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6~10>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나만의 영웅이 필요해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학교 7
이어령 지음, 홍정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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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가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정치인을 뽑는 투표도 그 기준에 따라 당선자가 달라진다. 경제를 최고로 생각했던 유권자들이 선택한 대통령 때문에 우리는 인내를 요구받으며 살고 있다.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개인의 삶에도 엄청난 변화와 파장을 불러온다는 걸 통감한다. 

내 인생의 멘토를 선택하는 것은 진정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선택할 위인이 많지 않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숨어 있는 위인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주는 '영웅'이야기는 멘토로 삼을 만한 기준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적어도 경제적 가치를 최고로 두는 건 절대 아니라는 것, 아가들의 돌잔치부터 돈을 많이 벌라고 주문하는 부끄러운 세태에서 번쩍 정신나게 하는 글이다.  

"처음엔 울퉁불퉁한 돌덩어리에서 출발해. 이걸 조금씩 깎고 다듬으면 예술품이 되지. 우리 삶도 평생을 두고 완성해가는 조각품과 같아" (앞마당에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 본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 준다. 그들은 뛰어나고 신비로운 능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라 늘 만나는 이웃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어떻게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는지 알려 준다. 우리가 잘 알거나 낯선 이름이어도 그에게 무얼 배우게 될지 기대해도 좋다.   

 

한없이 부드럽고 너그러웠지만 덕을 어지럽히는 경우엔 추상같이 호령했던 황희 정승과,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스스로 낮춰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알았던 유방은 덕이 있었기에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간서치 이덕무와 서경덕, 전쟁터에도 책수레와 전담 사서를 데리고 다녔던 나폴레옹은 '책 속에 길이 있다'는 걸 증명하지만, 쌓은 지식을 자랑하고 으스대는 순간 빛을 잃은 나폴레옹은 두 가지 거울을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살아서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자신이 만든 바이올린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낀 스트라디바리의 열정과, 우리나라에선 알아주지 않아도 일본인이 가치를 알고 열광했던 '황도(황태옥)'라는 조선의 사발을 재현해 낸 신정희는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한 사람의 실천은 열 명을 눈뜨게 하고 백 명의 마음을 흔들고 천 명의 생각을 바꾸게 한' 톰아저씨의 오두막으로 노예해방이라는 역사를 만들어 낸 비처 스토.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는가 보다 얼마나 유익하게 돈을 쓸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강철왕 카네기와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는, 기업을 사유재산인양 자기 일족의 영달을 꾀하는 기업인들을 부끄럽게 할 자랑스런 인물이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란 질병으로 몸이 굳어가는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우주의 비밀을 밝혀 낸 스티븐 호킹박사와 시각장애를 갖고도 더 편리한 점자를 발명해 낸 루이 브라이. 루이 브라이의 점자를 한글에 적용하는데 성공한 박두성은 절망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운 아름다운 분들이다.  

남극 탐험에 나섰다가 실종되었지만 537일을 버텨낸 새클턴 탐험대는 성공보다 빛나는 인간 승리였다.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함으로 산과 대화를 나누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산악인 메스너. 인간의 부끄러운 모습을 덧씌운 외계인이 아니라, 외계인의 눈으로 본 지구인의 모습을 그려낸 E.T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낸 스티븐 스필버그는 우리의 영웅이 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책 속의 책에서 한국을 빛낸 인물로 나비 박사 석주명, 김수환 추기경,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 노르웨이의 라면왕 이철호, 옥수수박사 김순권, 천상의 목소리 조수미까지 다섯이 아닌 여섯 명의 자랑스런 한국인을 소개했다. 물론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간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도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다며, 저마다 성격과 능력이 다르고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분명히 배울점이 있으며,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마무리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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