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빛고을 독서마라톤 7월 일지, 7월 31일까지 13,060쪽

7월 1일, 새가 날아든다

사람들이 갈수록 도시로 몰리면서, 남겨진 고향은 점점 우리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간다. 더이상 명절에 고향집을 가지않고, 친척들 간에 왕래가 뜸해지면서 나누는 얘기라고는 유산을 어떻게 할 것이냐, 땅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것들. 이런집이 적지만은 않을 것이다. '새가 날아든다'는 그런 우리가 외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전쟁통에 헤어진 부부, 아이들을 찾는 남겨진 사람들. 남북전쟁때 아내와 헤어진 할아버지가 수많은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보살펴준다. 마지막에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만나 항상 같이있었다며 구리반지를 넘겨주고, 곁에있떤 손주아이가 정신차려보니 할아버지는 죽어있었다. 영혼에 홀리기라도 한 것마냥. 나는 겪어보지못한 그분들의 아픔이 이 책을 읽는내내 가슴에 꽂혀왔다. '새가 날아든다'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들가족의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7월 3일, 흑산도 하늘길 (청소년용-이미지가 안 뜬다) 

다음주 토요일날 이 책의 저자 한승원씨를 만나러 가기때문에 준비 해 갈 겸 읽은 책이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유배지가 바로 흑산도로 이 책은 청소년용이다. 처음으로 간 소흑산도에서는 앞에서는 미소를 띄지만 뒤에서는 자신이 수상한 짓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섬사람들에게 절망을 느낀다. 함부로 들어가고 나갈 수 없는 섬의 특성상, 섬사람들은 그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또 그만큼 외지인에게 경계가 심한 것 같다.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나마 기쁨이 된 게 첩으로 맞아들인 거무라는 여인. 사람을 각각 섬에 비유하면서 나는 그 섬 사이에서도 혼자라고 하는 장면이 약전이 얼마나 고독한지 알게 해 주었다. 좌랑까지 지냈던 양반인데 얼마나 힘들었을가. 그나마 아우 약용과 가끔 하는 편지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나중에 거주지를 옮기며 현산어보를 지은 약전은 임종을 맞을때, 자신이 조개에서 나온 파랑새라며 편안히 임종을 맞는다. 

7월 5~6일,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흑산도 하늘길'의 저자 한승원씨의 글쓰기 비법을 담은 책이다.1부 글쓰기는 무엇인가, 2부 글 쓰는 이의 정신을 살짝 읽었는데 역시 녹록치 않은 내공을 지니신 분이라 문장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고 범상한 것 같았다.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그래도 글 쓰는 것에 대해 무언가를 좀 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다 봐야 할 것 같다. 나도 나름 소설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조금 두껍긴 했지만 소설쓰기의 기본이론에서부터 '설정한 인물들이 갈등하고 대립하게 하라', '서두에서 독자를 사로잡고 결말에서는 긴 여운을 남겨라',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수사법을 익혀야한다'는 식의 조언들도 많았고, 구체적인 소설 속의 문장들도 많아서 좋았다. 특히 그냥 이론서 같은 게 아니라 무려 40년의 글쓰기 내공이 숙성되신 한승원 선생님의 방법인데 오죽하랴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리 어머니도 언젠가는 동화책을 쓰는 게 꿈이라고 하셨는데, 나도 엄마처럼 언젠가는 좋은 책을 한 번 써 보고 싶다. 

 

7월 7.12일, 비밀의 요리책 

거리의 한 소년이 우연찮게 총독의 집에서 시골농부가 독살당하는 광경을 목격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렇게 의미심장하게 시작한 후로 이 소설은 다른데로 눈 돌림 없이 이야기에 끝까지 집중하게 하며 나를 데려갔다. 베네치아의 소매치기 소년은 석류를 훔치던 도중 자신을 도와 준 주방장에게 이끌려 간 주방에 온통 매혹된다. 온갖 감각들이 넘쳐나 마치 에로틱했다고 느껴졌다는데, 주방을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몰라서 놀랐다. 소년은 곧 주방에서 잡일을 하게 되는데, 이게 웬 걸. 그 당시에 베네치아를 휩쓸던 사랑의 묘약에 대한 소문과 함께 페레로 주방장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점점 드러난다. 주방장이 숨기고 있는 그 비밀이 과연 무엇일까, 손이 떨리게 궁금했다. 부엌이라는 장소를 이렇게 숨가쁜 사건의 무대로 삼을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했다.
역시,페레로 주방장은 예상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비밀의 책을 지키는 수호자 중 한 사람이었고 책이 위험하게 되자 몇몇 구절만 베낀 후 루치아노에게 넘겨주고, 그를 탈출시켜준다. 루치아노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정말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그래도 루치아노가 스페인으로 무사히 도망가서 다행이다. 루치아노는 스페인의 다른 수호자의 제자가 되고, 마침내 자신도 주방장이 되어 수호자의 임무를 맡게 된다. 거리의 널려있는 지저분한 꼬마들에서 비밀의 책의 수호자가 될 때 까지 숨막혔던 시간들! 새삼 생각하지만 작가의 역량은 대단한 것 같다. 그 시대 이탈리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 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실제로 눈 앞에 보이는 듯한 요리들의 상세한 묘사하며, 굉장히 자료 조사에 힘 쓴 것 같다. 역시 아버지가 전세계에 14명뿐인 '세계요리사협회'의 회원답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시선을 꽉 잡아두는 것 같다. 

7월 8.10일, 핀란드 공부법 

일본인이 핀란드에 유학을 가서 지낸 후 핀란드의 공부법에 대해 쓴 책이다. 한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신기한 것은 그들을 또다른 부모,가족으로 인식하고 호칭도 아버지,어머니라고 했던 점이었다. 재작년 우리 집에 한 미국 원어민이 홈스테이를 했는데,그와 우리는 참 무덤덤했다. 서로 친하지 않고, 게다가 이방인이 있다는 생각에 뭔가 더 조심스럽고 불편한 기분이었다. 그런면에선 마유가 부러웠다. 핀란드의 학교는 좋았다. 쉬는시간에는 절대 문을 열어놓지 않고, 북유럽답게 파티에도 가고 술,담배도 하는 그런 자유분방함! 나도 외국을 가고싶어는 했지만, 핀란드는 생각하지 않아봤는데 핀란드에 가도 좋을 것 같다. 공부법이래서 약간 딱딱할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재미있었다. 다음쪽도 읽어봐야겠다.
그토록 교육에 열을 올리면서도 일등을 못하는 우리나라, 핀란드는 과연 어떤 공부방법이 있길래 일등을 하는 건지. 일본인인 마유가 핀란드로 홈스테이를 가서 그곳에 학교가 어떤지 직접 체험하고, 핀란드의 학교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낸 책이다. 나도 재작년에 원어민 미국교사와 함께 우리집에서 살았던 적이 있지만, 서로 데면데면한 사이라 서로 또다른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마유가 부러웠다. 핀란드의 학교는 참 특이하다. 자연이 깨끗하다 보니까 숲으로 소풍가는 장면이 굉장히 재미있어 보였다. 나도 언젠가는 외국에 유학을 나가서 그 나라의 자연환경도 보고, 언어도 배우고, 신나게 돌아다니고 싶다. 마유가 일본으로 돌아와서도 유학에서 얻은 자신감을 잃지않고 씩씩하게 지내는 모습이 왠지 대견했다. 제목은 핀란드 공부법이지만, 그냥 핀란드에서의 생활을 담은 책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7월 14일,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이 책의 마지막 쪽을 봤을 때는 뭔가 벙-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뭐지?' 이런 느낌.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난 뒤 다른 그룹으로 가 버린 단짝친구 키누요, 외톨이인 하츠, 모델 '올리짱'에게만 열광하는 음침한 남학생 니나가와. 하츠가 상상한 키누요가 자기 그룹에게 자신을 잘 봐달라고 한 말이나, 아이들의 모습이 공감됐다. 하츠는 선생님께 졸라 연습시간을 단축시키는 육상부원들, 반 친구들을 유치하게 생각하면서도 육상부 선생님이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단단한 갑옷이 흔들릴만큼, 사실은 여리고 정에 굶주린 아이 같다. 올리짱에게만 열광하고 괴이한 집착을 보이는 니나가와를 볼때마다 발로 등짝을 차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하츠. 그 둘의 미묘한 감정이 이해가 될 듯 말 듯 했다. 표지의 차분한 녹색 같은 분위기가 책 속에 있는 것 같다. 

 

 

7월 15일,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주인공 복동이는 태어난 순간 엄마가 죽고 그 사실에 아버지가 분노하여 미국으로 이민가 이모 손에 키워졌다. 출판사에 넘겨 준지 2년 후에야 책으로 나왔다는 이 책. 약간 밍숭맹숭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별로 성장소설 틱한 느낌이 안 들었달까. 별다른 갈등 없이 너무 짧게 끝나버려서 그런가? 미국으로 가서 아버지의 새 가족들을 만나고, 자신을 향해 적개심을 내 보이는 남동생과의 일도 밍숭하게 끝나 버렸다. 그래도 복동이의 씩씩한 점은 마음에 들었다. 외국 친구들과도 스스럼 없이 친해지는 사교성도.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그래도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생각되면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7월 16일,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  

슬프게도, 이런 미술 종류의 책은 전부터 봐 왔지만 정작 미술관에 간 적은 별로 없다. 옛날에 배웠던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이라는게 이럴 때 쓰이는 걸까. 책 속에 소개되어 있는 여러 그림들은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예쁘고 매력있다. 명작은 명작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는 법. 그림 그리는 스타일들이 다 달라서 화가별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나타내는 화가들에게 존경심도 느껴졌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 워낙 유명한 그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다음에는 진짜 미술관에 갔으면 좋겠다. 

 

 

 

7월 17일, 마법사 똥맨 

우리 학교에도 동수처럼 학교 화장실에서 똥 싸다가 아이들에게 놀림받고 울었던 여자애가 있다. 마법사 똥맨을 보고 모 양과 너무 흡사한 그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우리 학교는 중학교라는 점 빼고는. 우리 학교에 모 양은 설상가상으로 문이 고장나서 잠기지 않아 싸는 장면까지 보여졌다고 한다. 그 뒤로 한동안 '똥'이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고. 다른 아이들이 놀리면 어떻게 하지, 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이런 걱정들로 동수 같은 아이들은 차라리 똥을 참고 만다. 그러나 똥맨은 다르다. 평소에도 특이한 행동으로 아이들을 웃기는 똥맨은 아이들에게도 당당히 똥 싸러 간다고 한다. 그렇다, 똥맨의 답이 명답이다. 똥은 그냥 시원하게 싸는게 똥이라고!! 마법사 똥맨은 어찌보면 저학년 아이들의 심각한 고민 중 하나에 가장 밀접한 책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시원하게 똥 싸자. 

 


7월 19일, 비트 키즈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멋있다. 얼마전에 피아노에 관련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봐서 피아노에 빠졌는데, 비트키즈를 보니 이젠 기타나 드럼이라도 배워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나는 몰랐는데, 전편이 있고 이건 속편인 모양이었다. 주인공 에이지와 친구들은 록밴드로,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진 그룹이다. 학교에서 좋지않게 보는데도 꿋꿋이 연습을 하고, 또 비밀리에 도와주는 선생님의 모습이 훈훈했다. 복이 많은 녀석이다, 에이지는. 재능도 있지만 무엇보다 진짜 친구들이 있기때문이다. 아버지의 실직과 어머니,여동생의 입원으로 자신들을 뽐낼 큰 무대에 나갈 기회를 잃어버린 에이지, 그런 에이지를 이해하기에 다른 친구들 모두 무대를 함께 포기한다. 밴드를 하면 다들 저렇게 멋있어지는 건 아니겠지. 굉장히 밝고 톡톡 튀는, 청소년 소설이다. 

 

 

7월 21일, 나는 죽지 않겠다 

단편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인데,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안 계시고 요구르트 배달일을 하는 어머니와 오빠. 고등학생인 주인공은 고3선배들을 응원하려고 모은 돈을 반장 대신에 맡아 보관하게 된다. 100만원쯤 되는 돈을 하룻동안 맡아 보관하려 하던 주인공은 그만 가난한 생활에 한 번도 사지 못했던 물건들을 사고 만다. 자신의 돈으로 충당하면 되겠지, 하고 무심코 쓴 것들이지만, 어머니의 요구르트 수금에 필요한 50만원은 도저히 넘기지 못하고 50만원을 몰래 주고 나머지는 오빠가 훔쳐가버린다. 하지만 그 백만원을 갑작스럽게 돌려달라고 한 아이들에게 돈을 쓴 것이 들통나고, 안개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죽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이다. 내가 설명을 잘 못했지만, 돈을 쓰면서 느꼈던 그 비참한 마음들이 나는 너무나 공감이 갔다. 욕심에 그 돈을 가져간 것이 아닌데, 그런것은 아닌데. 안개속에서 깔깔대는 연인의 소리를 들으며 살아남자는 다짐이 눈물겨웠다.  

 

7월 23일, 2인조 가족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유쾌함, 이해할 수없는 황당함들이 넘쳐났다. 자신이 이백 년전에 태어났다고며 시체 흉내를 내 우편집배원을 기절시키고, 한바탕 거리로 나가 사람들에게 철학에 대해 연설하는게 취미인 바넥 할아버지. 야나는 그 할아버지와 허름한 집에서 단둘이 산다. 밑창이 닳고달아 '접착제 덩어리'인 신발을 신으면서도 야나는 자존심으로 자신을 감싼다. 다리를 저는 남학생 이르카와 첫키스를 기대하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이르카가 몇번씩 싫어졌다 좋아졌다 하는 나름 평범한 사춘기의 소녀다. 괴팍한 할아버지와 살아서인지 일반인인 나는 이해할 수없는 분위기가 풍겼지만, 어쨌든 유쾌했다. 양로원에 가서 간호사를 꼬시고, 기숙사에서 야나를 데려오기 위해 할아버지들과 납치극을 꾸미는 할아버지가 어디 있을까!비록 친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야나의 남자 친구로 손색이 없는 이르카,괴짜 할아버지와 친구들,야나 등 인물 모두 사랑스러운 책이었다.중간 중간 나오는 할아버지의 철학은 듣고 있으면 진짜 같다. 

 

7월 25일, 고3 생존 비기 

  

아~ 이거 교육청 사이트에 올린 500자 감상을 복사할 때 잘못돼서 이젠 어쩔 도리가 없구나~ ㅜㅜ


7월 26.27일,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 

김홍도의 그림들을 보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지어서 엮은 단편집이다. 나는 '무동'과 '서당'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신윤복에 그림에 관해 놀라운 음모를 생각해 낸 '바람의 화원'이나 궁정의 초상화를 보고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처럼 요즘에는 그림을 보고 그에 대한 얘기를 생각해내는 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림을 보고 생각해낸 이야기지만 그 안에 든 등장인물 모두 정감있고 생동감 있었다. 아픈 동생 순님이를 위해 도둑질을 할 생각가지 한, 삐딱하지만 다정한 무동아이 들뫼,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픈 순님이. 홍도는 이들을 보고 자신의 그림의 허전한 부분을 채운다. '천지개벽 서당에서'는 노비였다가 평민이 된 차돌이와 양반들의 갈등이 있었다. 그래도 양반아이인 범호가 그렇게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어렸을때부터 신분제에 묶여있는 아이들이 불쌍했지만, 그래도 아이다운 순수한 면이 남아있어 마지막에는 모두 같은 서당에서 웃을수 있게 된다. 

'도깨비 놀음',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을 마저 읽어보았다.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김홍도의 나이도 들어 그냥 그림을 보고 상상해서 이야기를 지은 게 아니라 김홍도의 일생을 담은 이야기도 되었다. 난 셋 중에서 '도깨비 놀음'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어린 나이에 최고의 지위와, 명예를 받아 한없이 뻣뻣해진 김홍도의 모습. 뭐 결국 나중에는 뉘우치지만 말이다. 사람에겐 누구나 다 한번쯤, 혹은 한번을 넘어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가?'하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김홍도도 여기서 처음에 위안이 되기 위해 그림을 그렸던 자신과, 지금은 궁궐그림과 어진화사 생각밖에 없는 자신을 비교하며 뉘우친다. 도깨비 놀음에서는 말 그대로 도깨비도 나와서 더 재미있었다. 환상적인 요소가 들어가서인지, 연홍이를 구하기 위해 도깨비들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7월 29일,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1 

해리포터 시리즈는 산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0쪽으로 해 놨다. 이미 전 권을 다 읽은 지 오래지만 갑자기 해리포터가 열렬히 읽고싶어지는 때가 있다. 이번에도 그런 케이스로, 얼마전 개봉한 혼혈왕자 영화도 봐서 다시 읽었다. 완결이 나오고 모든 이야기를 다 아는 상태에서 전 편을 보면 재밌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복선들이 보이고 '아,그래서 그 때 이런 말을 했구나?'하는 재미도 있다. 아즈카반은 내가 시리즈에서 좋아라하는 시리우스가 최초로 나온 권이다. 물론 2권 뒤에 죽지만... 시리즈 중에서 이 3권은 중요한 점들을 꽤 많이 담고 있는 것 같다. 중요한 역할인 시리우스가 처음으로 나왔고, 루핀과 페티그루, 마법의 지도 등 해리의 아버지 세대인 친세대에 대해 많이 밝혀진다. 말과 새를 합쳐놓은 듯한 히포그리프, 마법의 지도, 빗자루를 타고 하는 스포인 퀴디치 등 롤링의 머리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해리포터가 있어서 정말 좋다! 

 

 

7월 30일, 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는 대단한 사람이다. 내가 아직 어렸을 때, 이 책에 수록된 '나락과 진자'를 보면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감옥, 중앙에 뚫린 커다란 구멍, 가슴을 향해 천천히, 정확하게 내려오는 진자와 쳐다보는 사형관들, 사방에서 좁혀들어오는 뜨거운 벽들!!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지는 터라 어릴 땐 정말 무서웠다. 애드거 앨런 포는 공포를 섬세하고 세세하게 표현해서 독자가 그걸 직접 느낄 수 있게 한다. 공포는 결코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지만, 대단하긴 한 것 같다. '검은 고양이'야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때 이른 매장'은 내가 처음 읽어보는 것이었다. 피가 튀고 살이 튀는 그런 얘기는 아니지만, 생매장이라는 가장 끔찍할 수도 있는 이야기. 게다가 그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무섭다. 눈을 떴을 때 관 안에 갇혀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다가 정말 오싹해져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여름에 공포소설 하나정도는 읽어줘야 재미있다. 

7월 31일, 재미있는 그림을 그린 아르침 볼도

 아르침볼도의 여러 재밌는 초상화들을 애들한테 흥미 있게 잘 만든 책인 것 같다. 꽃, 제철 채소, 과일, 물고기 등 보고 있으면 재미있고 정말 사람 모습이 다 드러나 있는 게 신기하다.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화가같다. '봄'은 온갖 꽃들로 그려져 화사하고 다정해보이고, '여름'은 버찌,자두,복숭아 등이 섞여 눈이 반짝거리는 청년을 만들었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답게 배,밤송이,호박 등이 모여 건강하고 다정할 것 같은 중년 아저씨다. '겨울'은 메마른 나뭇둥치와 오렌지와 레몬이 괴팍한 노인 같았다. 사계절이 사람이었다면 꼭 저 모습일 것 처럼 그 특징을 잘 잡아냈다. 그림에 재능도 있는데다 황제의 친구이기도 했으니, 개인적으론 부러웠다. 땅,물,불 등은 땅짐승과 물고기, 강철 등으로 표현해냈다. 그림맞추기도 있어 아르침볼도에 대해 절로 관심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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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빛고을독서마라톤, 민경이는 은상!
    from 엄마는 독서중 2009-12-10 12:38 
       6개월간 빛고을 독서마라톤에 참여하면서 타조코스 15킬로(15,000쪽)에 도전한 순오기는 26,523쪽을 기록했고 토끼코스 10킬로(10,000쪽)에 도전한 민경이는 19,692쪽을 달성했다. 날마다 못한 날도 있지만 같은 날 2회 올린 날도 있어 순오기는 총176회 140권의 기록을 남겼고,  민경이는 총 128회 104권의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어젯밤 교육청에서 전화왔는데 민경이는
 
 
마노아 2009-10-2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찜해야겠어요. 읽고 싶은 책들이 무척 많아요. 일단 공선옥 책부터 보관함에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