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의 비닐우산 우리시 그림책 6
윤동재 지음, 김재홍 그림 / 창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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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대에 쓰였다는 윤동재 시인의 시에 김재홍 화가의 그림을 입힌 시그림책이다. 창비에서 꾸준하게 시그림책을 내고 있어 벌써 20여종에 이른다. 시와 그림의 만남은 운율과 이미지,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킨다. 창밖의 빗소리를 들으며 영이의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주룩주룩 비 내리는
월요일 아침,
학교 가는 길에 영이는  
비를 맞으며
시멘트 담벼락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거지 할아버지를 보았다. 



김재홍 화가의 그림은 질감이 뚝뚝 묻어날 만큼 사실적이다. 그의 그림은 늘 손을 대보게 만든다. 비를 맞는 할아버지 옆의 깡통은 슬픔을 극대화시키고, 짖궂은 아이들이 할아버지 어깨를 건드리는 장면에선 영이의 눈에 눈물이 담겨있을 것 같다.  



그림에 흙을 붙여 거친 질감을 살린 바닥과 회색빛 현실이지만, 나눔을 표현한 초록색 비닐 우산으로 희망을 얘기한다. 수줍어하면서도 할아버지께 제 우산을 씌워주는 영이의 고운 마음에 찌르르 감전이 된다. 



누가 볼까봐 살금 살금 다가가서 비닐 우산을 씌워 준 영이의 마음을 할아버지는 받으셨을까? 날이 개인 오후, 할아버지는 담벼락에 영이의 비닐 우산을 세워두고 보이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가져가셔도 괜찮은 건데....."
말갛게 갠 하늘을 보며 영이는 중얼거렸다. 



우산을 쓴 앞모습의 영이로 시작해 맑게 개인 하늘에 우산을 쓰고 가는 영이의 뒷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사랑은 표현될 때 아름답다. 비닐 우산처럼 초록색 희망을 싹틔우고 걸어가는 영이의 발걸음에 내 마음도 훈훈하다. 우리나라 곳곳에 미친듯 쏟아부으며 지리하게 이어지는 장마가 이젠 걷혔으면 좋겠다. 오늘도 초록색 우산을 받고 학교에 다녀온 내게도 영이의 고운 마음을 가득 채워본다. 

*리뷰에 인용된 구절과 사진이미지의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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