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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편지 2 - 개정판, 후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ㅣ 12살부터 읽는 책과함께 역사편지
박은봉 지음, 류동필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3월
평점 :
후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박은봉선생님이 딸 세운이에게 들려주는 두번째 역사편지로, 사진과 자료가 충실한 썩 괜찮은 역사책이다. 역사에 관심 있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이 읽으면 좋겠다. 중학교 가기 전에 한국사 편지 5권을 다 읽으면 우리 역사에 대해 뭔가 안다고 우쭐거릴 수도 있을 듯... ^^
후삼국을 이룬 궁예, 견훤, 왕건을 중심으로 기술되었다.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은 신라말기의 혼란이 가혹한 세금에 있었음을 알고 백성의 세금을 줄여주었다. 4대 광종과 6대 성종도 정치제도와 사회제도를 정비하여 나라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전시과를 두어 수조권을 준 것이나 노비안검법과 과거제도 개선으로 호족들의 세력을 약화시켰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서제도나 공음전은 문벌귀족들이 힘을 얻어 세력화하는데 일조를 했다. 신라에서 나고 자란 최승로는 아홉 살때 아버지 최은을 따라 고려로 갔지만, 성종에게'시무28조'를 올려 정치의 잘잘못을 논했다. 성종은 최승로의 상소를 받아들여 유교를 정치의 중심사상으로 삼는 등 고려시대 정치 제도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
고려의 정치와 제도를 자세히 알 수 있다. 고려시대는 아들 딸 차별도 없어 호적에도 출생순서로 오르고 유산도 똑같이 분배한 사회였다. 남녀차별이 생긴 건 훨씬 후인 조선후기의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문벌귀족 사회에서 무신집권으로 넘어갔을 때 지지했던 농민과 천민들은, 그들 역시 백성보다는 자기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자 실망하여 반란이 자주 일어난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고 일어선 무신정권 최고 우두머리 최충헌의 노비 만적과 망이 망소의 난, 승려 묘청의 서경천도를 주장하며 일으킨 난 등등 학창시절 배웠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훑어진다. 게다가 민족의식이 강했다고 배웠던 삼별초의 난도 군사정권의 폐해였음을 알고, 새로운 해석과 조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유교적 관점에서 나라의 안정된 다스림을 위해 집필된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의 다른점을 짚어준 것도 훌륭하다.
지난 주말 완도 장보고 기념관에 갔을 때, 이 책을 봤기에 생생하게 기억나서 좋았다. 신무왕과 약속했던 대로 문성왕은 장보고의 딸과 혼인하려 했지만, 장보고의 세력이 커지는 게 두려운 귀족들은 장보고를 죽였다. 장보고는 지방호족으로 중앙정치에 진출하려다 실패한 대표적인 경우다. 견훤은 문성왕과 장보고 딸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아닐까 추정하기도...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했던 장도와, 장보고 기념관에 있는 표준영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