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나와 인연이 깊다. 2005년 10월엔 4학년이던 막내가 지역도서관 독서감상문대회에서 도서관장상을 받았고, 2007년 3월엔 어머니독서회 토론도서로 선정했었다. 우리 자랄땐 어떤 잔소리를 들었는지 떠올리면서, 우리가 아이들한테 주로 하는 잔소리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눴었다. 

"이건 잔소리가 아니야!"하면서 "이 닦았니? 씻었니?" 소리를 제일 많이 한다는 경화씨, "준비물은 잘 챙겼어?"를 입에 달고 산다는 정남씨, "빨리 빨리 해, 책 좀 읽어라!"를 수시로 한다는 혜란씨, "외출할 때 약속한 시간 지켜 들어와" 중.고딩 아들에게 주문한다는 선희씨, "컴퓨터 그만 하고 너 할일 해"를 읊어대는 순오기까지 엄마들의 잔소리는 다양했다.^^ 
 
잔소리 없는 날, 동생 잃어버린 날, 아주 특별한 날까지 안네마리 노르덴 동화 3종 세트를 읽고는, 안네마리 노르덴은 '생활 속 이야기를 실오라기 끝을 살살 잡아당기듯'풀어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의 책을 읽으며 내 기억을 살살 끌어대듯, 개구리 올챙이적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빨리 독립하고 싶었고 때론 가출을 꿈꾸었던 기억에 우리의 주인공 푸셀에게 충분히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러나 망각의 동물이라서 자랄 때 일은 다 잊어버리고 아이에게 잔소리해대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음을 살짝 반성케 했다. ^^  

어머니 독서회에서 이 책을 토론했을 때, 다른 엄마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의 마음을 잘 아는 작가가 그려낸 이야기에서 부모들은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이해심을 키우자고 말했다. 각자 생각한 잔소리 하지 않는 방법도 소개했는데, 실천만 하면 잔소리를 줄이고 아이와 좋은 관계 맺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엄마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아이 입장에서 생각한다. 심호흡 하고 5초를 참는다. 장롱 위에 회초리를 놓아 둔다. 스스로 판단하게 컴퓨터에 약속을 붙여 둔다. 주말엔 하고 싶은대로 하게 허용한다. 잔소리 하고 싶을 땐 무조건 침묵한다.'

엄마들은 잔소리 없는 날에 푸셀이 제 마음대로 한 일 중, 파티에 술주정뱅이를 데려온 일과 공원에서 텐트 치고 자는 일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와는 문화와 생활방식이 다르지만 낯선 사람을 그것도 술취한 아저씨를 데려온 일은 푸셀엄마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는데 동의했다. 아이들은 공원에 텐트치고 자는 걸 제일 부러웠지만, 잔소리쟁이 엄마들은 다른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래도 부모의 잔소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자기에게 도움이 되고 지금은 상처가 돼도 훗날엔 이해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것도 엄마 입장에서만 해석한 잔소리의 긍정적인 효과라는 걸 깨닫고 우리는 박장대소 했었다.^^ 하여간 잔소리 하고 싶을 때마다 과한 애정표현을 하자는 처방도 나왔다.   




우리 막내가 썼던 감상문은 이런 창의적인 내용이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싶어 일부 옮긴다.

   
 

  '잔소리 없는 날'이 책으로만 끝나지 않고, 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정해서 지키게 하면 좋겠다. '잔소리 없는 날'에 잔소리를 한 부모님은 벌금을 물려서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게 한다면 아이들은 정말 신나게 뛰어 놀며 자랄 것 같다. 헤헤헤∼ 나의 조그만 소망이다! 

  이건 내 생각인데, '잔소리하는 날'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이 우리에게 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부모님께 잔소리를 하는 날이다. 정말로 엄마 아빠께 내 맘대로 잔소리하는 날이 실현되면 얼마나 좋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부모님이 정말 그렇다. 부모님도 어렸을 때는 잔소리가 듣기 싫었을 텐데, 개구리가 된 지금은 올챙이 생각을 해 주지 않는다. 우리가 부모님께 잔소리를 한다면 개구리가 된 부모님도 올챙이에게 하는 잔소리를 줄여나가지 않을까? 헤헤∼

  "전국의 어린이들이여, 꿈의 유토피아를 위해 단결하자. 
 우리도 부모님을 사랑하니까 마음껏 잔소리하는 날을 정합시다!"  

  책 속의 푸셀도 그렇지만, 나도 부모님의 잔소리가 사랑이고 관심이라는 걸 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부모님의 잔소리까지도 사랑합니다!" 

 
   

책 끝에 나온 잔소리 설문은 부모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1. 부모님의 잔소리 중 가장 듣기 싫은 잔소리 10
2.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듣는 잔소리10
3. 부모님께 잔소리 들었을 때의 솔직한 기분 10
4. 푸셀과 마친가지로 하루 동안 '잔소리 없는 날'을 맞이한다면 하고 싶은 일 10
*부모님들이 뽑은 '약이 되는 잔소리 베스트 10' 도 기억해두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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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 2009-11-29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가 상 받았다는 행운의 책이죠?
울 둘째 딸도 이 책으로 대박났었죠.
아이들이 그만큼 좋아하는 두말이 필요없는 책이죠.

순오기 2009-11-29 20:22   좋아요 0 | URL
이 책 아이들이 열광하죠. 대리만족 내지는 카타르시스!
따님도 이 책으로 대박났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