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형,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를 그리다
흑산도 하늘 길 청소년 현대 문학선 16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중학교 어머니독서회 장흥문학기행으로 한승원 선생님을 뵙고 이 작품에 대한 강의를 듣는데, 동행하는 학생들은 청소년용으로 읽으라 하셔서 구입했다. 알라딘은 책 이미지가 안떠서 사진을 찍어 올려야할 듯. 엄마들이랑 같이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모녀의 추억을 위해 반 강압과 강제의 실력행사로 친구들까지 줄줄이 엮어서 데려가는데, 그래도 이 책을 읽고나선 뿌듯했는지 독후감까지 남겼다. 역시 책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니까~ ^^

흑산도 하늘길  -중학교 2학년 선민경- 

우리는 보통 ‘다산 정약용’만 많이 알지 그의 형인 ‘손암 정약전’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나 또한 정약용은 알아도 정약전은 몰랐다. 그러나 정약전은 정조임금에게 '약전은 준수하고 그 뛰어남이 아우보다 낫다‘라는 칭송을 들었던 인물이다.(이런 결정적인 얘기가 청소년용엔 안 나온다니 말도 안돼!) 천주교도들이라는 이유로 정약전과 정약용, 그 밖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유배되고 사형 당했다.

정약전은 강진으로 간 약용과 헤어져 흑산도로 유배 된다. 처음으로 들어간 소흑산도는 첫 유배지라는 당황감과 슬픔, 자신의 처지를 비웃는 아전들, 살갑게 대하는 듯 하면서도 그의 행태를 감시하는 섬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외롭고 두려운 나날들이다. 언제 사약이 내려올 줄 몰라 긴장하고, 양반이라는 신분을 버리고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면서도 체면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모습이 마음 아프고 동감이 갔다. 훈장을 하면서 천자문의 ‘천’자를 누군가 천주교를 가르치려 한다고 고변할까 두려워하는 모습에선 살짝 코끝도 찡했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며, 오롯이 혼자라는 고독감을 느껴야 한다면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반면 대흑산도에서는 그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흑산도에서 얻은 첩 거무와 함께 아들들 둘을 데리고 양반의 체면도 벗고, 배를 끌어올리는 일도 도우면서 즐거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약전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때는 이때다. 술이 없으면 무력증이 생기고 우울해지기 시작해 끊임없이 술을 마신다. 아우 약용과 편지를 주고받고 살아야 한다며 굳게 다짐도 잡아보고 그리움에 눈물도 흘려보지만,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면서도 술을 찾는다. 인간다운 모습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솔직히 내가 아는 분들이라 해도 단지 이름과 대표적인 활약상 몇 줄 뿐, 내 전시대에 살았던 조상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하지만 동생과 헤어지고 유배되어 두려워하고, 절망했다가도 어느 순간 웃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에선 정말로 이 사람이 살아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아우 약용이 해배되었다는 소식에 소흑산도로 거처를 옮긴 약전은 결국 약용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 대흑산도에서 ‘현산어보’를 작성하면서 파랑새가 조개가 되고, 다시 조개에서 파랑새가 나오는 승률조개를 보고 자신과 같다며 희열에 떨었던 정약전. 몸은 유배지에 갇혔어도 영혼은 파랑새가 되어 섬을 나선 듯 하다. 다만, 여운에 젖어 다음 장을 넘겼는데 느닷없이 나오는 작가의 연보보다는 정약전의 연보를 실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청소년 판이니 그것이 더 도움이 됐을 텐데, 살짝 아쉬웠다. 엄마가 읽은 원작으로도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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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9-07-09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산도를 부정적 의미를 지우고자 현산도라 불렀다지요?
어부이셨던 장인어른이 병실에서 제 처와 함께 읽던 현산어보라는 시리즈물 책자가 눈에 들어 오네요. 참으로 대단한 책이었고 정약전 선생님의 흔적을 처음으로 느꼈던 책이기도 했습니다. 19세기초에 우리 남쪽 바다 속 깊숙히 그리도 소상히 기록한 분의 흔적을 찾아 현직 고교교사분들이 다시 정리한 건데, 가슴 뭉클했더랍니다. 이 글을 보니 돌아가신 장인어른 생각과 더불어 그 책의 기록들이 더욱 멋스럽게 다가오네요.

순오기 2009-07-09 01:25   좋아요 0 | URL
현산어보에 장인어른을 떠올릴 추억이 있으시군요.^^
다산이 유배길 나주에서 형님과 헤어지면서 '흑산이라 하지 않고 현산이라 부르겠다'는 대목이 소설에서도 나옵니다. 현산어보는 5년 전에 초등독서회활동으로 받은 상금으로 5권 다 구입해 기증했지요. 이참에 빌려와야지 했는데 아직 초등도서실에 못 갔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