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광주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을 소설화했다. 당시 방송된 피디수첩도 봤기에 이 책을 보기가 두려워 예약주문을 했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8월 28일 광주에 온 공지영 작가를 만나기 위해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쓸 수 없던 책이다.

’구속된 가해자들의 마지막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다는 판결을 수화로 들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한 줄 신문기사를 본 공지영 작가는,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서 다른 소설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1년 이상의 세월을 바쳐가며 이 소설을 쓰기 위한 취재와 집필을 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여러번 아팠다고 한다. 삶과 현실은 참담함이나 거룩함에 있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하는데, 정말 현실은 우리의 상상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이 책을 읽으며 너무나 참담한 현실에 기가막혀 눈물이 났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무서운 세상이다. 쌍둥이 형제로 묘사된 교장과 행정실장이 어린 장애아들을 유린하는 그 파렴치함이라니 하늘이 부끄럽고 무섭지 않단 말이냐? 법정싸움을 벌이는 것도 뻔히 그들의 범죄를 아는 판사와 검사와 변호인들이 모두 한통속이 되어 있는자의 편에서 무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꼴이라니 정말 구역질 났다. 책 속에서 서유진은 우리나라가 이렇게 후진 줄 몰랐다고 절규한다. 정말 우리나라는 오늘도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이다.

이 땅에 정의는 살아 있는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을 바꾸려는 세상과 싸우는 것’이라는 서유진의 말에 공감한다. 끝내 천막까지 뜯기며 시위하던 그들에게 가지 못하고, 아내와 서울로 돌아가는 강인호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불의에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들의 편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는 소극적인 우리들, 부끄럽게도 동참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강인호는 바로 우리들이다. 그래서 너무나 불편하고 속상하고 가슴이 터질듯한 책읽기였다.

자애학교 아이들은 세상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신체와 지적장애를 가졌어도 자신들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 세상 사람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장애자다. 홀로는 쓸쓸하고 더불어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양심에 호소하여 정의가 살아나도록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소설은 막을 내렸지만 빛고을에 둥지를 튼 홀더 식구들은 함께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며 오늘도 소망을 가꿔가는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잎싹 2009-11-29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많은 방문객을 가지신 서재네요.
순오기님 잘 지내셨죠?
오랫만에 놀러왔어요.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많아 서재에 먼지가 자꾸 쌓여가네요.
이 책은 읽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게 되는...
이미 순오기님의 추천으로 내용은 알 듯하지만요.

순오기 2009-11-29 20:18   좋아요 0 | URL
어머~ 바쁘신 잎싹님이 예까지 와 주셨군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려서 벌써 연말이네요.ㅜㅜ
바쁜 일은 항상 첩첩산중이지요.^^

2009-11-29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9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