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의 혼을 사로잡은 이중섭 - 한국편 2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 한국편 2
최석태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막내 중학교의 권장도서라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다. 예전에 초등학교 도서실에서 빌려보곤 이중섭을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했는데, 초등 고학년이상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중섭을 아는 즐거움도 있지만, 이중섭이 오산학교에서 만난 화가들을 발견하는 것도 좋다. 오산학교에서 만난 김병기의 아버지는 당시 이름을 날리던 김찬영화가였다.   

 


이쾌대와의 만남으로 그의 형인 이여성과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사학자인 고유섭도 만난다. 개성박물관장인 고유섭과 이여성에게 이중섭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쾌대의 주동으로 1941년 결성한 조선미술가협회는 오산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같이 단순히 서양화를 모방하는 게 아니라 조선의 맛이 우러나는 유화를 그리기 위해 애쓴 단체로 평가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온 임용련 선생님을 만난 건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 더구나 프랑스에서 만난 백남순과 결혼하여 같이 왔으니 두 사람은 이중섭의 미술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임용련은 고려청자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였고, 변해가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개성과 실험정신이 강조된 산 지식을 가르치고 몸소 실천하신 분이었다. 이중섭이 전문적인 미술교육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의 그림이 창의적이었던 건 임용련 선생의 가르침 덕이었다고 한다.
 

이중섭은 20세기 전반기에 프랑스에서 활동한 화가 루오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샤갈이나 마티스의 영향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엔 많은 그림이나 자료사진이 들어있는데 이런 편집이 책읽기엔 방해되지만 이중섭을 이해하고 작품세계를 아는데는 도움이 된다. 

 

이중섭이 황소 그림으로 민족성을 드러냈다면, 어린이 그림으론 그가 꿈꾸던 환타지와 낙원을 표출했다고 한다. 아이를 소재로 비슷하지만 다른 그림을 많이 그렸고, 오산학교 시절부터 은박지 그림을 즐겨 그렸는데, 담배 피운다고 혼날까봐 숨기다가 임용련 선생에게 털어 놓았다. 김훈도 고등학교때부터 담배 피우다 걸렸는데 아버지가 파이프를 물려주며 학교에서 피우진 말라고 했었다.^^



그가 일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낸 수많은 그림 엽서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었다. 자신이 기거하는 방의 모습을 그려보낸 엽서는 가슴을 찡하게 한다. 

 

그는 우리 것에서 찾아낸 것을 그림 소재뿐 아니라 기법에도 응용하였다. 그는 자신이 머물렀던 통영의 풍경을 유화로 담아냈고 꿈꾸는 낙원을 환상적인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지금 이중섭은 미술사적으로나 작품으로 좋은 대접을 받고 있지만, 생존시에는 전시회를 열어도 빛을 보지 못한 불운의 연속이었고 가족도 만날 수없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말년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그는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니 연민을 느낀다. 그는 간에 문제가 있었고 결국 1956년 9월 6일 아까운 나이 마흔 한 살에 쓸쓸히 숨을 거둔다. 망우리 공동묘지에 무덤과 묘비가 있으며, 그를 그리는 전기나 회고록과 작품집, 가족에게 보낸 엽서를 모은 책이 출판되었다. 1978년 문화훈장이 주어졌고 그는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화가는 그림을 남기고 그림으로 그의 모든 것을 말한다. 이중섭을 알려면 그의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이 책은 쉽게 읽히며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왜 그에게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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