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이의 빛고을 독서마라톤 일지, 10월 21일까지 19,692쪽 달성! 

 

10월 1.2일, 어찌 이방이 사또를 치리오 

 비판적 사고를 깨우는 논리 이야기로, 두 명의 제자 달래와 바우가 선생님께 논리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논리'하면 난 왠지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꺼려지는 기분이다. 왠지 어려울 것만 같고, 머리 써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여러가지 예화들이 있고, 그 상황에서 어떤 게 말이 되고 어떤 게 말이 되지 않는지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논리란게 어떤 건지 감을 잡게 했다. 이 책의 표제인 '어찌 이방이 사또를 치리오'는 못된 사또를 몰아내기 위해 관아의 사람들이 지혜를 모은 이야기를 가지고 추리 방법을 익히는 내용인데, 난 이 내용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얼마후에 논술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이 책이 생각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아 뿌듯했다. 
논술이 중요하다, 논술이 뜨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알고 있을 만큼 떠들썩한 애기다. 그만큼 수능이나 다른 곳에서도 논술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자연히 각종 논리책들이며 논술 잘하는 책 같은 것들이 많아지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런 책들은 모두 똑같은 줄 알고 싫어했었다. 단순히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어떤 요령 같은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논술이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건데 남의 생각을 가지고 마치 자기 생각인냥 적어 내려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 책은 다른 것 같아 다행이다. 유행의 흐름을 타기 위해 만든 책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논리와 비판적 사고에 대해 연구해 오신 분이 우리같은 청소년들을 위해 알기 쉽도록 쓴 책이니 말이다. 확실히 책을 보면 어려운 것도 어렵지 않게끔, 쉽게 설명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이런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10월 4.6일 한국사 편지 1 

 역사 선생님인 엄마가 딸 세운이에게 충분한 자료를 곁들여서 한국의 역사에 대해 쉽게 편지로 설명해주는건데, 저런 엄마가 있는 세운이는 역사 공부는 참 잘 할 것 같다. 기원전 70만년 경의 구석기 시대부터 차례로 훑었다. 이 책의 내용은 다 1학기 때 사회 시험 범위여서 배웠던 게 다시 생각나기도 하고, 그 때 기억도 나서 괜히 보는게 즐거웠다. 신라에서 '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 전에 '거서간,차차웅,이사금,마립간'이라는 칭호를 썼다는 것도 학습지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그 때 유리가 이빨자국이 많아 왕이 됐다는 것도 선생님이 들려줬는데, 여기에도 있어서 반가웠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역사공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신라가 당과 손을 잡고 통일을 하는 건 언제봐도 안타깝다. 아무리 우리 민족의 첫 번재 통일이라는 의의가 있다지만 통일에 외세의 손을 잡다니, 그건 정말 아니다. 그 덕에 우리 민족의 국경선도 아주 거침없이 줄어들어 버렸다. 만주를 호령하던 고구려가 우리민족을 통일했으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 있었을까? 아마 지금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신라 위에 발해가 버텨주고 있어 다행이었다. 지금과 다른 넓다른 지도를 볼 수록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 있는 땅이라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중국 놈들이니, 일본놈들이니 괜히 동북공정이다, 독도는 다케시마다,라며 헛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게 분통 터진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한민족이라는 자부심과 역사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알고, 우리 땅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10월 7.10.11일 한국사 편지 2 

한국사 편지2는 후삼국 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편지 내용이었다. 이번에도 후삼국은 중간고사의 시험범위였던지라 비록 짧은 내용이었지만 왠지 모를 감회를 느끼며 읽었다. 신라의 호족이었다가 각각 나라를 세운 견훤과 궁예, 그리고 결국 승자가 되어 고려를 세우는 왕건. 도선의 풍수지리설 같은 게 짤막하게 나올때면 왠지 너무나 반가웠다. 고려도 지금 배우고 있는 중이라 왕건의 후삼국 통일, 광종과 노비안검법이라던가도 주의깊게 봤다. 왕권이 약했던 다른 왕들과 달리 이때부터 과거제라던가 나라의 기반을 세우게 된다. 선생님이 광종과 조선 태종이 많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그래도 난 태종이 더 마음에 들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먼저 읽어서일까? 그 밖에도 유명한 서희의 외교, 한국이 코리아라고 불리게 된 이유, 500년 동안 수도역할을 해 왔던 개경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다. 아무래도 딸에게 쓰는 편지인 만큼 쉽고 재밌게 설명된 부분이 많아 고려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고려 때의 불상 사진을 보여젔는데, 다들 너무 크거나 못생긴 얼굴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그 때는 삼국시대의 왕실 중심이었던 불교가 지방으로도 옮겨 와 다들 자기 힘을 과시하기 위해 더 큰 불상을 만들려 했고, 지방의 불상 조각사는 왕실의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져 그렇게 못 생긴 불상이 됐다는 것이었다. 한번도 고려 불상이 어떻게 만들어져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없어서 신기했다. 고려 때의 분명한 양성평등 기록을 보자니 새삼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유교의 남존여비 사상이 쓰리다. 유산 분배에도 차별이 없고, '몇남 몇녀'가 아닌 딸이 장녀이면 '몇녀 몇남'이라고 말하고, 처가살이가 있었던 고려. 양성평등에 대해서는 분명 조선보다 앞섰던 것 같다. 또 이 시대에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며 용감하게 반란을 일으킨 망이, 망소이 등과 만적이 있었다. 실패해 아쉽지만, 분명 평범한 노비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고려에 드디어 몽골군이 침략해 들어오기 시작한다. 백성들을 버리고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무신정권과 달리, 그 때까지 가장 핍박받던 계층인 농민과 천민들이 나라를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조선시대에도 큰 전쟁이 일어나면 거의 대부분 가장 아래 계층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다. 나라로부터 뭐 하나 제대로 받은 것도 없으면서 언제나 가장 먼저 싸우는 그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그 우직한 마음이 살짝 짠했다. 또 몽골군대에 몇 년이나 맞서싸워 민족정신의 꽃이라고 불리는 삼별초의 시작도 사실은 민족과는 전혀 상관없이 일어났다는 것도 알게 됐다. 글쓴이의 말로는 군사정권의 정치가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군인의 이미지가 필요해 그렇게 썼다고 보는데, 나도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중간에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드디어 고려의 자주를 회복하려 한 공민왕이 나온다. 분명 처음 뜻은 좋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공민왕도 참 안타까운 왕인 것 같다.

10월 12~16일,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리 수필 

교육청에서 열리는 논술대회에 학년대표로 뽑혀서 읽어야 하는 책 들중 하나이다. 여러 작가들의 수필을 모아놓은 모음집인데, 방정환, 백석, 정지용, 박완서, 문익환, 이태준님 등 내가 알고 있던 분 뿐 아니라 모르던 분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 다양한 주제와 문체로 수필의 매력을 보여주셨다.  

신영복씨의 순수한 어린 친구들과 함께인 추억 '청구회 추억'은 전에 책으로 보았던 것이라 더 반가웠다. 유달영씨의 누에를 먹으면 재주가 좋아진다는 말을 믿고 누에 5마리를 삼킨 소년의 사투가 그려져 있는 '누에와 천재'도 교과서에서 본 작품이었다. 예전 읽을 때도 누에가 입 안에서 몸부림치고 식도로 내려가는게 너무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어 꼭 내가 삼키고 있는 듯한 징그러움이 들고, 한 편으로는 소년이 굉장해 보이기도 했다. 재주가 좋아진다는 말에 누에를 삼키다니, 순수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잘 모르겠다. 

오래된 책이라 글씨가 작고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한 번에 많은 쪽수를 읽기는 힘들다. 내가 몰랐던 시대와 몰랐던 사건들에 대해 각자의 개성넘치는 문체로 읽어가다보면 그 사건들이 정말로 생생해지는 것 같다. 역시 수필은 좋은 글이다.


10월 17~19일, 놀라운 99%를 만들어낸 1%의 가치 

저자 윤승일씨는 초면에 작고 볼품없는 것일수록 그 안에 소중한 가치와 꿈을 담고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슈퍼 옥수수를 개발해 아프리카와 북한에 수많은 어린이들을 살린 김순권 박사 이야기였는데, 평소에 싫어했던 작은눈이 의외로 꽃가루가 들어가지 않아 옥수수 연구에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꽃가루 들어가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어서 웃기기도 했다. 뒤이어 관찰노트로 화산폭발에서 사람들을 구해냈던 일본의 소년과, 어린이의 인권을 위해 싸운 이크발 마시흐 소년, 실패한 발명품에서 만들어진 포스트잇을 읽었는데, 난 특히 이크발 마시흐의 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었다. 어린나이에 공장에서 혹사당하고 간신히 도망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이들을 위해 싸우고, 결국에는 총을 맞고 죽는 소년. 이 소년의 영혼은 얼마나 맑고 깨끗했을까, 싶다.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소중한 것들이 다치지 않는지 언제나 주위를 둘러봐야 할 것이다.  
나는 여기 나온 제니와 안나의 이야기를 읽고 정말 깜짝 놀랬다. 녹말 용액에 요오드를 떨어뜨리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실험은 나도 초등학생 때 해본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이 간단한 실험을 가지고 커다랗고 유명했던 음료수 회사에 실은 비타민 성분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게 되었다. 따분한 실험이라고만 생각했던 게 이렇게 적용될 수 있었다니! 정말 놀라운 99%를 만들어 낸 1%의 가치였다. 처음으로 윤승일씨의 말씀에 공감이 갔다. 나도 아무리 볼품없는 것이라도 무시하지 말아야겠다는. 뒤에 나온 리처드 파인만씨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거짓말인 줄 알았던 아버지의 말이 실은 이름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교훈을 주려고 했었다는 것. 훌륭한 과학자이자 유머센스를 가지고 있었던 파인만씨의 아버지가 이랬다니, 역시 부전자전이라는 건가보다. 트로이 유적을 발견한 슐리만, 아인슈타인, 한비야씨의 이야기들도 재미있었다.
어린이들이 갑자기 값이 올라간 초콜릿값을 내리기 위해 피켓행진을 하고, 촛불시위를 한 내용이다. 촛불 하나는 어둡지만, 여러사람이 모이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을 나는 지난 촛불집회 때 보았다. 상상 속의 성이 돌부리 하나에 치인 날부터 33년 후에, 현실 속의 아름다운 성이되어 국가의 문화재로도 지정된다. 우편배달일을 하던 할아버지가 모두 돌멩이로 해낸 일이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것을 현실로 끄집어 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33년간이나 성을 쌓을 정성과 끈기가 대단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들로 넘쳐난다고 믿고 빨간클립 하나를 결국 집으로 바꾼 카일 맥도널드! 이 책에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아주 작고,볼품없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그 끝은 그렇지 않은. 정말 성경에 나오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였다.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책 같다.


10월 20일,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케이블 채널 '예당아트'에서 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보고 단숨에 반해서 읽었다. 처음에는 클래식 방송이라 언니가 보기 시작했을 때 저게 뭐냐며 싫어했는데, 나중에는 조윤범씨의 클래식에 대한 맛깔나는 해석과 작곡가들의 인생 얘기, 다양한 자료들에 콰르텟 엑스가 직접 연주해주는 음악에 그동안 내가 알아왔던 클래식의 지루한 이미지가 사라진 걸 느꼈다. 요즘에는 너무 비슷한 가요들에 신물이 나 있었는데, 이 떄 클래식을 들으니 참 좋다. 아무래도 책인 만큼 방송에 그 맛을 잘 살리진 못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다. 제 1악장은 바로크에서 고전, 제 2악장 낭만파 시대는 스메타나까지 읽었다. 스메타나의 '몰다우 강'을 음악시험에 나오는 줄 알고 죽어라 들은 기억이 있어서 더 좋았다. 스메타나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을 들으면서 점점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생겼던 것 같다. 
2006년에 개봉됐던 음악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콰르텟 엑스가 아주 잠깐 출연해서 연주를 했다고 한다. 그 때 예정됐던 음악 대신 드보르자크의 현악사중중 8번 Op.80 2악장을 연주했고, 반응이 좋아 그 음악을 연주했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때 개봉했을 때 볼걸 그랬나 보다. 아무래도 제4악장 현대음악으로 들어서자 모르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있었지만, 제자들과 12음기법을 확립했다는 유명한 쇤베르크는 참 재밌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군대에서 상관이 '자네가 쇤베르크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어머니 뱃속에서 아무도 쇤베르크를 하지 않겠다길래 제가 쇤베르크로 나왔습니다'라는 대답이 재미있다. 쇼스타코비치와 스트라빈스키는 다행히 이름은 들어본 분들이었다. 이 책을 볼 수록 내가 너무 클래식에 대해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살짝 부끄러웠다. 앞으로 좀 더 클래식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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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독서마라톤, 민경이는 은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2-10 12:38 
       6개월간 빛고을 독서마라톤에 참여하면서 타조코스 15킬로(15,000쪽)에 도전한 순오기는 26,523쪽을 기록했고 토끼코스 10킬로(10,000쪽)에 도전한 민경이는 19,692쪽을 달성했다. 날마다 못한 날도 있지만 같은 날 2회 올린 날도 있어 순오기는 총176회 140권의 기록을 남겼고,  민경이는 총 128회 104권의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어젯밤 교육청에서 전화왔는데 민경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