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구 삼촌 산하작은아이들 18
권정생 지음, 허구 그림 / 산하 / 2009년 6월
구판절판


권정생 선생님 돌아가신지 벌써 3년이 되어가네요. 1판 1쇄가 2009년 6월 15일이라고 되어 있으니 '용구삼촌'은 선생님 사후에 나온 책인가 봅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용구삼촌이 도시에서 살지 않고 시골에 살아 참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용구삼촌은, 나 어릴 때 시골마을마다 한둘 쯤은 있었던 '바보'라 불리는 사람입니다. 나이 서른 살이 넘었지만 건넛 집 다섯 살배기 영미만도 못한 삼촌입니다. 혼자서는 얼음과자도 사먹을 줄 모르고, 겨우 밥을 먹고 뒷간에 가서 똥 누고, 고양이처럼 입언저리 밖에 씻을 줄 모르는 모자란 삼촌입니다.

용구삼촌은 언제부턴가 누렁이를 데리고 풀을 뜯기러 다니게 되었지만, 사실은 누렁이가 삼촌을 데리고 가는 거랍니다. 여름내 별탈없이 누렁이 풀을 뜯기러 다니는 삼촌이 신통해서, 감나무집 할아버지는 색싯감만 있으면 장가도 가겠다고 칭찬했습니다. 삼촌은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을까요?^^

어느 날, 누렁이 혼자 집으로 오고 용구삼촌이 돌아오지 않아 모두들 걱정입니다. 모자란 자식을 둔 할머니는 얼마나 걱정이 될까요? 어두컴컴해서 삼촌을 찾으러 나갔습니다. '용구삼촌, 용구삼촌' 소리쳐 불러도 대답이 없습니다. 용구삼촌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요? 좋은 것은 모두 조카에게 주던 삼촌, 혹시 못둑에 올랐다 물에 빠진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셋이서 찾기는 어려울 듯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햇불을 들고 숲속을 해매다가 드디어 삼촌을 발견했습니다. 아아~ 삼촌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요? 삼촌은 억새풀이 우거지고 작은 소나무들이 있는 우묵한 곳에 누워 있습니다. 혹시 잘 못 된 건 아니겠지요? 가슴이 철렁 방망이질을 합니다.

아아~ 삼촌은 죽지 않았습니다. 다복솔 밑에 웅크리고 잠이 든 삼촌 품에는 작은 산토끼 한 마리가 함께 잠들었습니다. 용구삼촌은 엄마처럼 토끼를 재워주다가 깜박 잠이 들었을까요? 바보 같은 삼촌이지만 정말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삼촌! 일어나 집아 가!"
삼촌을 깨우며 얼굴을 비비며 흐득흐득 흐느껴 우는 조카 때문에 나도 그만 울어버렸답니다.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시던 권정생 선생님이, 용구삼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을까요? 모두가 함께 어울려 알콩달콩 살아가는 세상이 참된 세상이라고 생각하신 선생님은 동화 속에 삶의 철학을 담아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선생님의 뜻을 쉬운 이야기로 만들어, 이 땅의 어른과 어린이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시던 선생님을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이제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권정생 선생님을 용구삼촌으로 다시 만나 행복했습니다. 선생님 계신 하늘나라엔 싸우고 미워하는 일이 없겠죠? 선생님은 어쩌면 그곳에서도 작은 것들을 보듬고 계실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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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1-02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에 사진만 찍어두고 차일피일 하다가 이제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