의 높이는 2.4미터였다. 집 안에는 다락방과 벽장이 있고, 양쪽엔 넓은 창문과 들창을 하나씩 냈다. 집 밖에는 남은 자재로 장작헛간을 만들었다. 그동안 교사, 측량기사, 정원사, 농부, 주택 페인공, 목수, 석공, 날품팔이 노동자, 연필 제조없자, 사포 제조업자, 작가로 살아보려고 했던 소로우의 오두막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소박한 소로우의 월든 숲 속의 집에는 침대, 식탁, 책상과 더불어 세 개의 의자가 있었다. 의자 하나는 소로우를 위해, 두 개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세 개는 사람들을 사귈 때 쓰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소박한 생각이 좋아 보인다. 살림살이도 조그만 거울, 부젓가락 한 벌, 나로받침, 주전자, 냄비, 프라이팬, 국자, 세면대, 나이프와 포크 두 벌, 접시 세 개, 컵 하나, 숟가락 하나, 기름 항아리, 당밀 항아리, 옻칠한 램프가 전부였다니, 너무 많은 걸 소유한 우리네 살림살이를 돌아보게 된다. 현대는 '소비가 미덕'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너무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ㅜㅜ

소로우는 햇볕 잘 드는 문간에 걸터앉아 해뜰 녘부터 해질 녘까지 공상에 잠겼다니, 때론 신선놀음 같았을 그의 삶에 살짝 부러움도 생긴다. 이른 저녁이면 쪽배에 앉아 피리를 불었고, 강가의 풀밭으로 가서 포도를 따 오고 야생사과를 따서 잼도 만들었다.

호수의 얼음이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소리와 눈덮인 숲 속에 먹이를 찾아 다니는 여우가 들개처럼 짖는 소리도 들었다. 그는 자연과 더불어 깨어나고 잠드는 숲의 생활이 행복했고, 숲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돌아왔고, 다시 모든 게 살아나듯 새순을 틔우는 숲을 지켜보며 깨닫는다.
"자연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과 같다"는 것을.

소로우 자신은 몰랐지만 그가 남긴 <월든>은 미국 문학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작품 중 하나가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 그림책으로 월든이나 소로우를 다 알기는 어렵지만, 그림책으로 소로우를 알게 된 어린이들이 훗날 자라서 <월든>을 찾아 읽으며 어떤 영향을 받을지 기대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책 끝에 엮은이가 소개하는 소로우와 월든에 대한 설명이 있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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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었던 책 -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from Dentalife 2010-01-19 06:44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이레 패시브 하우스에 관한 글을 보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월든이란 책이 떠 올랐습니다. 굉장히 가치있는 책이라는 느낌이었는데요. 알라딘 서평 기능도 확인해 볼겸 예전에 끄적거렸던 몇 꼭지를 올려봅니다. Walden #1 - 물질과 정신 [ 거의 어느 위도에서나 사람이 땅을 파고 들어가면 일정 불변의 온도를 얻을 수 있다. 도시의 가장 호화로운 주택에도 지하 저장실이 있으며 사람들은 옛날과 다름없이 거기..
  2. [책,삶] 도덕경에서 말하는 삶.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Walden - Henry David Thoreau)
    from 월풍도원(月風道院) - Delight on the Simple Life. 2010-07-30 14:21 
    이미지출처 : leeyoon.com 참 궁금한것도 많지.. 스릴러나 공포영화를 보면 '너의 호기심이 죽음을 불렀다.' 라는 대사 참 많이 나오는데, 설마 호기심에 책 읽다가 죽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되었다. 앞서 읽었던 4시간,여행의 기술에서는 '월든을 읽고..' '월든의 내용을 참고하면..' '소로우는...' '그는...' 등등.. 참 이책에 대한 언급이 수도없이 많았음은 물론, 추천서적란에도 딱 나와있었다. 책은 내가 태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